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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을 주는 시 한 편-80|감기|김어영



                                                               감기

                                                                                                             김어영

토요일 오후
감기가 찾아와 붙어 지내다
함께 의사를 찾아가
독한 알약을 처방받았다

집에 돌아와
혼자 방에 누웠는데
어느새 뒤쫓아 온 감기가
곁에 눕는다

할 수 없이
밤새 같이 앓았다

늘 곁에 두긴 했으나 20여 년 가까이 깊이 모르고 지내던 감기가 찾아왔다. 모르는 척, 몸 돌보지 않는 내가 괘씸했는지 이번에 나갈 기미가 없다. 열흘째 전신을 앓고 또 앓는다. 아예 몸속에 살림을 차린 모양이다. 아, 아프지만 어쩌겠는가 내가 좋다는데 당분간 안고 살아가야지. 감기 쫓아낸다고 내 몸을 새벽 문밖에 내놓을 수도 없고, 그래 가는데 까지 가보자. 아직 갈 길 먼 저 혼절의 시간들을 보듬으며…….
박후기 시인 hoogiwoog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