2024.09.29 (일)

  • 구름많음동두천 22.4℃
  • 구름많음강릉 23.7℃
  • 맑음서울 24.0℃
  • 구름많음대전 24.7℃
  • 구름많음대구 23.5℃
  • 구름조금울산 24.7℃
  • 구름많음광주 25.8℃
  • 구름조금부산 27.9℃
  • 구름조금고창 26.8℃
  • 구름조금제주 27.7℃
  • 구름조금강화 23.1℃
  • 구름많음보은 23.4℃
  • 구름많음금산 24.8℃
  • 구름많음강진군 25.9℃
  • 구름많음경주시 24.7℃
  • 맑음거제 25.1℃
기상청 제공

특집/기획

여우를 때려잡은 소금장수 이야기 ‘염치고개’

김대건 신부의 자취와 삼덕고개를 잇는 성지순례길

   
 
‘용인의 산수이야기 저자’ 이제학씨와 함께 걷는 ‘한남정맥’-11 / 무너미고개~망덕고개

■ 호랑이가 다녔다는 호동
45번국도 무너미고개에 서면 갈 길이 막연하다. 선답자들 말로는 은화삼 입구 절개지로 간다고 하지만 끝내 헛수고다. 밤이나 새벽 그리고 골프장 쉬는 날은 골프장을 통해서 갈 수 있지만 그 외에는 곤란하다.
남쪽 골짜기로 해서 골프장 경계능선을 찾는 방법 또는 운학동 세 번째 다리로 개천을 건너 산으로 올라가는 방법도 있지만 용인 지리에 약한 후답자들은 찾기가 어렵다.
본인은 골프장을 통해 몇 번 지나쳤지만 지나치며 영 떨떠름한 기분이었다. 은화삼CC 정문으로 들어서면 클럽하우스를 앞에 두고 오른쪽 영선창고 앞을 통해 오른쪽 산 쪽으로 골프장 길로 무조건 올라서면 9번홀 T그라운드 뒤편으로 철조망(선답자 리본이 보인다)을 통해 마루금이 연결된다. 이곳부터는 높은 산이 없는 능선길이다.
한강수계인 운학천을 끼고 함께 가는 능선 길로 들어서며 하천과 운학동이 내려다보인다. 하천 넘어는 운학동이고 하천안쪽은 호동이다. 옛날 호랑이가 다녔다고 해서 호동인데 산 크기로 봐선 영 아닌 듯싶다.
능선 길로 들어서며 갈림길 후에 삼각점을 지나면서 산능선에 있는 종중묘지를 지나친다. 갈림길에서 오른쪽을 택하여 한참을 오르면 운동기구에 벤치가 있는 천리주민의 산속 쉼터다.
남쪽 천리 쪽에서 오르는 주민들이 많은 편이다. 동쪽 좁은 길로 들어서면서 산길은 걷기 편한 능선 길에 소나무잎(솔가래) 능선이다. 잘 발달된 길로 가다 좁다란 갈림길을 관심있게 잘 보아야 한다. 리본이 보이는 길로 갈라서면서 개 짖는 소리가 요란한 곳에서 내리막 아래로 큰 길이 보인다.

■ 염치고개에 얽힌 이야기
능선까지 길을 뚫다 중지한 곳이 염티(염치) 소금고개다. 고개 넘어 호리 승마장으로 연결될 길이다. 고개로 내려서면 시멘트로 절개지 옹벽을 만들고 공사를 중단한 고개는 남쪽 산들머리로 올라서면 사람이 다닌 흔적을 느끼는 풀속 길로 정맥은 이어지다.
염치(鹽峙)는 소금고개다. 염치가 염티로 부르게 되었다. 천리(샘골)에서 묵리 용덕저수지 앞에서 왼쪽으로 오르면 염티마을이다.
옛날 소금장수가 지게에 소금을 지고 고개를 넘다 힘도 빠지고 배도 고파서 지개를 뻗치고 처량한 신세를 한탄하고 있는데 멀리서 바가지 긁는 소리가 나서 쳐다보니 숲 속에서 묘지에 하얀 여우가 사람의 해골을 긁다 머리에 쓰면 사람으로 변하고 벗으면 여우로 다시 변하는 것이 아닌가!
그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지만 침착하게 여우를 살피니 사람으로 변장하고 마을로 내려 가는 것이 아닌가! 소금장수는 변장한 여우를 따라 가보니 아랫마을에 결혼식을 올리는 집으로 들어 가는 것이었다.
소금장수는 이 집에 무슨 변고가 있을 것을 예감하고 집 근처에서 집안을 주시하는데 밤이 으슥해 지자 신부가 기절하였다고 야단법석을 떨고 집안이 발칵 뒤집혔다. 소금장수는 “그러면 그렇지”하고 지게작대기를 들고 신부방으로 들어가 아랫목에 앉아 있는 할머니를 작대기로 때려 잡으니 백여우로 변해죽어 있었다.
주인은 소금장사에게 고맙다는 인사와 많은 선물을 주고 소금장수는 즐겁게 고개를 넘었다 하여 염치(소금고개)라 부르게 되었다.

