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림을 주는 시 한 편 - 99
자루 속에는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 길이 없다
늙으면 속부터 썩어 가느니, 겨우 매달린 단풍 몇 잎으로 제 아무리 비단을 두른다한들 ‘헐렁거리는 자루’일 수밖에. 늙고 삭아 고목이 된 것이 죄는 아닐 것이나, 텅 빈 구멍마다 시멘트 쳐 바른다한들 제 살붙이와 같을 것인가. 살아남은 것이 죄가 되는 날들이 다가오거늘, 죽음이 코앞인데도 욕심 버리지 못하고 살아갈 날 아득한 어린 생목(生木)의 앞길을 짓이기며 굴러 내려와 물길을 막고 있는 썩은 고목이여, 욕망의 못된 가지여! 너는 어찌 대못이 되어 타인의 살(肉)을 찌르고 숲의 미래를 망치고 있는가. 무덤이 둥근 이유를 네가 알면 좋으련만, 너의 욕심은 무덤 속까지 손을 뻗치고 있구나. 박후기 시인 hoogiwoog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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