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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이 만난 사람

150살이 되는 그날까지 달리고 싶다

보스톤마라톤에 참가, 세계인들의 축제 경험
인생의 축소판인 마라톤…부인과 함께 달려
People| 마라톤 마니아 우광식

   
 
“150살이 되는 그날까지 달리고 싶다.”
그 옛날 그리스의 용사 페이디피데스가 마라톤에서 아테네까지 약40Km를 쉬지 않고 달려 승전보를 알리고 절명한 위업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마라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손기정 선수가 일제시대 핍박받던 국민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궈주기도 했다.

또한 지난달 18일 서울에서 열린 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서는 이봉주 선수가 마라토너로서는 환갑에 가까운 38세의 나이로 2시간 8분 4초를 기록하며 우승, 역전의 드라마를 연출하며 국민들에게 감동의 시간을 선물했다.
마라톤은 ‘도전’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산악인에서 마라토너로
지난달 18일 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서 이봉주 선수와 같은 트렉을 밟았던 용인시청 건축과에 근무하는 우광식(52) 계장.
그의 아침은 언제나 새벽 4시에 시작한다.

새벽에 일어나 처인구 삼가동에 있는 집을 나와 용인대학교를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학교 운동장을 스무바퀴 정도 뛰고 나면 떠오르는 태양과 함께 새벽운동을 나오는 학생들을 보게 된다.
다시 집까지 달린 뒤 샤워를 하고 아침식사와 함께 조간신문을 찾는 그는 누가 봐도 영락없는 공무원이다.
“마라톤을 늦게 시작했지만 마라톤의 매력에 빠져 아침마다 달리게 됐습니다. 아침운동을 하고나면 하루가 상쾌해지고 매사 일이 잘 풀리게 되는 것 같아요.”

44세의 늦은 나이에 마라톤을 시작했지만 전국의 마라톤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매일 운동을 거르지 않는 우 씨에게 아침 달리기는 더 이상 일과가 아닌 삶 그 자체다.

“예전에는 등산을 좋아해서 매주 산을 찾았는데 1998년에 등산을 갔다가 ‘설악산 국제 첼린지 산악마라톤대회’ 현수막을 보고 그해 9월에 처음 산악마라톤대회에 출전하게 됐지요.”
마라톤에 대한 상식이 없었던 탓에 우 씨는 대회 전날에 고기를 많이 먹었다고 한다.
그저 고기를 먹으면 체력이 좋아지는 줄 알았다는 그는 대회에서 완주는 했지만 전날 먹었던 고기 덕분에 마라톤을 하는 동안 내내 힘들었다고 한다.

이후에는 마라톤에 관련된 자료들을 찾아가며 다시 도전, 다음해 3월 서울마라톤협회가 주관한 서울마라톤대회 풀코스에 도전해 완주하는 기쁨을 얻었다.

그는 “마라톤을 앞두고 3일간은 단백질을 많이 섭취하고 3일은 탄수화물 위주로 먹는 등 식단을 짜는 것도 중요합니다. 저처럼 호되게 당하지 않으려면 기초적인 상식 정도는 알고 마라톤에 도전하길 바랍니다.”라며 마라톤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부인과 함께 달린 울트라마라톤대회
마라톤을 시작한 뒤로 우 씨의 옆에는 항상 든든한 버팀목인 부인 유선희(49) 씨가 함께 있다.
함께 달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 씨가 달리는 모습을 사진에 담기 위한 것.

하지만 유 씨는 언제부턴가 그의 사진기사가 아닌 그와 함께 험난한 마라톤 코스를 달려주는 동반자가 돼 있었다.
“처음에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을 해서 대회 때마다 항상 함께 나왔었는데, 달리는 모습을 잡는 게 힘들었는지 사진을 잘 못 찍더라고요. 그래서 구박을 조금 했더니 화가 났는지 같이 마라톤을 하겠다고 떼를 쓰더군요.”

말이 별로 없고 고지식해보이는 그가 웃으며 말하지만 사진을 보면서 얼마나 구박을 했을지 상상이 간다. 결국 지난 2004년 우 씨는 부인과 큰형(우동식·60), 큰형수(정임숙·57)와 함께 성남에서 시작해 탄천과 율동공원을 지나 다시 탄천으로 돌아오는 ‘2004 동아시아 100Km 울트라마라톤대회’에 참가해 9시간 25분만에 종합 17위로 100Km를 완주했다.

하지만 이보다 더 놀라운 것은 마라톤대회에 첫 출전했던 그의 부인 유선희 씨가 여자부 3위의 기록으로 골인했다는 것이다.

이날부터 그는 부인과 함께 인생의 축소판인 마라톤을 함께하며 서로가 겪을 수 있는 고난을 함께 하는 반려자로서 서로에 대한 믿음과 의지를 더욱 두텁게 쌓을 수 있었다.

#150세를 바라보는 우광식 계장
“마라톤은 경제성장과 비례합니다.” 살면서 느낄 수 있는 기대감과 욕심, 승부욕, 고통, 고난, 희열을 마라톤을 통해 매력을 느끼게 된 우 씨의 설명이다.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산악인에서 마라토너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는 울트라마라톤에 앞서 세계 4대 마라톤대회 중 하나인 보스톤마라톤에 참가해 세계인들의 축제를 경험한 적이 있다.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대회라서 그런지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마라톤대회하고는 많은 것이 다르더군요. 그곳에서는 주민들을 비롯해 인근의 대학생들까지 모두 나와 선수들과 손벽을 부딪치며 응원하고 격려하는 등 모두가 열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냅니다.”

전 세계에서 수만명이 참가하는 보스톤마라톤대회에 지난 2003년 4월 우리나라에서는 120여 명이 참가했고 우 씨와 그의 형 우동식 씨도 한국대표로 참가했다.

세계대회를 경험한 만큼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마라톤대회에도 관심이 많은 우 씨는 춘천마라톤대회 등 전국에서 열리는 마라톤대회가 외국과 비교해 시민들의 참여가 적은 것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100살까지는 마라톤을 하고 150살까지는 인생을 즐기면서 살고 싶습니다.”
남들이 들으면 얼토당토한 말이지만 우 씨는 당당히 인생의 ‘목표’라고 말한다.
달리는 그를 보면 이해도 될 법하다.

그에게는 작은 소망이 있다고 한다.
보스톤마라톤에서 보았던 환호성을 우리나라에서 다시 한번 맛보는 것이다.
지금까지 마라톤대회에 출전해 한 번도 쉬거나 걸어본 적이 없다는 그는 앞으로도 쉬지 않고 달려 ‘150살이 넘은 마라토너 우광식’이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의 기억 속에 지워지지 않길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