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이 만난 사람
창조도시 용인정책연구원 공동대표 윤승용
“용인발전위해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할 터”
*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윤승용씨가 지난달 <창조도시 용인정책연구원>을 설립했다. 그를 만나 연구원의 설립목적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다. 연구원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그는 우리신문의 객원논설위원이기도 하다. <편집자 주>
▲ <윤승용 공동대표> 공동대표 단국대 김병량 박사 비롯 문화예술계 인사들 포진 양적 팽창에 걸 맞는 도시발전 위해 모든 역량 발휘 할 터 ‘창조도시론’ 전파 위해 ‘인문학콘서트’ 등 다양한 사업계획 |
△ 창조도시 용인정책연구원을 설립한 목적은?
= 용인시는 지난 7월말 기준으로 인구가 9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용인시 통계에 따르면 현재 용인시 인구는 90만 6066명이고 세대는 32만 2411세대에 달합니다. 경기도 전체 면적의 5.8%를 차지하고 있지만 최근 5년간 연평균 인구증가율이 5.7%로 전국 최고수준을 기록해 용인은 이제 경기도에서 수원, 성남, 고양시에 이어 제4위의 도시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용인시는 이러한 양적 성장의 이면에 ‘난개발’과 ‘교통지옥’이라는 오명이 덧씌워져 있습니다. 양적 성장에 걸맞는 새로운 발전 패러다임을 연구하고 대안을 제시하기위한 방안으로 연구원을 세웠습니다.
△ ‘창조도시’라는 개념이 생소한데요?
= 용인시의 민선4기 행정 슬로건은 ‘세계최고 선진용인’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진보적 도시학자들은 이 슬로건을 보고 어이없어합니다. 허풍도 이런 허풍이 없었던 것이지요.
바야흐로 21세기는 ‘도시의 시대’라고 합니다. 일찍이 미국의 철학자이자 문명비평가인 루이스 멈퍼드(Lewis Mumford)는 자신의 선구적 역저 <역사의 도시, 내일의 도시>에서 “중세도시는 도시의 고향이다. 이탈리아의 피렌체를 비롯한 이 도시들은 모든 건물이 걸어서 갈 수 있도록 배치돼 있고 광범위한 녹지와 공중을 위한 열린 공간을 갖추고 있다. 그 공간에서 공중의 예배, 구경, 집회, 거래, 정치활동이 이루어진다”고 중세도시를 도시의 전범으로 묘사했습니다.
그런데 문명이 발달하면서 인간은 바벨탑을 추구하듯 거대도시를 지향했습니다. 인류의 이러한 욕망은 뉴욕, 파리, 런던, 베이징, 도쿄 등 초거대도시들을 탄생시켰습니다. 최근에는 ‘사막의 신기루’인 두바이까지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어떻습니까? 일본 리쓰메이칸대학 정책과학부 사사키 마사유키 교수는 자신의 저서 <창조하는 도시>에서 “어떤 이는 뉴욕, 런던, 도쿄 등으로 대표되는 ‘세계도시만이 21세기 도시’라고 주장할지 모르지만 나는 21세기는 ‘창조도시’의 세기라고 주장하고 싶다”라고 밝히고 “창조도시만이 현대의 도시가 갖고 있는 모든 문제를 해결해낼 수 있는 대안”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거대재벌의 본사와 금융기관 등의 일극 집중으로 지방권에서 도쿄로 자금이 흡수되어 이러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문화의 도쿄 집중이 심해져 전국 각지에서 젊은 층을 도쿄로 끌어들이는 엄청난 매력을 바탕으로 성장한 ‘세계도시 도쿄’는 이제 1990년대초의 거품붕괴와 함께 거액의 재정적자가 누적됨으로써 파산직전에 직면했다고 평가합니다. 그런 도쿄가 1995년 아오시마 유키오 도지사가 취임하자마자 전임 도지사가 추진했던 ‘세계도시박람회’를 전격적으로 포기하고 ‘세계도시’에서 ‘생활도시’로 대전환을 꾀한 것은 필연적 귀결이었습니다.
뉴욕도 마찬가지입니다. 인류가 문명학적으로 이룩한 최대의 걸작품이라 할 뉴욕은 한때 거대도시를 꿈꾸는 세계 모든 도시들의 모델이었습니다. 뉴욕은 금융산업과 IT산업이 붐을 이루면서 세계도시 리더로서의 위치를 한껏 뽐냈었으나 두 산업의 거품이 빠지면서 역시 몰락의 기세가 완연합니다. 2000년 4월에 시작된 나스닥시장의 하강곡선, 2001년의 알카에다에 의한 9.11테러, 그리고 2007년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시작된 금융위기로 이제 뉴욕은 고사 직전입니다. 아니 심지어 미국 전체가 부도직전입니다.
