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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획

인구 13만명에 자전거가 8만5000대

천혜의 자연지형…자전거 우선 교통체계
자전거 도시를 가다 - ① 상주시

   
 
경상북도 상주시에서 자전거는 더 이상 버스와 자가용에 떠밀려 허둥지둥 인도로 쫓겨드는 천덕꾸러기가 아니다. 자전거는 자동차를 제치고 도로의 주인으로 대접받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상주에는 자전거가 많기 때문이다.

상주대 산업과학기술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상주에는 인구 13만1653명에 자전거는 8만5000여대에 이른다. 인구 1인당 0.6대꼴이다.

가구수 4만2000여호에 대면 한 집안에 평균 2대씩 갖고 있는 셈이다. 자전거 선진국인 네덜란드(0.79대)나 독일(0.74대)에는 약간 못 미치지만 우리나라 평균(0.18대)보다는 훨씬 많다. 전국에서 가장 자전거 보급률이 높은 도시다.

△선진국 수준의 보급률… 당당한 자전거 행렬
상주에 자전거가 많은 첫 번째 이유는 자전거를 타기 좋은 지리적인 요건을 꼽을 수 있다.

시 전체가 평평한 분지 지형으로 최고 경사도가 5도를 넘지 않는다. 언덕과 고개가 없으니 누구든 자전거 이용에 어려움이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상주시내에는 시내버스가 없다. 시 외곽을 연결하는 노선버스가 간간이 지나갈 뿐이다.

출퇴근 시간대의 상주는 중국 천안문 광장을 연상시킨다. 오전 7시50분과 오후 6시 수백대의 자전거 행렬이 양쪽 차도 하나씩을 가득 메운다. 2만명 가까운 학생 가운데 70% 정도가 자전거로 통학하고 있다.

외지에서 온 사람들은 상주의 자전거 행렬을 보고 놀라기 일쑤다. 우선 어마어마한 숫자에 놀라고, 자동차를 전혀 거리끼지 않는 운행태도에 한번 더 놀란다. 어떤 이들은 “교통문화가 이렇게 무질서할 수가 있나”라며 혀를 끌끌 차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사람도 하루만 상주에 있어보면 서행·양보운전에 익숙해진다. 워낙 자전거가 많은 데다 다른 운전자들이 자전거를 배려하는 모습에 동화되기 때문이다.
상주의 운전자들은 이미 도로 우선권을 자전거에 넘긴 지 오래다. 그런 탓인지 사고도 많지 않다.

상주가 ‘자전거 도시’가 된 것은 지형상 자전거 타기가 수월한 탓도 있지만 역사적인 배경과도 무관하지 않다. 상주는 일제시대 낙동강을 끼고 올라오는 일본의 물산이 집결하는 곳이었다. 그래서 자전거도 다른 어느 도시보다 빠른 1910년에 도입됐다. 20년대 들어서 상주 기차역 광장에서는 전국 자전거 경주대회가 열렸다.

당시 유명한 선수가 엄복동 선수. 그는 ‘하늘에는 안창남, 땅에는 엄복동’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뛰어난 사이클선수였다. 그가 일본선수를 누르고 우승할 때면 사람들은 만세를 부르며 나라 잃은 설움을 잠시나마 잊곤 했다.

2대째 자전거점을 운영하고 있는 강효일(53)씨는 “상주와 자전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라고 말한다. “일제 때 기차역에서 벌어지는 대회 때문에 상주 사람들의 자전거에 대한 인식은 다른 지역보다 깊었고, 엄복동 선수로 인해 친근감도 더했다.

이런 역사적인 배경이 지금까지 자전거에 대한 애착으로 이어지고 있다.” 자전거타기범시민연합 상주시 공동대표이기도 한 강씨의 설명이다.

상주에 자전거가 본격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70년대 중반. 통일벼를 생산하게 되면서 풍요로워진 살림살이를 바탕으로 집집마다 자전거가 급격히 늘기 시작했다. 상주에는 자전거 판매대리점만 24곳에 달한다. 인근 김촌이나 구미가 많아야 8곳 안팎인 데 비하면 엄청난 숫자다.

△1910년대부터 보급, 걸음마와 함께 익혀
상주에서 아이들은 걸음마와 함께 자전거를 배운다. 4살이면 세발 자전거를 타고, 6살이면 두발 자전거로 ‘면허’를 바꾼다.

학생들은 초등학교 입학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10년을 자전거로 통학한다. 여자라고 다를 바 없다. 동창회 체육대회를 할 때도 경품으로는 으레 자전거가 등장하고, 건강 달리기 대회를 해도 상품은 자전거다.

자전거가 많다 보니 학교마다 ‘주차공간’을 마련하느라 애를 먹는다. 상주초등학교는 주차공간이 협소해 아예 통학거리를 기준으로 자전거 통학을 제한하고 있다. 2km 미만에 사는 아이들은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들어오지 못한다.

상주여상과 성신여중 학생들은 학교 안에 주차공간이 없어 학교 입구 사유지에 하루 100원씩의 보관료를 내고 자전거를 맡기고 있다.

상주시가 지난해부터 마련한 ‘양심 자전거’도 빼놓을 수 없는 명물이다. 시가 버려진 자전거를 수리한 뒤 노란색을 칠해 버스터미널과 시청사, 역 등에 비치해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한 것이다. “시민들의 건강 증진과 ‘자전거 도시’로서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모두 158대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한번 타고 간 사람들이 제자리에 갖다놓지 않아 회수에 어려움이 있기도 하지만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운영할 계획입니다.” 시청 도시계획과 박상철 계장의 말이다.

상주시는 지난 94년부터 ‘자전거 메카, 상주’를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자전거를 탈 줄 아는 사람이면 한번쯤 와보고 싶어 하는 도시로 만드는 게 목표다.

△상주시, 편리한 자전거 이용…자전거는 상주의 트렌드
상주시는 청사를 방문하는 자전거 이용객들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자전거 공기주입기를 설치했다.

이렇게 설치된 자전거 공기주입기는 시청사내 3곳에 설치되어 자전거를 이용하는 민원인들의 편의를 제공하고 있으며 앞으로 공기주입기 설치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상주시는 시민공영자전거 50대를 추가로 배치하고 자전거보관대를 확충하여 고유가시대 자전거 이용을 더욱 활성화 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황정운 도시팀장은 “에너지 절약과 교통난 해소, 청사를 방문하는 민원인들을 위한 주차공간을 확보헤 시민들을 비롯한 공직자의 자전거이용 출.퇴근이 큰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며 “월 1회이상 직원들이 직접 자전거를 타고 시내의 자전거 이용 불편 사항과 도시미관 저해요인을 해결하는 순찰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북도의 역점 시책인 낙동강 프로젝트의 이 계획에 따라 상주시는 자전거를 대표 브랜드로 한 갖가지 사업이 국·도비 지원을 받아 진행된다. 특히 자전거 관련 인프라 확충으로 테마레포츠관광의 든든한 기반이 구축 될것으로 기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