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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이 만난 사람

한 경기 최다득점 기록 세운 원더우먼

팀 내 끈끈한 우정 잊지 못할 것
한국 농구는 빠른 스피드가 특징
Close-up|삼성생명 비추미농구단 로렌 잭슨(Lauren Jackson)

   
 
유성민 객원기자 | 사진 김호경 기자

# 모델같은 금발의 미녀
로렌 잭슨(Lauren Jackson)이 농구선수라는 사실을 모른 채 그녀를 만났다면 기자를 포함해 많은 사람이 그녀를 모델로 여겼을 것이다. 196㎝이라는 훤칠하다 못해 기나긴 신장에 긴 금발에 상냥한 미소까지 가지고 있으니.

그런데 이 선수, 정말이지 예사롭지 않다. 멋진 신체 조건뿐 아니라 농구에서 혀를 두를 만큼 놀라운 재능을 가졌다. 센터지만 3점슛 능력도 가지고 있고 외곽 수비에도 능한 로렌 잭슨은 지난해 9월 세계여자농구 선수권대회에서는 주전 센터로 호주에 사상 첫 금메달을 선사했다.

게다가 미 여자프로농구인 WNBA에서 2003년 평균 21.2점, 9.3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첫 외국인 정규시즌 MVP에 오르기도 한데다 WNBA 역사상 최연소 1000 득점을 기록했다. 그런데 이제 그녀 나이 26살이다. 앞으로 그녀가 농구사에 사람들을 놀라게 할 기록들을 써나갈 것이라 기대하는 것도 당연하다.

호주출신인 그녀의 어머니와 아버지 모두 호주 국가대표 농구선수 출신이라고 하니 그녀가 어느 누구보다 크고, 농구를 잘할 수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농구를 안 했다면 오히려 아까워할 변했다.

4살 때부터 농구공을 잡아 16살에 호주 여자대표팀에서 뛰었다는 그녀는 “엄마는 센터로서 팀의 주장까지 맡았고 아버지는 키가 큰 슈터였는데 두 분의 기량을 물려받은 것 같다”고 했다. ‘핏속에 농구가 흐른다’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사실 한국에서 활약한 3개월간의 활약상만 봐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12월 27일 우리나라에 들어와 3월 말까지 용인 삼성생명 비추미 농구단에서 겨울 시즌을 뛰었다. 2월에 열린 올스타전에서 MVP에 뽑혔고 3월 9일 금호생명을 상대로 한 경기에서는 56점을 넣어 WKBL(한국여자농구연맹) 역대 한 경기 최다 득점 신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시즌 20경기 603점 득점으로 평균 30.2점 득점, 평균 1.45개 블록을 기록해 2007 여자 프로농구 정규리그 시상식에서는 외국인선수상, 득점상, 블록상을 받고 베스트 5에 뽑혔다.

# 한국은 정 많은 나라
그녀가 한국 여자 프로농구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듯이 그녀 역시 한국에 대한 추억이 많은 것 같다. 한국을 떠나면 무엇이 가장 생각날 것 같은지 물어보니 주저 없이 답이 나왔다.

“우정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될 거에요. 정은(제이미), 연하(바니), 종애(뷰리) 그리고 미선이(써니)랑 친하거든요. 다들 운동도 잘하는 선수들이지만 마음도 착하고 친절해요. 제가 처음 온 그날부터 팀 동료로 받아들여서 전 힘든 점이 없었어요. 한국 사람들은 친절하고 상냥한 것 같아요. 특히 용인 팬 여러분이 늘 격려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힘이 납니다. 용인 경기장 주변 식당에서 불고기를 먹었던 적 있었는데 좋았습니다.”

팀 선수들과 감독의 생일 파티를 열기도 하고 수다를 떨며 재밌는 시간을 보내기도 한 잭슨은 처음엔 ‘리그가 짧아 부상 염려가 적고 여러 나라를 경험하고 싶어’ 우리나라에서 뛰기로 했다고 한다. 한국에 머문 짧은 시간에 비해 리그에 대한 적응이 빠른 것 같다.

동료들에게 배운 우리말도 적응에 도움이 됐을 법하다. 그녀는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아파요, 좋아요, 아니요, 잘 지내세요, 수고했습니다 같은 우리말을 할 수 있는데 특히 ‘수고했습니다’는 연습 후 모여서 꼭 하는 말이라고 했다. 이런 말들은 팀 동료한테 배우기도 하고 가끔은 인터넷으로도 배운다고 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가 소탈한 모습으로 팀 선수들과 어울린 얘기를 들으니 여느 아가씨들과 다를 바 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사실 우리나라 경기에선 공을 두고 벌이는 몸싸움에서 다른 선수들이 나가 떨어지기도 하는 파워풀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힘의 비결을 묻자 “열심히 훈련했다”고만 답한다. 사실 한국에 와서 초반에는 전반에만 좋은 성적을 보이고 후반에 집중력이 흔들린다는 지적이 있었다.

미국에서 평균 30분 정도 경기를 뛰었던 것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37분정도로, 10~20분 정도 더 뛰어야 하는 만큼 초기 적응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새 전·후반에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뛰는 모습을 보였다. 열심히 훈련했다는 그 짧은 말에는 땀과 함께 선수로서의 자긍심 등 여러 의미가 녹아있을 것이다.

# 최고의 농구실력 그리고 꿈
우리은행의 타미카 캐칭과 자주 비교되는 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슬쩍 물어보았다.
“타미카 캐칭과는 포지션이 다르기 때문에 비교돼도 별 상관없어요. 그러나 타미카가 훌륭한 선수라는 것은 저를 비롯해 모두 아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타미카는 최선을 다하고 자신의 역할을 다 소화해 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선수입니다.”

자기 역할을 백분 발휘하고 있는 사람의 여유랄까. 비교의 저울을 들이대는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에 자신감이 보인다. 호주와 미국,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뛰어본 그녀가 우리나라 농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특별히 다른 건 없어요. 다만 미국과 호주는 선수들이 거의 다 크고 강한 반면에, 한국 선수들은 신장이 그다지 크진 않지만 더 빠르고 터프한 농구를 하는 것 같아요. 지금처럼 외국인 선수들을 기용해 리그를 운영한다면 한국 여자 농구는 더욱 발전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각기 다른 스타일을 가진 외국인선수들과 경기를 하는 경험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연습이나 경기가 없는 시간에는 쇼핑을 하기도 하고 공부도 한다고 했다. 사회과학을 공부하고 있다는 그녀는 은퇴 후 어려움과 고통 속에 있는 여성들과 아이들을 위한 쉼터를 제공하며 도우려고 공부를 한다고 했다. 훤칠한 외모에 농구 실력만 뛰어난 것이 아니라 따뜻한 마음과 미래를 준비하는 부지런함도 갖춘 것을 보니 세계 곳곳을 누비며 뛰어다니는 사람은 뭔가 다르구나 싶다.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전을 마치고 그녀는 다음 계획을 위해 바로 러시아로 떠났다. 그리고 여름에는 WNBA에서 뛴다고 한다. 왜 한국에서 더 뛰지 않을까 아쉬움을 갖는 팬들이 많지만 올해부터 규정상 여자프로농구에서는 겨울시즌에만 외국인 용병이 뛸 수 있다.

다행히 삼성생명에서 3시즌을 뛰기로 했다니 오는 겨울 시즌에 그녀의 경기를 한국에서 다시 볼 수 있다.
“삼성 선수로 경기를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삼성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경기를 하는 것이 즐겁습니다. 끊임없는 격려로 힘이 돼 주시고 끝까지 함께 해 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