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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이 만난 사람

진정한 공경의 자세 …소비자들의 공감 이끌어

Cover Story | (주)삼포실버드림 대표 김보옥

   
 
지난 11월 장례문화 발전에 공로 국무총리상 수상 영예
남편 유지 이어 백암면 근삼리에 장례역사박물관 추진

‘생거진천 사거용인’이라는 말이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용인에 장례역사박물관을 만들고 있는 인물.
벌써부터 일본인들의 왕래가 잦아지면서 박물관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중심에 여성 CEO가 자리하고 있다.
(주)삼포실버드림의 김보옥 대표이사.
그는 내년 3월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 근삼리에 추진 중인 박물관 개관을 앞두고 막바지 공사를 진두지휘 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원래는 김 대표의 남편이었던 고 임준 회장(관장)이 기획, 추진하던 박물관이었으나 2006년 가 개관 후 작고하면서 김 대표가 남편의 유지를 받들어 개관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는 사재를 털어 전통문화의 계승은 물론 문화컨텐츠의 하나로 장례문화를 자리 잡게 하는 진지한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00년부터 서울시와 함께 후원하고 있는 세계통과의례페스티벌 역시 삼포실버드림의 훌륭한 문화사업의 하나다.
그런 그에게 최근 큰 상이 주어졌다.
(사)한국소기업소상공인협의회 주최로 지난 11월 20일 서울 올림픽경기장 올림픽 홀에서 있었던 전국소기업소상공인대회에서 장례문화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국무총리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터부시하고 두려워하고 있을 때 장례문화 사업에 투신, 장례문화 산업 발전에 기여함은 물론 문화컨텐츠의 하나로 자리 잡게 한 김 대표는 다른 어느 분야의 수상자보다도 값진 수상의 얼굴이 아닐 수 없다.

#승승장구하는 기업
장례업계의 선두주자로 줄곧 동종 업계의 톱을 지키고 있는 김 대표. 지금은 작고한 남편과 함께 우리나라 장례문화에 끼친 영향력은 실로 대단하다.
지난 1991년부터 남편과 함께 장례문화산업에 투신한 그는 장례문화를 음지에서 양지로 이끌어낸 CEO였다.
현재 김 대표가 이끌고 있는 삼포실버드림은 체계화 돼 있지 못했던 장례용품의 표준 규격화는 물론 장례용품 판매가의 정찰제를 최초로 실시해 장례업계에 공정한 유통문화를 이루는 데 기여했다.
“과거의 장의업은 조악한 상품과 폭리로 얼룩져 있었어요. 이때 삼포가 등장하면서 품질표시제, 가격표시제, 유통혁신 등을 통해 건전한 장례문화 정착의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회사를 설립할 당시만 해도 장례문화산업은 장의사를 중심으로 낙후성을 면치 못할 때였다. 김 대표는 남편과 함께 올바른 장례문화를 정착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당시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혁신을 주도해 나갔다.
규격화 정찰제화 가격 현실화를 실시하자 당시 신문 방송 등 중앙의 주요 언론들이 앞 다퉈 보도했고, 소비자들로부터 호응과 격려가 잇따르면서 93년 농협중앙회가 장제사업을 시작하게 되자 제1호의 계약업체로 선정되기에 이르렀다.
혁신적인 마인드로부터 불붙기 시작한 삼포의 발전. 삼포의 고공행진에 가속도가 붙었다. 장례 토털 서비스도 실시한 삼포는 우리나라 장례문화 발전의 선구자였다.
94년 삼성 서울병원의 장의용품 입점 전시 판매를 시작으로 연세장례식장, 이대목동병원, 인천 길병원, 고대 안암병원, 국립의료원, 명지병원, 경희의료원, 한양대장례식장, 전북대학교 병원 등 우리나라의 유수의 병원들을 삼포가 휩쓸었다. 병원은 서로 벤치마킹을 하면서 단연 삼포를 파트너로 선택했다. 또 소비자는 삼포를 유명 브랜드로 인식했다. 실제 소비자를 대상으로 앙케트 조사를 한 결과 최고의 품질과 서비스로 1위를 차지했다.
“우리는 매출이 목적이 아니라 가까운 곳에서 질 좋은 서비스와 우수한 품질을 제공하는 것을 추구하고 있어요.”

