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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이 만난 사람

“아~ 이 노래! 국악계의 거목… 경기도를 국악의 메카로”

Close-up | 경기도립국악단 예술감독 김영동

   
 
국악의 현대화 노력…전통음악과 대중 간격 좁혀
꾸준한 창작활동…최근 신갈초 교가 국악화 화제


#“예술, 멀리서 찾지 말고 가까이에서 찾으세요”
경기도립국악단 예술감독 김영동 씨를 만나기로 하고 용인시 기흥구 보라동에 위치한 경기도국악당에 도착했을 때 마침 국악당에 단체 관람객이 있는지 관광버스가 십여 대 세워져 있었다. 경기도 국악당이 다소 외진 곳에 있지만 국악 공연을 찾는 관람객은 꾸준하구나 싶었다.
국악작곡가 김영동은 국악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을 깨는 창작 작업을 해왔다. 국악이란 선조들이 남겨놓은 음악이 아니라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지금 사람들이 부르고 듣고 감정을 담아내는 작업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온 것이다. 인간문화재 김성진에게 정악을, 민속악의 명인 한범수에게 산조를 배운 촉망받던 대금연주가였던 그는 1970년대 이래 활발한 국악의 현대화 운동을 펼치며 전통음악과 대중의 간격을 좁히는데 일익을 담당해 왔다.
1978년 국립극장에서 ‘개구리소리’, ‘누나의 얼굴’ 등의 곡을 선보인 후 영화 ‘어둠의 자식들’의 주제곡 ‘어디로 갈거나’와 TV 드라마 삼포가는 길의 주제곡으로 쓰인 ‘삼포가는 길’ 등을 작곡하며 명성을 날렸다. 그는 연극, 영화, TV주제음악 같은 실용음악들을 많이 작곡했다. 영화 ‘씨받이’, ‘아다다’, ‘휘모리’, ‘취화선’ 등에서 그의 음악을 만날 수 있다. 또 국악가요라는 신조어를 만들 정도로 대중가요에도 영향을 끼쳤다. 가수 이선희가 8집 음반에서 부른 곡들이 그 예다. 대중가요뿐만 아니라 명상음악에서도 그를 빼놓을 수 없다. 굳이 그의 음악을 순수음악과 대중음악으로 나누지 않아도 그의 음악이 자연스럽게 사람들 속에 파고들어와 있다. ‘산행’은 그의 다른 작품들처럼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들도 잠시 들으면 “아~! 이 노래!”라고 알 수 있을 정도다.

