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한 실천행정 필요성 지적…개발부하량 활용해야
지난 2004년 6월, 당시 치러진 용인시 도의원 제1선거구 보궐선거는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여파로 17대 총선에서 패배한 한나라당에 불리한 분위기였다.
이로 인해 한나라당은 공천신청자가 줄을 이었던 예전의 선거와 달리 공천신청자가 적었던 상황. 뿐만 아니라 지역 여론상황도 한나라당에 불리한 분위기로 흘러갔다. 선거 막판, 열린우리당 후보 측이 승리를 확신하며 자축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지역정가에 공공연히 나돌았다.
당시 공천을 받아 경기도의회에 입성한 신재춘(2선)의원은 “물론 어려운 상황이었죠. 떨어져도 내 운명이거니 하며 공천을 신청했는데 실제 상황은 더욱 절망적이기도 했고…. 무조건 열심히 하겠다는 말만 하고 발이 불어터져라 다녔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희망적이지 못하더군요”라며 그 당시를 회상했다.
누가 보더라도 당시의 신의원보다 지역 내 인지도가 높았던 열린우리당 후보의 승리로 막을 내릴 분위기였다. 하지만 선거를 2~3일 앞둔 시점부터 바닥여론에서 작은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여론 주도층 보다 포장마차, 시장, 농촌지역 등 서민을 집중적으로 공략한 선거 전략이 주효했던 것이다.
# 교수·정치인·학생 … 1인 3역
초선 당시 신 의원은 지역에서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이다. 태성중·고등학교와 연세대학교 대학원을 거쳐 용인송담대학 정보통신과 교수라는 직업이 거의 전부일 정도.
하지만 연세대학교 정보통신 대학원 총학생회장을 맡으며 알게 된 중앙정계인사들이 그를 지역정가로 불러들인 인연이 됐다.
“어린시절을 돌아보면 정치에는 그다지 큰 뜻이 없었어요. 대학원 총 학생회장과 정보통신부 산하 전파진흥원에서 근무하며 IT관련 법령제정연구를 맡았어요. 자연스럽게 국회의원들과의 만남이 잦아졌죠. 의원들의 역할이 무엇인지 알게 된거죠. 내 고향, 내 지역을 위해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때부터 신 의원의 1인 3역 시대가 열렸다. 학생, 직장인, 교수가 그것. 현재는 직장인 대신 정치인으로 이름만 바뀌었다.
“많은 뜻과 생각을 갖고 도의회에 입문했는데 생각보다 알아야 할 분야가 많더군요. 정치·경제·사회·문화 … 특히 의결기관의 주된 업무인 법령제정과 관련한 지식이 절실하더라구요.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연세대 법학과에 등록 했죠.” 다시 배움의 길로 들어선 이유다.
그는 1인 3역의 역할이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힘들긴 하지만 즐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웃음을 보였다. 초선 출마당시 무조건 열심히 하겠다며 한 표를 호소하던 모습이 오버랩된다.
신 의원은 하루 평균 5~7건의 민원을 접한다고 했다. 주민들의 넋두리성 민원부터 생활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생계형 민원까지 하루 종일 주민들의 이야기만 듣더라도 모자랄 노릇이다.
많은 민원을 듣다보니 생기는 에피소드도 각양각색. 그 중 가장 많은 유형이 ‘의원 만능형’이란다. 기초의원, 광역의원, 국회의원을 막론하고 어떤 형태의 민원이든 선출직 정치인에게 호소하면 된다는 것.
“시의회, 도의회, 국회 모두 저마다의 기능이 다르죠. 하지만 시민들은 이 같은 점을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시 차원에서 해결해야할 일을 도에 요청하고, 반대로 국비나 도비지원으로 하는 사업을 시에서 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이런 부분에 대한 홍보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시민들의 불편이 적어질 수 있을 테니까요.”
# 용인 … 고향
신 의원은 용인에서 태어나 유학시절을 제외하고는 고향을 떠나본 적이 없다. 군대마저도 용인에서 근무했다. 대부분 처인구 지역 시·도의원들이 그러하듯 신 의원의 ‘용인사랑’도 각별하다.
특히 처인구 발전과 관련한 수질오염총량제와 경전철 등에 대한 관심은 여느 정치인들보다 낮다고 할 수 없다.
“용인의 현재상황을 보면 달리다가 갑자기 정차한 열차라는 생각이 들어요. 정차해야 할 곳이 아님에도 실체가 정확치 않은 장애물 때문에 멈춰선 열차. 오·총이 동부권 개발의 족쇄임은 분명하지만 이 때문에 각종 인·허가에 너무 소극적이지 않은가하는 생각을 많이 해요. 현재 상황에서 해 줄 수 있는 최대한 인·허가를 내줘야 지역이 발전할 수 있어요.”
개발부하량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즉, 다가올 상황에 대한 예측으로 전전긍긍하기 보다는 과감한 실천행정이 필요하다는 지적.
“얼마 전 국회에서 뉴타운 법이 개정됐어요. 지역개발에 대한 인구규모 하한선을 낮춰 개발을 가능케 만든 것이지요. 용인은 충분한 필요조건을 갖추었어요. 적극적인 행정을 펼친다면 불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해요. 건설·교통 분야 출신의 서정석 시장이 능력을 십분 발휘해주길 기대하고 있어요.”
행정부에서 오랜 공직생활을 해온 서 시장이 지방자치단체장이라는 정치적 위치와 주변 여건을 감안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신 의원은 최근 도의회에서 처인구 포곡읍 신대천의 자연형 하천 조성사업과 금학천 정비사업에 의정활동의 역점을 두고 있다. 경전철, 에버랜드 등과 연결된 관광객 확보를 위한 인프라 구축의 일환이다.
“얼마 전 화성시에서 착공식을 가진 유니버설스튜디오 유치 등은 용인시 관광객 유치에 적신호에요. 다국적 규모의 테마파크가 조성된다면 에버랜드 등 지역 내 관광자원을 찾는 관광객 수는 현저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죠. 이에 대한 대비를 해야죠. 용인이 살 길은 문화·관광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포곡읍 항공대이전을 감안한다면 이 지역에 대한 관광벨트화 또는 관광지구지정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 가족, 가정
신 의원의 적극적인 삶의 방식이 가족들에게 달갑지만은 않다. 밖으로 나가는 시간이 많다보니 자연스레 가정에 소홀할 수밖에 없었던 것.
특히 초등학교 5학년과 4학년에 재학 중인 남매의 자라는 모습을 돌봐줄 수 없어 마음이 아프다고 전했다.
“아이들 등교준비와 출근 준비로 바쁜 아침나절에 잠깐 얼굴 보는 일이 거의 전부에요. 그나마 방학기간 중 짬을 내 식구들과 다녔던 여행도 정치인이 된 후로는 한번도 못했어요. 가족들에게 너무 미안하죠. 무엇보다 묵묵히 따라와 주는 아내에게 가장 미안하고 감사해요.”
사진/김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