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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이 만난 사람

한 발 물러나서 세상을 보니 참 많은 공부가 됩니다!

Close-up | 6.3동지회 경기남부지부장 이정문 (前 용인시장)

   
 
지난 지방 선거에서 패한 후 현재 6.3동지회 경기남부지부장을 맡아 6.3 동지회의 운동정신을 잇는 일에 올인 하고 있는 이정문 전 용인시장.
시장 때나 지금이나 활기찬 모습에는 조금도 변함이 없어 보인다.
“정당생활을 했지만 정작 나라가 정치 경제적 위기에 있을 때 나라를 지킨 사람들은 학생들이었습니다. 보람을 갖고 운동정신이 이어져 내려가도록 몸을 던져 일하고 있습니다.”
바쁜 가운데 잠시 짬을 내서 인터뷰에 응한 이 전시장.
뭐가 그리도 바쁘냐는 그 질문에 그는 시장직을 그만뒀기 때문에 시간이 많을 줄 알았는데 6.3 동지회 일 이외에도 바쁜 일정이 많다고 했다.
“떨어지고 나니까 시장 때보다 더 바빠요.”
농반 진반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는 “그때 새벽 2시 정도에 떨어졌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 새벽에 나는 사우나 3곳을 돌면서 도와줬던 지인들을 만나 고마웠다고 인사를 했어요”라며 말을 잇는다.
지난해 떨어진 것을 안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그의 만남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사람 만나고 뛰어다니다 보니 여행 한번 할 시간이 없을 정도였단다.
“사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산다면 은둔생활 하면서 바쁠 일이 없겠지만 나이로 봐서 나는 아직 활동을 접을 때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솔직하다. 평생 정치에 몸담아온 그 다운 이야기다.
“떨어지길 잘했어요. 떨어지고 나면 떨어진 사람들은 고개를 못 들고 뒷길로 다니곤 하는데, 하지만 나는 떨어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됐을 때와 떨어졌을 때의 차이점이 많이 느껴지거든요.”
그는 현직에서 대하는 시민과 바깥에서 만나는 시민 간에는 차이가 크다며 한발 뒤로 물러나서 세상을 보니 참으로 많은 공부가 되고 있다고 말한다.
애써 웃으며 담담하게 말하려 하는 그의 표정 한켠에는, 그러나 뭔가 무겁고 쓸쓸해 하는 모습도 스쳐가는 듯 하다.
끝내 그는 심경을 털어놓고 만다.
“현직 시장을 만나서 이야기도 하고 싶고, 시의원들을 붙잡고 울고도 싶고 그래요.”
서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마음을 툭 터놓고 대화를 나눈다면, 한마음으로 시의 발전에 대해 노하우들을 나눈다면 가장 우선적으로는 시민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든다.

# 정치 외길
“정당 생활을 밑바닥부터 했어요. 내가 어려서부터 배운 정치는 없는 사람, 불쌍한 사람 도와주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나는 어려운 사람 도와주다가 구속이 된 적이 있어요. 그때 많이 울었어요.”
용인 정치의 산 증인인 이 전 시장. 그는 청년시절 정치에 입문해 줄곧 정치 외길을 걸어왔다.
리더십이 기성 정치인들의 눈에 띄어 시작된 정치 인생은 그러나 평탄한 세월만은 아니었다.
두 번의 구속. 보통 사람들은 경찰서 대문 앞에만 가도 무슨 죄라도 지은 듯 오금이 저리다지만 그는 한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구속을 당했던 아픈 과거가 있다.
그때의 그의 좌절과 절망이 어떠했으리란 짐작이 간다.
“시민들에게 고마운 것은 정치 탄압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저를 믿고 시장으로 뽑아줬다는 사실입니다.”
구속된 사실을 알면서도 자신을 시장에 당선 시켜준 것은 자신의 무고함과, 그것이 정치 탄압이었음을 안 시민들이 더욱 열심히 하라는 격려와 채찍을 보내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더욱 열심히 일할 것을 다짐했다.
“시민에게 보답하는 길은 더욱 열심히 일 하는 뿐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시장에 임했어요.”
그러나 시장 당선 순간부터 큰 어려움이 다시 시작되었음을 털어놓는다.
“취임할 때부터 조사, 내사를 받기 시작했어요. 그러던 게 내가 퇴임을 하는 순간 모든 게 무혐의로 끝나더군요. 상대를 처벌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일하고 있어야 할 공무원들이 수십 명씩 조사 받으러 불려 올라가는데 이래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마침내 시장직을 사표내야겠다고 생각했다는 이 전시장. 시장직 사표를 내러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에게 찾아갔더니 손 전지사는 만류하면서 야당 탄압을 중지하라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때 사표를 내려던 것을 말리며 한 지인이 탈당을 권유했고, 결국 그는 탈당하게 됐지만 자신의 탈당에 피치 못할 이유가 있었다는 진실을 모르는 이가 많아 답답할 뿐이라고 했다.