#부모를 공경하는 마음으로
삼포는 질과 디자인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다.
“사업시작 당시만 해도 장제용품이 많이 낙후돼 있었어요. 이장할 때 보니 삼베에 나일론이 섞여 있더라고요. 장제용품은 좋은 것을 공급해야 자연을 훼손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죠. 또 장제용품은 공경의 자세로 내세에서의 새로운 탄생을 소망하는 마음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우리가 이 사업에 뛰어든 동기였고, 소비자로부터 공감을 얻어내기 시작했죠.”
수의 및 목관의 Q마크 획득과 품질표시인증을 받았다. 또 업계최초로 디자인 개념을 도입해 우수디자인상을 수상하는 등 장례와 관련한 문화개발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삼포실버드림은 우리나라 장례업체 가운데서 톱의 자리를 유지하는 선두 기업답게 정주영 정몽헌 변중석 여사에 이르는 현대가로부터 SK, LG, 신도리코 등 대기업 유명인사들의 장례를 기획부터 시행까지 총괄했음은 물론이다.
신도리코의 영결식장 재단 장식의 경우는 회사 마크를 넣어 상징성을 돋보이게 만들어 전통에 바탕을 두면서 현대화를 시도했다.
“삼포는 품질, 디자인은 물론 기획 운영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멀티플하게 지원할 수 있는 실력 있는 회사입니다.”

#남편에 대한 회상
“남편이기 전에 신이 내린 사람이었어요. 천재적인 사람이었지요.”
첫마디가 존경의 대상에 대한 회고였다. 김 대표는 남편이 56세라는 짧은 생을 마감했지만 100년을 넘게 살다 간 분이었다며 애절함을 가까스로 누르고 있었다.
“대기업 입사 후 1년 만에 승진할 정도로 능력이 탁월했던 남편이 어느 날 직장을 그만두고 풍수지리 관련 책을 집필하기 시작했어요. 기획력 창의력 추진력은 물론 예술적 측면에 지도력까지 겸비한 완벽한 사람이었지요. 좌뇌와 우뇌가 완벽한 사람이었다고 생각해요.”
남편은 서울보건대학, 동국대학교 장례지도과 겸임 교수를 지냈고, (사)한국민속박물관회 이사 등을 역임했다.
좋은 땅 좋은 집, 좋은 주택 좋은 배치, 우리들의 북망산천, 가정의례 집록 등 다수의 저서도 남겼다.
“남편은 타 분야는 선진문화를 추구하면서 장례문화만큼은 전통을 답습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장례문화를 바꾸고 인적 구성을 갖춰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남편이 작고했을 때 일본 아사히신문에서는 ‘한국의 스타가 떨어지다’라는 기사로 남편의 죽음을 애도했을 정도로 장례문화에 남긴 업적은 뚜렷했다.

#세계통과의례페스티벌
마당극 연출가이자 창작 판소리꾼인 임진택씨. 임진택은 남편 임준 회장과 사촌간이다.
그의 남편은 임진택에게 세계통과의례 페스티벌을 추진 할 것을 부추겼고 페스티벌 후원회장을 맡아 행사를 도왔다.
“처음 행사를 계획했을 때 대개가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여니 통과의례에 참여하고 체험하는 남녀노소 모두 때로는 신나고 때로는 심각해하면서 진지했습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는 것이었지요. 삶과 죽음의 의미를 깨달아 자신의 남은 삶을 설계하고 충전하는 계기를 주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김 대표는 앞으로 백암면 장례역사박물관 부지에서 개최할 계획이다.
“첫해 한옥마을 행사에 수십만의 관객이 몰렸어요. 특히 생의 길이라는 죽음 체험 코너를 개설해 상실돼 가는 인간의 올바른 삶의 방식을 제시했지요.”

