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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이 만난 사람

‘이명박의 정치력’…밑바닥 드러내나(?)

Politics | 2007 대선이야기
[분석] ‘朴 화합’도 ‘昌 설득’도 역부족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정치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설이 현실적인 위력을 갖춰 눈덩이처럼 커졌고, 여기에 박근혜 전 대표 측과의 불화까지 겹치면서 “좀 더 이 후보가 이 전 총재나 박 전 대표에게 다가서는 모습이 필요하다”(홍준표 의원)는 주문이 늘어났다.

이재오 최고위원의 “좌시하지 않겠다”는 발언으로 촉발된 ‘박근혜의 분노’와 ‘이회창 출마설’은 외견상으로는 명백한 연관 고리가 없다. 서청원 전 대표, 정인봉 전 의원 등 박 전 대표측 인사들이 최근 잇따라 이 전 총재와 만나면서 불거진 ‘이회창-박근혜 연대설’도 양측 모두가 부담스러운 눈치다.

그러나 두 가지 현안이 폭발력을 상호 배가시켜 결국 ‘이명박의 위기’를 심화시키는 뇌관으로 등장한 것만은 틀림없다. 당 내분이 이 전 총재의 출마설을 부추기는 게 현재라면, 이 전 총재가 실제로 출마 결심을 할 경우 박근혜계의 이탈이 촉발될 수 있다는 게 미래적 위기다.

# 열쇠는 박근혜 손에
이에 따라 이 후보는 ‘조용한 해법’으로 내분 다스리기에 방점을 찍었다. 갈등의 확산이냐 봉합이냐의 키를 박근혜 전 대표가 쥐고 있다는 상황인식에 따른 것. 공석인 지명직 최고위원에 박근혜계의 좌장 격인 김무성 의원을 제안한 것이 상징적 조치다. 이는 측근들의 반대론에도 불구하고 이 후보의 결단으로 추진됐다는 후문이다.

이 후보 측은 조만간 박 전 대표를 만나 협력을 구하는 방안이나 여의도 당사에 선대위 상임고문인 박 전 대표의 사무실을 별도로 만드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이 후보의 이같은 내분 진화 작업이 성공할지는 미지수. 일단 박 전 대표가 김무성 의원의 최고위원 입성을 긍정적으로 검토했고 김 의원도 31일 제안을 수락할 뜻을 밝히면서 양측의 갈등을 봉합할 단초는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박 전 대표 측의 유정복 의원은 “필요에 따라 마치 (지명직 최고위원 자리를) 우리 쪽에 선물을 주는 것처럼 할 일이 아니고 우리도 그렇게 받아들일 필요도 없다”며 “박 전 대표도 이에 대해 일체의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냉담한 태도를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의원도 “연못에 물고기 한 마리 가둬놓고 가끔씩 먹이 주는 것도 아니고 김 의원에게 최고위원직을 준다고 해서 모든 갈등이 해소될 것으로 본다면 오산”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전날 이재오 최고위원의 사퇴를 종용했던 유승민 의원도 “임명직 최고위원 문제와 이재오 최고위원 문제는 별개이고 내가 개인적으로 이재오 최고위원에 대해 문제제기한 것은 계속 문제 삼을 것”이라고 밝히는 등 박근혜계 의원들의 불만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반면 이 후보도 ‘화해의 진정성’을 보이라는 차원에서 박근혜 전 대표 측이 제기한 이재오 최고위원에 대한 가시적 조치를 취하기가 쉽지 않다. 대선 후 총선 공천의 사활이 달린 ‘당권 다툼’이 논란의 본질인 이상 이재오 최고위원을 내치라는 유승민 의원 등의 주문은 ‘당권을 내놓으라’는 요구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 昌 출마설에도 속수무책
이처럼 당 내홍이 박 전 대표의 협조 없이는 수습 불가능하다는 게 확인된 점은 이 후보의 ‘반쪽짜리 리더십’을 드러낸 결과가 됐다.

경쟁자인 정동영 후보 측 최재천 대변인이 “이 후보의 위장된 리더십, 위장된 통합능력의 진실이 드러나고 있다”며 “같은 당 경선 후보조차 껴안지 못하는 후보, 같은 당 전임 대선 후보조차 포용하지 못하는 후보는 결코 국민 모두를 껴안지 못 한다”고 파고든 건 이와 무관치 않다.

이 후보로서는 특히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와 관련해선 여전히 ‘속수무책’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이 전 총재의 출마를 가정한 여론조사에서 이 전 총재가 15.8%의 지지율을 얻은 것으로 나타나는 등 현실적인 위협으로 등장했음에도 이렇다 할 대책이 없는 눈치다.

이 후보가 “이 전 총재가 직접 출마선언을 하기 전까지는 자극하면 안 된다”고 ‘신중한 처신’을 당부했음에도 일부 초선의원들이 “이회창 출마 반대”를 공개적으로 주장하는 등 대응법도 손발이 맞지 않는 형국이다.

또한 이 후보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이 이 전 총재를 설득하기 위해 물밑에서 움직이고 있지만, 이 전 총재와 깊게 패인 구원(舊怨)이 풀리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이 후보가 서울시장이던 지난 2005년 한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솔직히 노무현, 이회창을 놓고 인간적으로 누가 더 맘에 드느냐 하면 노무현이다. 이쪽은 너무 안주하고 주위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어긋나기 시작했다.

이 전 총재는 최근 공개 강연에서도 “아무리 돈을 많이 벌고 경제강국이라는 말을 들어도 거짓과 허장성세가 판을 치고, 정직하게 원칙과 룰을 지키는 것이 바보가 되는 그런 사회는 후진국이지 선진국이라고 할 수 없다”고 이 후보의 도덕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내기도 했다.
<글 | 프레시안 임경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