# 나는 난개발을 치유한 사람
“이 말은 꼭 해야겠어요. 난개발의 주범을 이정문으로 알고 있는 것이 제일 억울해요. 나는 난개발을 치유한 사람이에요. 정부투자기관이 하는 동백지구도 기반시설을 갖추지 않아 반려했던 사람입니다. 나는 신규 아파트를 허가 내준 게 없어요. 수지 4개 업체 허가 건은 기반시설을 갖췄고, 법에 맞는 것을 시장이라고 안내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임기 중 이뤘던 외국어고등학교며, 3개 구청 시대 개막, 우리랜드 개장, 모현 휴양림 추진 등 몇몇 사업들을 주섬 주섬 떠올린다.
그러면서 그는 재임 당시 남사에 100만평의 공업단지를 추진하던 사업이 빨리 마무리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공업단지에 삼성반도체를 유치하기로 결정했던 사업이었어요. 복병이 숨어있다는 사실에 저도 놀라고 실망했지만 빨리 송탄상수원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지역의 기업들이 계속 외지로 빠져 나가고 있지만 속수무책인 현실을 볼 때 신속한 문제 해결 및 사업 추진이 시급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적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경전철 추진도 이 전시장 재임 시 이뤄졌던 사항이다.
“경전철의 적자를 우려하는데 서울시, 수원시 다 경전철 추진하잖아요. 전철이 90%가 적자에요. 난 90% 적자 안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수익성 따지기는 일러요. 경전철은 구갈 역에서 환승해 에버랜드까지 갑니다. 경희대, 수원역까지 연결하면 수원에서 경전철 타고 에버랜드에 오는 사람이 많아져요. 에버랜드는 구경도 구경이지만 차 마시러 오거나 바람 쏘이러, 혹은 젊은이들 연애하러도 많이 와요. 수원시나 수원시의원을 대상으로 브리핑을 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해요. 또 분당까지 연결하면 전철처럼 연결이 되는 거에요. 당장만 생각하면 안 되요.”
“시민이 낸 세금으로 시민 편하게 해주자는 거에요. 시에서 시민위해서 정부 차원서 못하는 것을 만들어줘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요즘 한창 시끄러운 오염총량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할까.
“규제가 많으면 발전할 수 없어요. 한강주변은 내버려 두고 여기는 규제하고, 서울 사람만 사람이고 용인 사람은 사람이 아니라는 말 아닌가요. 쫓아가서 규제를 따지고 싶은 마음이에요. 물론 합리적으로 잘 풀어가리라 생각해요.”
그의 막힘없이 쏟아지는 이야기들은 정치인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CEO같다는 생각이 든다.
“민원도 되면 된다, 안되면 안된다 확실하게 대답했어요. 그게 내 스타일이에요.”
용인에 관광공사도 필요하다고 지적하는 이 전시장. 그는 자신이 추진했던 사업들 가운데 특히 김대건 신부와 관련한 사업이 무산된 게 안타깝다고 했다. 천주교의 성지로서 끊이지 않고 관광객이 이어질 수 있는 사업이라는 것이다.
임기 중 추진되던 일 가운데 중단 된 사업들을 보면 불만스럽다기 보다는 자신이 혼자 결정한 게 아니라 의원들이 방망이 두드려 결정한 사업이라는 점에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 뿐이란다.

# 앞으로의 진로
“나는 군의장, 시의장, 시장을 지낸 사람이에요. 내가 용인에서 20대 때부터 정치를 해온 사람이기 때문에 웬만한 용인 사람들은 다 나를 알고, 나 또한 그들을 알아요. 한 두 해 맺어온 인연이 아니거든요.”
그는 단체장이 바뀌거나 할 때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보고 싶어 하는 게 사실이지만, 새 시장을 중심으로 힘이 합쳐져야 시가 발전되기 때문에 나서지 않는다고 말한다.
정치의 연륜, 아니 뚝심, 혹은 카리스마 같은 것을 볼 수 있다.
군의장, 시의장, 시장.
용인의 지방 정치에서는 더 이상 오를 수 없는 주요 타이틀을 모두 역임한 그가 앞으로 걸어갈 진로는 과연 무엇일까.
“경기도에는 3선 국회의원이 남경필 의원 말고는 없어요. 참신한 젊은 인재를 키워야 해요.”
앞으로의 진로를 묻는 질문에 그는 선뜻 후배를 키우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도지사, 장관까지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재를 키우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지만 초두에 이야기 했듯 은둔하거나 후배만 키우고 있을 나이는 아니기에 그의 이면의 침묵에 무게가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