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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이 만난 사람

산성 돌담길 낙엽 즈려 밟고 가을에 취해보자

한 폭의 파노라마 같은 만추 풍경
자연속의 먹거리 코스로도 제격
이동형의 길따라 계절따라 / 남한산성 제대로 즐기기

   
 
깊어가는 가을, 마음먹고 벼르던 설악, 내장, 주왕산의 단풍여행이나, 눈 시리도록 설렘을 안고 찾으려 했던 억새밭 산행의 기회를 놓쳤다 하여 크게 실망할 필요가 없다. 아주 가까이에 진한 가을정취에 취해 버릴만한 명소가 있기 때문이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처럼, 너무 지척에 위치함으로 과소 평가받기도 하는 경기도 유일의 도립공원인 남한산성으로 달려가 보자. 수난의 아픈 역사를 상기하며, 산성 돌담길 따라, 낙엽 즈려밟고 정상에 올라 이 땅의 미래를 기원해 보거나 취향과 분위기 쫓아 산성의 감추어진 보배를 찾아 행복해 지는 것이 얼마나 쉬운지를 느껴보며, 남한산성이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지를 확인해보길 바란다.

# 만추의 여로
남한산성은 북한산성과 더불어 남북을 수호하는 산성으로 백제 온조시 축성한 산성으로 전해진다. 이후 신라영역이 된 후 문무왕 12년에 토성으로 축성하고, 주장성, 일장성으로 불려졌다. 조선조 광해군 이후 이괄의 난을 치룬 후 청나라 세력의 위협에 대비, 토성을 석성으로 개축 인조 4년(1626)에 준공하였다.
병자호란 당시에는 인조가 이곳에서 45일 동안 항전하다 항복한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수어장대가 위치한 정상은 해발 460미터이며, 성은 본성과 외성으로 구성되었고, 성곽의 둘레만도 11.76킬로에 달하며, 산성내 면적만도 80여만 평이다. 유사시 임금이 이어할 수 있는 행궁을 비롯하여 종묘, 사직, 관아, 재옥, 종각 등 없어진 것이 차례로 복원되고 있다.
산성 축성 전부터 망월사 옥정사 등 9개의 사찰이 있었으나 일제 때 폭파되었다가 현재 망월사를 비롯하여 4개의 사찰이 복원되었다. 성곽이 국가사적 57호로 지정되었고, 수어장대를 비롯하여 6점의 도 지정문화재가 있다.
남한산성 산행은 동서남북 어느 곳에서도 성곽을 따라 노송 소나무 숲길 사이로 낙엽을 즈려밟고 오를 수 있다. 정상에 위치한 수어장대에 오르면(코스에 따라 2~3시간 소요) 성남, 광주, 서울을 비롯하여 인천까지도 조망할 수 있고, 만추의 아름다운 풍광은 한 폭의 파노라마로 다가선다.
개인적으로 가을철 산행코스는 동문, 망월사 코스를 추천한다. 성남 방면 서문에서 광주하남방면으로 이어지는 동문 매표소까지, 계곡을 끼고 산성마을을 관통하는 기막힌 드라이브 코스와 함께, 숨겨진 맛 집, 멋 집을 찾는 재미는 조금은 공허할지도 모를 가을의 하루를 충만함으로 채워 줄 것이다.
산성 내에는 효자약수터, 열녀비, 해공 신익희 선생이 어린시절 수학한 남문안 초등학교를 비롯하여 행궁 옆 만해 기념관이나, 남한산성 역사관에 들려 역사적 유물 및 발자취를 살펴볼 수 있는 유적지가 수두룩하다.

# 산성의 전통 맛 집과 떠오르는 맛 집들
고 박정희 대통령의 방문으로 유명하고 3대 40년이 넘었다는 백제장과 청와정은 잘 알려진 한정식 전문점. 토속음식 및 보양음식들은 산성내 90여 음식점의 주 메뉴이기도 한데, 그 외 소문난 맛집으로는 로터리 주변의 천일관, 남문관, 오복순두부, 산성두부집이 있다.
특히 남한산성에서만 맛 볼 수 있는 산성 주먹두부는 100여년 가까운 내력을 지닌 고유한 전통기법을 승계해 온 맛집으로 두부를 만들 때 모판을 사용하지 않고 만들어 그 생긴 모양이 주먹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고소하고도 담백한 맛이 웰빙시대와 맞아 떨어져 일부러 산성을 찾는 두부 마니아들로 북적인다.
동문길 오전리 길가에 위치한 퓨전 한식점 산내들과 불당리 깊숙이 위치한 낙선재는 맛깔스런 음식맛과 창경궁내 낙선재를 연상하는 운치 있는 건물, 빼어난 경관, 잘 가꾸어 놓은 조경 때문에 뜨고 있는 음식점들이다.

# 분위기에 취하는 숲 속 커피숍
동문가는 길, 일방통행로 끝머리 좌측 산자락에 위치한 아라비카는 분위기에 취하고 향에 취하는 커피 전문점이다.
커피 마니아인 전직언론인 박동순씨가 살림집을 개조하여 만든 커피 집은 기막힌 주변 풍치와 커피 맛에 매료된 매니어들의 입소문에 의해 남한산성의 명소로 부각된 집이다.
철따라 안겨주는 자연의 오묘함속에 만추의 절기나 눈 오는 날 잡목 숲 사이 야외 테이블에서 간이 난로와 조명불빛 아래 커피 한잔에 취한다면 부러울 것이 정녕 없으리라
산성초입 로터리 좌측 골목 끝 지점에 자리 잡은 요철요(산성갤러리)는 대학교수이며, 건축가인 현영조 교수가 운영하는 문화공간을 겸한 차 전문 집이다.
정겨운 돌담, 운치 있는 전통가옥 다다미방에서 세계 각국의 차 맛을 음미하며 쉼 예술로 접목되는 산실로서 다양한 문화행사도 병행되고 있는 이색 문화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