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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획

‘삶의 고민’ 전화로 해결 하세요

탐방 | 용인생명의전화(원장 정성덕)

용인생명의 전화, ‘얼굴 없는 친구, 다정한 이웃’으로 지난해 4월 시작
현재 12시간 상담, 24시간 체재로 운영하려면 전화상담봉사자 태부족

   
“전화상담봉사자 교육은 가족 간의 대화, 이웃과의 관계, 그리고 자기 자신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교육입니다. 실제 교육에 참여했던 많은 사람들이 먼저 시민강좌라고 말하듯이 많은 사람들이 교육에 참여해 보람을 느꼈으면 합니다.”

벌써 5기 전화상담봉사자 교육 참가자를 모집중인 ‘용인생명의전화’ 센터 정성덕 원장의 말이다. 2008년 9월 처음 센터 문을 열고 1기 교육을 시작한 용인생명의전화는 2009년 4월 첫 상담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꾸준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 대구 생명의 전화에 이어 용인에서

용인생명의전화 센터를 개설한 정성덕 원장은 이미 20여 년 전 대구생명의전화 센터를 개설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당시 대구 영남대학정신과교수로 있었던 정 원장은 사람들 스스로 정신병을 예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방법이 없을까 알아보다가 전화상담의 길을 알게 되었고, 대구생명의전화를 창립했다.

그 후 20년 동안 대구생명의전화를 운영하다 정년퇴임을 한 후, 용인으로 자리를 옮긴 정원장은 용인생명의전화를 창립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화상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전화상담은 정신병을 예방할 수 있는 예방책입니다. 정신병에 걸려 정신과치료를 받는 것은 의학적 도움이 필요한 상태라 이미 한 발 늦었다고 볼 수도 있죠. 정신병에 걸리기 전, 정신적 갈등을 전화 상담을 통해 해소하여 정신병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화 상담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용인생명의전화에서 제공하는 전화 상담이 정신병의 예방책이 될 수 있다는 정 원장의 말이다.

# ‘얼굴 없는 친구, 다정한 이웃’

전화상담은 말하기 힘든 고민을 털어놓거나 절망적인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상담이다. 전화 하나만을 이용하여 직접 대면하지 않은 상태에서 마음 편히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자신의 심정을 이해하고 고민을 경청해주고 있다는 사실이 어느 한 사람에게는 큰 위안인 동시에 답답한 마음이 풀어질 수 있는 길이라고 정 원장은 말한다.

“상담원들에게 하는 모든 상담내용은 비밀이 절대 보장됩니다. 상담원이 상담자와 만나거나 개인관계를 형성하는 것도 금지사항이지요. 모든 상담원들은 전화를 통한 대화로써만 상담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절망적인 생각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 ‘자살’·‘성적인 문제’ 상담전화 걸려와

용인생명의 전화는 생활 전반적으로 모든 분야에 걸쳐 상담이 가능하다. 외로움을 느껴 말할 상대를 찾기 위해 전화하는 사람, 아무한테나 답답한 심정을 털어놓고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 극적인 상황에 다다라 죽음을 고민하며 전화하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이 용인 생명의 전화에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고 있다.

“초등학생부터 여든이 넘으신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모든 연령층이 현재 용인생명의 전화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받고 있어요. 실제로 약까지 사놓고 죽고 싶다며 전화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그럼 우선 전화 상담으로 자살충동을 최대한 억제하고 전문기관으로 연결하여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자살 문제뿐만이 아니다. 2009년 4월 20일 첫 상담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용인생명의 전화에 걸려온 전화상담 중 성관계에 대한 상담이 가장 많다고 한다. 성적인 충동을 자제할 수 없다며 전화를 걸어오는 사람도 있고 현재의 성관계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상담을 요청하는 사람도 있다. 그럴 때마다 상담교육을 받은 용인생명의 전화 상담원들은 스스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해주고 용기를 주고 있다.

# 50시간 교육과정 이수해야 봉사활동 가능

   
“만약 누군가가 남편이 술만 마시면 폭력을 휘둘러 죽고 싶다고 말하면 어떻게 대답하시겠어요?” 정 원장은 이런 질문을 던지며 상담봉사자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상담에 관심이 있다고 해도 충분한 교육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는 상담을 해줄 수 없다고 말한다. 따라서 생명의전화에서는 3개월 동안 일주일에 4시간 씩, 총 50시간의 교육을 실시해 상담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상담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있다. 그리고 이 교육과정을 이수한 후에도 매달 상담봉사자들이 함께 모여 전화 상담을 하며 겪었던 혼란과 미숙함을 해결하기 위해 소그룹모임을 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상담과 봉사에 관심은 많지만 실제로 상담봉사자가 되는 것에는 자신 없어 하는 사람도 많다.

정 원장은 이런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의 전화 상담을 직접 해주며 부딪혀 보라고 권한다. 실제 경험이 가장 중요한 교육이며 상담 봉사자 모두 실제 경험을 통해서만 자신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 “현재 12시간 상담, 24시간으로 늘려야”

생명의 전화는 24시간 전화 상담이 가능한 것을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용인생명의전화는 아직 12시간 전화 상담만 이루어지고 있다. 상담봉사자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생명의 전화 교육을 받은 후 실제로 봉사자로 활동하는 사람은 1/3 정도.

한 달에 4시간 씩 두 번의 활동 의무시간을 채운다고 할 때, 하루 6번의 교대가 이루어져야 하지만 현재의 40명이 조금 넘는 봉사자만으로는 24시간 전화 상담이 불가능하다. 지금은 하루에 3교대만 이루어지고 있지만 앞으로 5기, 6기 등 계속 상담봉사자 교육이 이루어지면 곧 24시간 상담도 가능할 것이다.

# 더 많은 후원 이루어져야

용인생명의전화는 한국의 생명의전화 센터 중에서도 가장 마지막으로 개설됐다. 아직 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홍보도 부족한 상황이다. 비영리사회단체로 경기도에서 인가가 나있지만 복지자금은 지원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운영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용인시에서 자살예방사업 지원과 홍보를 위해 더 많은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어요. 다른 곳에서는 지원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반면 용인시는 아직 지원이 많이 부족합니다. 광주에서는 생명의 전화에 대해 초·중·고등학생들에게 홍보를 의무화 하여 학생들도 많은 도움을 받는다고 하는데, 용인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생명의 전화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도움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정 원장의 바램은 더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교육을 받아 24시간 용인생명의 전화를 운영하고, 이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받아 건강한 사회를 이루는 것이다.

(용인생명의 전화/ 문의: 031-898-2448 상담: (전국)1588-9191 (용인)031-897-9182)

<심지원 학생인턴기자 tlawldnjs5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