# 공연 보는 사람이 많아야 국악이 활성화된다
그는 2005년 경기도립국악단 예술감독으로 취임해 활동 중이다. 주 활동 공간이 용인과 수원이 된 셈이다.
“요즘은 단원들의 공연 연습을 체크하느라 바빠요. 사실 경기도립국악단은 여느 국악단에 비해 많은 공연을 소화하고 있어요. 여느 국악단에 비해 10배 이상 많지 않을까 싶어요. 국악 활성화 얘기들 많이 하는데 공연을 자주 하는 것도 포함할 수 있겠죠. 여기 경기도국악당에만 강습까지 연간 5만 명이 드나들어요. 강습 받는 사람들은 많은데 공연 보는 사람이 많지가 않죠.”
경기도 국악당에서는 도립국악단의 공연이 매일 상연된다. ‘한국의 미-웨딩’공연 뿐만 아니라 주말에는 해설과 체험이 있는 전통 공연 ‘엄마아빠랑 전통문화나들이’ 공연도 열린다. 토요상설 국악공연, 가족과 함께하는 토요체험교실도 있다. 그가 도립국악단 예술감독 취임 후 국악단 공연을 크게 늘렸다.
“국악하는 사람들은 사실 더 이상 할 수 없을 정도로 국악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어요. 국악을 활성화시키자는 얘기는 많이 나오고 있고, 저도 많이 했지요. 방송에 고정 프로그램을 두어야 한다는 얘기, 국악을 지키고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정책 당국자들의 마인드, 사실 이러한 것들도 오래 전부터 얘기된 것들이에요. 그런데도 아직까지 국악이 낯설다고 하는 건 사람들이 안 찾는 거예요. 국악계 자체로서는 할 만큼 했다고 봐요. 사실 서양음악도 마찬가지죠. 클래식 누가 듣나요. 대중가요나 듣는 정도죠. 음악가들이 활동을 안 하는 게 아니에요. 그러니 이제는 사람들이 왜 안 찾는가 그걸 연구해야죠. 다양한 시도로 대중적인 작품을 만들어놓았는데도 안 오는 것은 할 수 없어요. 사람들이 문화를 향유하려고 찾아다니고 구경해야 하는 거죠.”
그는 공연문화를 향유하지 않는 세태를 안타까워했다. 국악뿐만 아니라 다른 장르에서조차 객석점유율이 낮은 경기도권의 상황을 얘기했다.
“수원엔 조수미, 장영주가 와도 객석 점유율이 60%밖에 안 된다고들 해요. 문화향유율이 낮죠. 그리고 경기도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잘 알려지지 않은 문제도 있어요. 홍보의 사각지대라고 해야 할까. 경기도 인구가 천만이 넘는데 언론에서는 경기도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조명을 안하니 이런 현상이 더 일어날 수밖에요. 공연을 한다고 해도 알려져야 가죠. 수원에서 객석이 차지 않으면 방법이 없어요. 공연하는 사람 입장에선 서울에라도 가서 들려줘야 하는 거죠. 사실 문화의 향유는 즐기려는 여유가 있어야 가능한 것이고, 문화가 발전하는 것이니까요. 우리는 준비가 돼 있어요.”
그러고 보면 그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창작 국악곡을 선보였다. 근래에는 알려지지 않은 우리의 악기 ‘훈’을 비롯해 서양의 악기인 신디사이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리들을 담아내 곡을 만들었다. 악기 주법과 테크닉을 알지 못하고서는 제대로 악기의 맛을 살려내는 곡을 쓰기 어려운데 국악기는 기본으로 모두 섭렵하고 서양의 악기들까지 도입했다. “준비가 돼있다”는 그의 말은 섣부른 말이 아니다.
사실 그는 음반도 많이 냈다. 2005년 「생명의 소리」, 2003년 「소리로 읽는 토지」, 2002년 「하나」, 2001년 「아마존」과 「김영동의 소리여행」,「바람의 소리」외에도 그 이전부터 꾸준한 창작활동을 해왔다.
새 음반을 내지 않느냐고 묻자 곡 구상은 하고 있다고 했다. 중간중간 멜로디가 떠오를 때마다 메모도 하고 어떻게 엮을까 고민도 한다고 한다. 구상의 과정은 길고 곡을 쓰는 시간은 짧다는 말이었다. 곡 전체가 머리에 다 들어오면 쓴다고 했다. 관현악곡도 보름이면 끝낸다고 한다.

# 도내 초등학교 교가부터 국악화해야
김영동 씨를 만나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 손님이 찾아왔다. 공연을 보여주려 아이들을 인솔하고 온 신갈초등학교의 강재일 교장 선생님이었다. 국악당 입구의 관광버스가 바로 이 학교 아이들이 타고 온 것이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김영동 씨에게 초등학교 교가의 편곡을 부탁했는데 바로 전날 편곡한 국악 교가를 연주한 반주CD를 받았다는 것이다. 게다가 공연장에 아이들을 데려왔는데 국악으로 된 교가를 틀어주자 아이들이 따라 부르며 좋아했다며 감사의 뜻을 표하기 위해 사무실에 들른 것이었다.
강재일 교장은 “아이들 교가가 너무 어려운 경향이 있는데 누구나 쉽고 즐겁게, 따라 부르기 쉽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김영동 선생님께 편곡을 요청하게 됐다”며 “바쁘신 중에 멋지게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고 밝혔다.
자리에 함께 한 강애영 신갈초등학교 운영위원도 “국악 공연이라고 해서 아이들이 어려워하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학교 선생님들과 함께 먼저 공연을 봤는데 아이들이 의외로 더 좋아하고 이해도 잘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공연을 보지 않는 것을 아쉬워하는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국악이 사람들 속에 살아 숨쉬도록 노력하고 있었다. 금년 봄 경기도국악당과 자매결연을 맺은 신갈초등학교의 교가를 국악으로 편곡하고 국악단의 연주로 CD를 만들어 전한 것이다. 지역 내 다른 초등학교에서도 바꿔 달라고 부탁이 들어오면 어쩌겠냐고 묻자 곧바로 “해야죠”라며 명쾌한 답이 돌아온다.
“해주죠 뭐. 신나는 작업 아닙니까. 애국가도 국악으로 바꾼 시도도 했는데. 아이들은 음악에 편견이 없어요. 어른이 오히려 국악에 대해 너무 어려운거 아닌가 하는 편견을 갖고 있는 것이죠. 매일 교가를 부르며 국악기 소리를 듣게 되는데 그게 어디에요. 오늘은 초등학생들이 와서 공연을 봤지만 내일은 유치원 애들이 와서 보기로 돼있어요. 어려서 들어야 나중에까지 잊지 않게 됩니다.”
그리고 신갈초등학교 교장선생님에게도 “경기도에서만이라도 초등학교 교가를 국악기로 반주하게 한다든지 하는 방안을 한번 진행시켜 주세요. 경기도 교육청에 건의도 하시고 교장선생님들 회의할 때도 말씀하시고요. 경기도가 어려우면 용인시만이라도 해봐야 하지 않겠어요. 저도 도와 드릴께요”라며 의견을 건냈다.
도내의 초등학교 교가를 국악기 반주에 맞춰 우리 가락으로 만들자고 하다니 새로우면서도 용감하고 과감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그는 교육 현장에서 국악을 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악 전문교사를 뽑거나 음악교사도 국악전공자 중에서 배출이 돼야 국악에 대한 편견이 없어질 것이라고 했다. 경기도립국악단은 지난 봄 신갈초등학교와 신갈중학교에 이어 11월 중순에 죽전중학교와도 자매 결연을 맺었다. 자매학교 학생들은 공연 할인도 받을 수 있고 국악단에서 학교로 보내주는 선생님한테 국악을 배울 수도 있다. 아이들이 국악과 더 가까워지도록 하는 노력이다.