■ 천주교의 성지를 지나
숲 속 능선 길은 송전탑을 따라 동쪽으로 향하면 흰색 둥근 말뚝엔 한강수계지역표식이 있다.
왼편으로 멀리 국사봉 그리고 채석장은 산을 파먹은 모습의 산이 되어 나타난다.
이어지는 능선봉우리는 묘지가 있고 산마루 부근은 나무를 베어 사방이 탁 트인다.
송전탑을 따르는 능선은 몇 개의 산마루를 지나 오른쪽으로 거대한 십자가를 만난다. 산속에 네온까지 설치했던 구조물이다. 아래 기도원에서 만들었을 것 같다. 그리고는 오른쪽으로 신원골프장이 자리 잡는다.
이어지는 산길은 오르락 내리락 순하게 송전탑을 따라 골프장과 운학동 계곡과 함께 동쪽으로 이어진다.
조금 높다 싶은 산마루를 넘으며 넓어지는 안부 아래로 검정비석이 나타난다. 안부 너머로 임도가 끊긴 채로 보인다. 해실이 고개(망덕고개)다.
천주교인들이 우리나라 첫 신부이신 김대건(앙드레이) 신부의 운구 길에는 세 개의 고개-별미고개(신덕고개) 이곳엔 망덕고개 그리고 거문정고개(애덕고개)-가 있다.
김대건 신부가 새남터에서 목이 잘린 후 한 신도가 시신을 수습하여 몰래 양지배매실(골배마실)로 옮겨왔다. 배매실은 신부가 어려서 자라난 곳이다.
지금은 양지골프장안에 한복에 갓을 쓴 입상이 있다. 천주교의 박해가 심해 양지면 남곡리 숨어 포교하던 곳이다. 우리나라 최초 은이공소를 열었던 곳으로 숨은 곳을 은리(隱理)로 부른다.
공소에서 형제봉 골짝이 해곡동에 신덕고개 용해곡에는 망덕고개 거문정에 애덕고개를 통하게 하였으며 비석도 똑같은 모양으로 만들어 미리내 성지로 통하는 삼덕고개를 잇는 성지순례길이 됐다.

■ 옛이야기속의 마을명
운학동 독특한 마을명을 엮은 전래동화가 전한다. 옛날 범안굴(호동)에 사는 호랑이가 국사봉(학 모양의 산)의 학을 잡아 먹으려다 어둔이(운학동)에 용이 되려는 물고기를 잡아 신나서 물고기를 물고 먹거리(운학동)에서 먹으려는데 별안간 하늘에서 벼락(운학동)을 치는 지라 놀래 혼비백산 하여 장재미(운학동)에서 안심하고 맛있게 먹었는데 그 맛이 별미(해곡동)였다.
호랑이는 개울을 건너 용해곡(호동)에서 용을 만나 용이 되려는 물고기를 잡아 먹은 것을 후회하고 문수봉(문수사지마애불이 있음)을 향해 예직(호동)에서 예의를 갖추고 기도하니 길업(호동) 좋은 일업을 얻었다는 마을 명으로 꾸며진 민담이 존재한다.
이 고개는 탈출로로 이용되는 길이지만 용해곡에서 해곡동까지는 멀고 버스 편 1시간에 1대 정도로 좋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