인류의 ‘인간다운 생활’이라는 전래의 명제를 모르쇠한 채 성장일변도만을 추구했던 인간의 교만함은 이미 과거에도 전조(前兆)가 있었습니다. 이집트나 중동 메소포타미아 지방, 또는 중국 서역지역에서 발굴되는 인류의 유적들은 그러한 흔적들입니다.
최근의 대표적인 경우가 미국 자동차산업의 메카로 불리던 디트로이트입니다. 한때 최고의 성장세를 구가하던 디트로이트는 미국 자동차산업이 사양화하면서 이제 미국 최악의 슬럼도시로 전락했습니다. 이번 원전폭발로 사실상 폐촌으로 전락한 일본 후쿠시마도 경위야 다르지만 마찬가지 경우라 하겠습니다.
‘창조도시론’은 이러한 추세에 대한 반성 기조에서 등장했습니다. 1990년대 중반이후 도시 재생 전략으로서 급부상한 창조도시에 대해 여러 학자들이 정의했습니다. 제인 제이콥스는 이탈리아 볼로냐같은 자생적 경제 시스템을 갖춘 도시를 창조도시라 칭했고, 리처드 플로리다는 창조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창조계층이 선호하는 도시를 창조도시라고 했습니다. 찰스 랜드리는 상상력이 풍부하면서도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도시의 문제를 처리하는 창의적인 도시라고 정의했습니다. 또한 사사키 마사유키는 여러 학자들의 견해를 종합해 ‘인간이 자유롭게 창조적 활동을 함으로써 문화와 산업의 창조성이 풍부하며, 동시에 탈대량생산의 혁신적이고 유연한 도시경제 시스템을 갖춘 도시’라고 정의했습니다. 또한 21세기에 인류가 직면한 전지구적 환경문제와 부분적인 지역사회의 과제에 대하여, 창조적으로 문제해결을 할 수 있는 ‘창조의 장’이 풍부한 도시라고 덧붙였습니다.
지금 세계는 ‘창조도시’ 창조의 붐이 일고 있습니다. ‘차없는 도시’를 꿈꾸는 독일의 프라이부르크, ‘지구에서 환경적으로 가장 올바르게 사는 도시’(타임), ‘세계에서 가장 현명한 도시’(US News & World Report)로 평가받는 ‘창조도시의 교과서’ 브라질의 꾸리찌바, 중세의 조그만 도시에서 중소기업과 농산물 집산기능이 성공적으로 조화를 이룬 볼로냐, 내전과 폭력, 부정부패, 높은 실업, 빈부격차로 허덕이던 3류 도시에서 ‘제2의 꾸리찌바’로 재탄생해가고 있는 콜롬비아의 보고타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지요.
= 용인은 곧 인구가 100만을 넘어설 것입니다. 대개의 도시들은 인구 100만을 기점으로 발전 패러다임을 재정립해야 합니다. 용인도 마찬가지입니다. 도시와 농촌이 적절하게 어우러진데다 서울로부터 새로 전입해온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거주하고 있는 용인은 창조도시로서의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러한 조건들을 잘 조합해서 진정한 의미의 창조도시로 탈바꿈시키고 싶습니다.
△ 구체적인 사업계획은.
= 우선은 연구작업을 하면서 시민들에게 창조도시론을 전파하는 일도 병행해나갈 예정입니다. 당장은 ‘창조도시 인문학콘서트’를 계획 중입니다. 창조도시론에 앞장서고 있는 학자와 전문가들을 격주에 한 번씩 초청해 강연을 듣고 시민들과 함께 토론하는 축제의 한마당을 만들어 볼까 합니다. 이를 위해 이 지역 시민단체, 그리고 용인시와 강남대가 공동으로 설립한 용인발전연구센터와도 협의할 생각입니다.
△ 연구원에 참여한 사람들의 면면은?
= 저와 도시계획 전문가인 단국대 사회과학대학 도시지역계획전공학부 교수겸 부총장인 김병량 박사가 공동대표를 맡았습니다. 또한 양승학 전 용인시의회 의장, 김대곤 원광대 부총장, 김태랑 전 국회사무총장, 이두엽 국립군산대학교 겸임교수 등이 상임고문을 맡았고 자문위원으로는 김명곤 전 문화관광부장관, 개그맨 전유성 (예원예술대학교 교수), 손혁재 성공회대학교 교수, 황태규 우석대학교 교수(전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전문위원), 안도현 시인 등이 참여했습니다. 저희 홈페이지(http://creativeyongin.com)를 방문해서 격려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대담 = 본지 발행인 김종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