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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색깔론으로 몰아 가지 말길

총선 직후 불거진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따른 국민들의 분노 표출과 보수단체의 이념논쟁, 미국과의 추가협상 이후 할 만큼 했다는 식의 정부 측 관보게시 강행 등으로 전국이 시끄럽다.

당초 중·고생들에 의해 시작된 촛불집회는 유모차 부대, 넥타이부대와 경찰의 진압 등으로부터 이들을 보호하기위한 예비군 부대 등 수없이 많은 시민들을 거리로 이끌었다. 불법 도로점거에 이은 청와대로의 행진 등 일부 불법적인 요소가 없진 않았지만 대부분의 집회는 80년대와 90년대 초반 시위양상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말 그대로 국민 의견표출의 장 이였다.
과거 민주화 투쟁에서 최루가스와 맞섰던 인생 선배들은 과거와 달라진 시위 풍경에 “대한민국은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촛불집회는 과거 화염병과 각목 등으로 표현 됐던 집회문화를 선진국형 집회, 시위 문화로 격상시켰다는 평이다.

프랑스와 영국, 미국 등 민주주의가 발달한 나라일수록 집회와 시위빈도가 잦다. 하지만 공권력을 이용한 무리한 진압이나, 이른바 언론 플레이를 통한 매도행태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다.

촛불집회가 한 달을 넘기며 몇몇 보수단체들이 이른바 색깔논쟁. 즉 케케묵은 이념논쟁을 들고 나왔다.

정부가 추진하는 일에 반대하는 것은 무조건 친북좌파요, 정권을 뒤집으려는 속셈이라는 주장을 내걸고 등장한 것이다. 역사 속의 쳇바퀴가 다시 돌아가는 느낌이다. 과거, 군사정권시절에나 통했을 법한 논리다.

문제는 이 같은 논리를 우리의 미래인 청소년들에게 그대로 주입하려 한다는 점이다. 지난 25일 열린 6.25전쟁 58주년 기념식은 마치 쇠고기 논란과 관련한 이념전쟁의 선전포고를 보는 듯했다.

행사장에 참석한 중·고생들에게는 ‘촛불 뒤에 가려진 음모’라는 제목의 전단지가 배포됐고, 행사 내내 ‘친북좌파’니 ‘좌익’이니 하는 단어가 수 없이 오갔다.

대한민국이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가임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세계화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 50~60년대식의 이데올로기 논쟁은 더 이상 적합하지 않다.

58년 전 발생했던 6.25전쟁 기념식에 참석한 90년대 출생의 어린 학생들은 어떻게 받아 들였을까. 전쟁을 경험하고, 배고픔을 경험한 인생 선배로서 어린 학생들에게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에 대한 개연성과 대미(對美)무역 불이익을 알기 쉽게 설명했다면. 이 때문에 국가는 강성해져야 하고, 이것이 국가를 위해 산화한 호국영령의 넋을 위로하는 길이라고 말했다면 하는 아쉬움 짙은 기념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