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림을 주는 시 한 편-79
천천히 먹어, 라는 말은
이인원
팔팔 끓어오르는 된장국 속 건지들처럼
모처럼 일찍 귀가한 네가 무지 반갑다는 말,
혼자선 슴슴했던 두부 부침을
넌 천배백배 더 구수하게 느끼기를 바라는 말
생선가시 하나하나 발라주며
낮에 있었던 일을 살짝살짝 염탐해 보려는 말
볼이 미어터지는 네 허겁지겁을
코앞에 붙어 앉아 은근히 즐기고 싶다는 말
네가 밥 한 숟갈 먹는 동안 나는
고팠던 너를 두 숟갈은 떠먹겠다는 말
물바가지에 띄운 버들잎 대신
시시콜콜 내 간섭을 숭늉처럼 후후 불어가며 마시라는 말
사랑하는 이를 위해서 밥을 지어본 적 있는 사람은 알 수 있지. 밥과 함께 제 마음도 구수하게 익어간다는 것을. 밥이 뜸 들기를 기다리는 그 짧은 시간에도 뜨거운 마음을 참지 못하고 사랑하는 이가 걸어오고 있을 창밖을 내다보며 손짓하던 사람들이여! 어느 날 갑자기 밥하는 일이 귀찮아지거든 밥통을 들여다보시라. 당신 마음이 밥보다 먼저 식지는 않았는지, 사랑을 속삭이던 뜨거운 입김이 벌어진 마음 틈새로 밥물처럼 빠져나가진 않았는지…….
박후기 시인 hoogiwoog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