#세계장례역사박물관 건립 중
세계장례역사박물관이 건립되는 삼포실버드림의 전체 부지 면적은 2만여 평에 이른다. 전시관과 수장고, 사무동 등 3개 건물로 이루어지게 된다.
김 대표는 현재 약 1만점의 유물을 확보했다. 3~5세기의 옹관을 비롯해 조선시대의 장제용품, 일본에서 기증한 1850년대의 좌식 상여를 비롯해 태국, 인도네시아 등 세계의 장제례 유물과 자료를 한눈에 볼 수 있고 티베트의 조장 등을 통해 내세관도 엿볼 수 있다. 미니어쳐로 제작된 조선 정조대왕의 국장 행렬도 장엄하다.
“남편이 돌아가셨을 때 막막함을 느꼈지만 곧 마음을 가다듬었어요. 남편은 제가 힘을 내서 일을 계속 추진하기를 바라실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1년 반 동안 사업을 승계하면서 남겨 놓은 문화컨텐츠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대단한 생각으로 박물관을 추진하신 것이죠.”
박물관에 있는 유물들은 남편이 등짐을 져서 가져온 물건들이라고 했다. 인간이 할 수 없는 일을 했다며 남편의 생전을 회상했다. 대사관 협조 하에 자료 및 유물 정보 수집의사를 밝혀서 수집을 한 것들이다.
“당시 저는 박물관을 포기하라고 했어요. 나이 60이 다 돼 돈 생기면 사재 털어 유물 사 오시는데, 저는 그때 그 같은 일은 대기업에서나 하는 일이라고 만류했어요. 재작년 11월 남편이 자꾸 지인들을 초대해 가 개관을 하신다기에 너무 성급히 하는 게 아니냐고 했는데 다음해 4월에 돌아가셨어요. 그분들한테 보여주기 위해 맘이 급하셨던 것 같아요. 현재 그분들이 훌륭한 조언자로 우리를 돕고 계세요.”
그는 남편이 남겨놓은 2020 계획에 의거해 중국 운남 민족박물관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했던 맏아들 임호영씨와 함께 남편이 이루려 했던 장례문화사업의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 하고 있다.
“남편의 머릿속에 있던 것을 하루아침에 다 알고 하지는 못해요. 자고나면 하루하루 깨닫고 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거예요. 하나하나 순차적으로 해나갈 거예요.”
“우리나라에서 유일합니다. 박물관을 갖추고 자료 수집한 곳이 없습니다. 일본에서 감탄을 해요. 우리한테 아시아의 메인이 되어 포럼도 주최하고 세계적으로 확산시키면 좋겠다며 적극적인 참여의지를 밝혔어요.”
앞으로 장례역사박물관에서 한중일 장례포럼도 개최할 계획이다.
그는 현재 추진 중인 박물관 옆에 제례관도 만들 계획이다. 조상에 대한 제사나 생일을 치를 수 있는 곳으로 이때 영상을 통해 살아온 과정을 보여주면 가족들이 영상을 보면서 왜 효를 행해야 하는지 인본을 생각하게 되고 이웃 사랑과 형제간의 우애를 다시 한번 체험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정을 나누다
“인간의 본질은 서로 정을 나누며 어려울 때 돕고, 효도하고 우애를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조상의 죽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효를 행하고, 이로 인해 형제간의 우애와 이웃간의 사랑을 확인하게 됩니다.”
우리나라의 과거 장례문화는 축제였다. 외국의 경우는 시간을 정해 영결식을 행하지만 우리는 2박3일 화투도 치면서 오랜만에 만나 정을 나누는 정겨운 자리였다.
24시간 오픈 해 맞이하는 정(情)적인 문화다.
그러나 장례식장에서 예를 올리게 되면서 형식화 됐다. 그래서 김 대표는 고유한 전통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엄숙한 장례문화를 행할 수 있는 방법을 고심 중이다.
자문과 문헌 고증을 위해 국내는 물론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정신문화의 뿌리를 더욱 단단하게 내리게 하는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는 김 대표.
“고인이 마지막으로 입고 가는 것이 수의인데 정성이 하늘까지 갈 수 있지 않나 생각하면서 제작해요. 내 부모 입혀드릴 수의라는 마음으로 제작합니다. 수의 제작과정은 힘들고 정성이 들어가지요.”
그는 장례문화사업을 하나님이 자신에게 준 사명이라고 생각하면서 가시는 분을 공경하고 내세의 새로운 탄생을 기원하며 오늘도 정성을 다한다.

사진/김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