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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획

“모든 공간이 ‘공공’이라는 마인드”

도시경관-옥외광고물 해외연수기-② 런던

   
 
공공디자인 장기적 정책 제시기구 부러워
경기도가 주관한 도내 각 지자체 공무원의 6박 7일 파리-런던 도시경관-옥외광고물 연수가 있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용인시청 윤연옥 씨의 연수기 게재로 파리, 런던의 도시 경관에 대한 시민적 관심과 인식이 확대되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경기도가 주관한 연수는 파리와 런던에서 공공디자인 정책관련기관을 방문해 설명을 듣고 현장을 살펴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두 번째 목적지인 런던에서 연수단은 건축건설환경위원회 CABE(Commission for Architecture and the Built Environment)와 디자인카운슬(Design Council)을 방문해 영국의 공공디자인 현황과 정책에 대해 설명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 경험하는 모든 공간이 공공 공간이라는
마인드
CABE는 도시, 건축 관련 정책연구기관이다. 정부주도형 기관으로 단지 연구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책지침서를 발간해 영국의 도시 공공디자인에 일관성과 질적 향상을 가져오도록 하고 있다. 영국은 그린벨트를 강력히 추진하면서 그 개념이 도시 내부까지 영향력을 미쳐 공공의 공간을 더 세분화하고 특성화하는 일을 맡고 있다.
CABE가 내놓은 공공 공간계획의 정책가이드에 따르면 공공 공간의 범주는 매우 넓어 의식, 무의식으로 경험하는 모든 공간이 공공 공간의 범주에 포함된다고 정의하고 있고, 이런 공간의 효용성을 높이는 것이 CABE의 목표라고 하니 공공 공간에 대한 개념이 얼마나 확대돼 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최근에는 기존 정책에 지속가능, 재생, 환경 등의 테마가 추가하고 있다고 한다.
공공디자인에 대한 개념이나 정책은 이제 막 지자체마다 추진하고 있는 공공디자인의 범주를 넘어서는 수준이라서 놀랍고도 부러웠다.

# 국가차원의 정책 수행기관 디자인 기관이 주도
디자인카운슬(Design Council) 역시 영국인들의 공공 디자인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기관이다. 영국은 전형적인 국가 주도형 디자인 정책을 펴고 있는데 실무적인 디자인 진흥정책은 무역산업부(DTI)와 디자인카운슬(Design Council)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무역산업부가 국가차원의 디자인진흥정책 수립을 전담하고 디자인카운슬은 국가 이미지 혁신과 중소기업 디자인 지원 등의 사업을 수행한다. 이런 디자인 정책 시스템은 우리나라에는 한국 디자인진흥원, 일본 산업디자인진흥회, 말레이시아 디자인카운슬 등 많은 국가의 모델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디자인진흥원은 지자체나 중소기업의 요구에 맞춰 디자인을 제시하는 등 다소 피동적이고 제한적인데 비해 디자인카운슬은 국가차원에서 정책을 수행하는 곳이라 더 효과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 같다. 디자인카운슬은 현재 10년 프로젝트로 지역 디자인 연관사업 조직을 구상한다고 한다.

# 도시의 개성을 살린 시설들이 관광객 모아
두 기관을 둘러본 뒤 런던 정경대학 김정후 교수의 인솔로 세인트폴 성당, 밀레니엄 브리지, 테이트 모던 박물관을 둘러보며 도시 구조와 도시계획, 공공디자인 전략에 대해 설명도 들을 수 있었다.

테이트모던은 템즈강변 뱅크사이드 발전소를 리모델링한 곳이다. 뱅크사이드 발전소는 2차대전 직후 런던의 전력 공급을 위해 세워진 화력발전소로 영국의 빨간 공중전화박스 디자인으로도 유명한 건축가 길버트 스코트에 의해 지어졌으나 공해문제로 1981년 문을 닫은 상태였다. 영국정부와 테이트 재단은 기존 외관은 최대한 손대지 않고 내부를 새롭게 구조하는 방식으로 개조했다. 건물 가운데 발전소용 높이 99m 굴뚝은 반투명 패널을 사용해 밤이면 등대처럼 빛을 내도록 개조해 테이트 모던의 상징이 됐다. 또, 미술관 건물만으로 볼거리가 된 테이트 모던은 연간 4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관광명소가 됐다.

독특한 모습의 런던 시청사는 2000년대 들어 지은 건물로 우측으로 약간 기울어진 건물형태와 유리로 둘러싸인 외관이 독특하다. 지하공간은 인근 지역과 연결돼 광장의 단조로움을 해소하고 있다. 낙후된 지역을 살리기 위해 시청사를 옮겨 다소중심지에서 떨어진 곳에 특이한 형태로 지었다고 한다. 이곳 역시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 간판규제 지역 정사각형 간판 ‘눈에 확’
세인트폴 성당 주변 신건축단지는 간판에 대한 규제가 강력히 적용되는 지역으로 거리에는 규격화된 사인물이 설치됐다. 주황색, 파란색, 연두색 등 단색으로 가로세로 30㎝정도의 작은 정사각형 형태로 규격화 돼있고 돌출형으로 설치됐다. 한 업체당 간판을 하나만 부착할 수 있는데 현대적인 외관의 큰 건물에 앙증맞기까지 한 사인이 큰 간판보다 오히려 주목성을 가지는 예가 될 만하고 거리가 정돈돼 보였다. 클수록 눈에 잘 띈다고 생각하는 우리나라의 많은 점주들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다.

거리에서는 기능성과 함께 도시 특징이 강조된 디자인들이 눈에 띄었다. 버스정류장에 설치된 높은 입식 의자는 영국의 상징적인 빨간색을 활용해 저채도의 쉘터 색상과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빨간 2층 버스와 빨간 전화박스에 이어 빨간색으로 이어지는 영국과 런던의 깔끔한 이미지가 인상적이었다.

이번 연수를 통해 얻은 부분을 정리해보면 생산적인 공공디자인을 위해서는 마스터플랜의 중장기적 도시 계획이 필요하고 이런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의 총체적 지휘와 충분한 정책적 연구, 그리고 실행부서의 주관적인 선호나 디자이너의 일방적인 창의성에 의존하지 않는 전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또, 공공디자인은 다양한 시민을 대상으로 한 공간과 시설을 다룬다는 점에서 기초부터 세부적인 부분까지 체계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특히 세부적인 디자인 사업은 일부 구간의 변화를 가져올 뿐 도시 전체의 이미지를 좌우하기 어려운 만큼 처음부터 구체적이고 총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처음부터가 안 된다면 지휘 부서를 두고 중장기적 계획을 세워 도시, 건축, 디자인 등 여러 맥락에서 시행부서의 역할분담과 이에 따른 조성이 필수적일 것이다. 표면적이고 일시적인 사업은 시각적 효과는 있을지 모르지만 정작 이용하는 시민들은 공간에서 충분한 여유를 느끼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시경관과 옥외광고물의 기능적, 심미적 개선과 사업 추진은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디자인이 디자인에 그치지 않고 정책적으로 연관돼 사회적인 효과를 만들어 내 사람들의 생활을 한 차원 높일 수 있음을 알게 됐다. 짧은 일정에서 얻은 문화적 충격을 일에 반영해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용인의 도시경관을 만드는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 <끝>
<윤연옥 | 용인시청 공보관실 브랜드기획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