#“생활 속 음악들을 국악화하자”
자신의 음악이 갖는 특징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물었다.
“난 전통에 충실하려고 노력합니다. 전통 속의 느낌과 힘이 내 음악에 살아 있기를 바래요. 그리고 새로운 음악적 자극을 만들어 내려고 합니다. 후배들에게 새로운 길, 이렇게 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는 단원들에게도 악기와 일체감을 느끼라고, 악기에서 나오는 진동을 느껴야 한다고 말한다고 했다. 곡을 쓰는 후배들에게는 틀에 박히지 않게 하라고 말한다고 했다. 창작하는 사람은 늘 새롭게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국악고등학교와 서울대 국악과에서 ‘국악’을 공부했지만 그 후 독일에서 비교 음악학을 공부하기도 한 ‘유학파’다.
“거기서 배운 건 별로 없어요. 비교음악학이라는 게 서양음악과 이외의 다른 나라의 음악을 비교하는 것이었는데 서양에서 자기나라를 기준으로 하고 다른 나라 음악을 비교해 보자는 거라 제국주의적이라고도 볼 수 있죠. 오히려 우리 음악이 깊이가 있고 훌륭하다고 느끼는 계기가 됐죠.”
그의 말투 속에서 노력을 바탕으로 한 자신감, 그리고 책임. 이런 것들이 느껴졌다.
새로 음반을 만들 계획은 없는지 묻자 단호히 안 할 거라고 말한다.
“음반 만들어봐야 안 나가요. 도둑들만 좋은 일이죠. 음반 하나 만들려면 5000~6000만 원이 들어가는데 그래봐야 수익은 500만 원이 날까 하거든요. 인터넷에서 불법 다운로드 받아 듣고 하는데 왜 만들겠어요. 글쎄요. 몇 년 더 시간을 갖고 보다가 미국에서 낼까 생각중이에요. 미국이 만만한 시장은 아니지만. 그건 그렇고 한 가지 더 할 일이 있어요. 교통신호등 음악을 국악으로 하자고 도에 제안하려구요. 요즘은 네비게이션에서 안내도 지역 사투리로 나오는데 경기도의 특색을 살려서 경기도에서는 신호등에서 국악이 나오도록 하자는 거죠. 국악을 언제나 가까이서 누구나 들을 수 있도록 해야죠. 실생활에서 살아있도록. 뭐든 사실 방법은 가까운데 있어요. 사람들이 우리 것도 제대로 못 찾고 멀리서 힘들게 돈 많이 들여서 찾잖아요. 가까이에서 우리 것을 찾으면 되는데.”
오십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아이디어와 의욕이 샘솟는 것을 보니 역시 김영동은 다르구나 싶다.
<글·유성민객원기자 | 사진·김호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