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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이 만난 사람

“진실이 사람을 설득하는 가장 큰 힘”

수필집 ‘희망언어’…말과 정치의 관계 다뤄
인물포커스 | 에세이 ‘희망언어’ 저자 김재일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말이 다가오며 참여정부에 대한 갖가지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대통령, 나라 경제를 어지럽힌 대통령, 독불장군 식 군주 등 유례없이 다양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말’을 둘러싼 논란이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말을 비롯해 히틀러, 글래드 스턴 등 세계지도자의 말을 집중분석한 책이 출간돼 화제가 되고 있다. 김재일 에세이 ‘희망언어’가 바로 그것.
한국 감사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작가는 코리아타임스와 한국일보를 통해 언론에 입문한 후 시사저널 창간 멤버이자 정치부장을 지냈다. 그 후 정계에 입문해서는 새천년 민주당 외신 부대변인, 16대 대선 열린우리당 경기도 선대본부 대변인을 역임했다.
‘희망언어’에서도 그의 기자 습관이 엿보인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수필이건만 기사체로 대변되는 간결한 문체와 객관적인 시각 등은 그의 경력을 대변해 주는 듯하다.
‘희망언어’는 언론인 출신의 정치인으로, 정치와 말의 관계에 대한 가장 객관적인 시각의 서술로 호평을 받고 있다.
“말은 자기표현의 수단임과 동시에 의사소통의 매개체죠. 즉, 사람을 믿는다는 것은 그 사람의 말을 믿는다는 것과 같아요. 따라서 말은 한 사람의 인격을 대변하죠.”
하지만 각자의 위치에 따라 말은 가정과 기업 나아가서 나라와 국민을 흥하고 망하는 길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 건강한 말…정치신뢰의 출발점
“정치의 핵심은 언어에요. 정치의 차이는 언어의 차이고, 정치투쟁은 결국 말싸움이죠. 현재 우리나라의 정치불신은 극에 달해있죠. 정치인은 못 믿을 사람 1순위고 … 저질성 인신공격, 당리당략, 부정부패, 국민들이 정치를 보는 인식이에요” 결국 정치가 국민을 잃었다는 말이다.
그는 정당의 대변인부터 파괴와 좌절이 아닌 희망적이고 건설적인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것이 국민을 되찾는 정치의 첩경이라는 것.
“가장 강한 설득력은 진실이에요. 아무리 말을 잘하고 스스로를 과대 포장한다고 해도 진실을 말하지 않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면 설득력이 있겠습니까. 눌변이라도 믿음을 줄 때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죠” 정치인들 스스로 진실성을 회복하라는 충고다.

# 언론이 여론을 만든다
김 회장은 “언론 없이 정치를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언론에 의한, 언론을 위한 정치라는 것. 비판적인 기사 한 줄이 정치인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고, 보도 내용에 따라 정치인과 정당의 인기와 위상이 오르내리기 때문이다.
“언론이 여론을 만들까요. 여론이 언론을 만들까요. 언론은 정치를 재단하는 효과를 지니고 있죠. 어떤 정치현상에 대한 언론의 해석과 보도는 일반 독자의 판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죠. 언론보도외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 안 되기 때문이에요.”
언론인 출신으로 현재의 한국 언론에 대한 문제점과 개선 방향이 줄줄이 쏟아져 나온다.
“현재 한국 언론은 최강이에요. 권위주의 시대, 언론탄압에서 해방된 언론들은 정부도 통제할 수 없는 수준이 됐죠. 언론을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는 것이 문제에요. 또 언론 스스로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의식도 빈약한 실정이지요.” 속박과 자유사이의 과도기라는 분석이다.
실제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국의 경우 민감한 문제를 다룰 때는 강도 높은 내부 토론을 거친다. 잘못 보도한 경우 일반인들에게도 즉각 제소당하기 때문이라는 것.
따라서 민감한 사안의 경우 담당 변호사로부터 법적 자문을 철저히 받는다고 설명했다.
“미국 특파원으로 재직 중 클린턴 대통령의 스캔들 사건이 있었죠. 당시 최초 사안을 입수한 언론사가 있었는데 무려 1주일이 지난 후에야 보도했죠. 사실 확인을 위해서였어요.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죠”
그는 참여정부의 취재선진화 방안에 대해서도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걸(취재선진화) 왜 하는지 모르겠어요. 언론을 다시 탄압하겠다는 것으로 밖에 안 보이죠.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는 동전의 양면과 같죠. 권력으로 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에요.”

# 정치인 김재일
김 회장은 새천년 민주당 외신 부대변인을 맡으며 정가에 투신했다. 대변인은 정당의 꽃이라 불린다. 대변인의 말 한마디가 정당의 위상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열린우리당 경기도 선대본부 대변인을 역임한 그는 18대 총선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처음 정계에 들어설 때 많은 지인들이 만류했어요. ‘왜 하필 정치냐’는 것이죠. 한국 정치와 정치인들이 도매금으로 매도당하는 현실을 느꼈죠. 하지만 정치를 경멸하고 무관심한 사람들로 인해 우리 정치가 뒷걸음질친다고 생각해요.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낙선의 충격은 컸다. 북적거리던 사무실이 적막했고, 도와준 사람들을 차마 볼 수 없는 심정이었다.
“잘못된 정치를 바로잡아보겠다고 나섰는데, 아무래도 개인적이 욕망이 앞선 것은 아닌가 싶더군요. 내가 쏟아 부은 땀과 노력이 부족했다는 것을 아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배운 것이 많은 시간이었죠. 나를 돌아보고, 주위를 돌아보고 … ”
그는 지난해 분당에서 기흥 동백지구로 보금자리를 옮긴 것에 대해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밝혔다.
강남권의 연장인 분당보다는 희망적인 신흥선거구를 택한 것이다.

# 자녀의 단점은 곧 장점 … 청소년 운동연합
선거 이후 김 회장은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하게 된다. 자녀들의 성장이다.
특히 딸 은영 양의 유학과 대학입학, 총 학생회장 당선에서 새로운 눈을 뜨게 됐다.
“딸아이를 유학 보내고 걱정이 많았어요. 철부지라고 생각했고, 성장과정에서 심난하게 만들었던 녀석이죠. 말썽도 많이 피우고. 솔직히 앞날이 걱정되기도 했죠. 그랬던 녀석이 유학간 지 얼마 되지 않아 학년 대표에 선출되고, 총 학생회장에 당선되더라고요. 부모 시각에서 단점으로 보여 고치라고 윽박질렀던 부분이 녀석의 가장 큰 장점이었던 거죠.”
이후 김 회장은 청소년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부모의 눈을 위에 고정시켜놓고 아이들을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다. 눈높이를 맞추고 보면 아이들의 단점은 곧 장점이라는 설명.
“역사상 위인들을 보면 그들을 있게 한 ‘위대한 만남’이 있어요. 꿈과 비전을 심어주는 것이죠. 그런 일을 하고 싶었어요.” 이 말은 지금 김 회장이 바쁜 가운데도 한국 청소년 운동본부 경기도 지부장을 맡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진/ 김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