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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획

"여성이니까" 차별 곤란...능력 평가해야

세계적으로 여성 국가 지도자는 몇 명일까. 1974년 세계 첫 여성 대통령인 아르헨티나의 에바 페론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여성 대통령은 29명이다. 그중에서 아시아에는 5명이 있다. 여성 총리는 36명(연임 횟수로는 44회). 1960년에 스리랑카에서 세계 첫 여성 총리가 나왔다.

우리나라에는 지난 2006년 첫 여성 총리가 있었고, 2007년에 여성대통령 출마 의지가 표명되기도 했으나 여성 대통령 후보가 결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남성 후보와는 달리 유일한 여성 대통령 후보를 놓고 아직 우리나라에서 여성대통령은 시기상조라는 견해와 여성이 대통령을 해야 한다는 등 견해가 분분하다. 이런 반응은 남녀 모두에게서 마찬가지다.

이는 단지 여성 리더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그런 것이고, 정치적 입장 등이 개입하면 입장과 견해는 더욱 분분해진다.

 

   

 

단순하게 여성이라는 입장에서만 봤을 때 신라시대의 선덕여왕 진성여왕 진덕여왕 3명의 여왕 이래 여성 지도자는 1000여년 만에 처음 거론되는 일이다.

인구의 절반이 남자이고 절반이 여자인데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 오랜 세월동안 고작 3명일까.

대통령 후보만 해도 줄을 잇는 남성 후보들과는 달리 유일하게 딱 한명의 여성 후보. 이런 상황만을 고려하면 여성 유권자들은 무조건 여성편을 들어야 한다. 그러나 역사의 흐름 속에 모든 상황이 바뀌었다.

현대 여성들은 뿌리 깊은 여성 차별의식에서 어느 정도 자유롭기 때문에 후보가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표를 던져줄 수 있는 시대는 아니다. 그렇다고 남녀 차별 속에 살아온 여성이라고 해서 여성편을 들을 리는 더욱 만무하다. 뿌리 깊은 여성 차별이 스스로의 머리 속에 각인 돼 여성 스스로가 여성을 차별한다. 물론 개개인에 따라 차이는 있을 수 있다.

어찌됐든 신분에 의해 왕이 되던 과거와는 달리 국민의 투표로 대통령은 결정된다. 되고 안 되고는 순전히 국민 개개인의 손에 달렸다.

여전히 뚜렷한 소신 없이 투표하는 국민이 많을 지라도 어찌됐든 그들 마음에 달렸다. 그래서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여성의 역사는 억압과 차별로 점철돼 있다. 우리나라 조선시대만 그러한 것도 아니다. 세계적으로 여성은 억압받고 차별받는 존재였다.

고대부터 중세, 근대에 이르기까지, 아니 불과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여성에 대한 차별의식이 팽배해 있었음을 우리는 안다. 현재는 여성해방에 앞장섰던 많은 여성들의 노력으로 그나마 상황이 많이 나아진 편이다.

그런데도 그 오랜 기간 동안의 관습 때문인지 여성 스스로가 남성에 비해 열등하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여성 대통령에 대해서도 후보의 능력 여부에 대한 검토 보다는 여전히 여성이 뭘 하냐는 생각을 하는 여성들이 많다. 더군다나 그것이 정치일 때는 더욱 거부감을 갖는다.

모든 게 앞서나갈 것 같은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2008년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도 여성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을 놓고 논쟁이 뜨거웠다. 같은 여성 운동가들 사이에서도 입장 차이가 뚜렷했다.

찬성 하는 측에서는 뿌리 깊은 여성 차별의식을 논하면서 힐러리의 능력이 뛰어난데다가 여성이기까지 해서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오바마를 지지했던 페미니스트들은 힐러리가 전형적인 남성적 정책을 내놓을 뿐만 아니라 낡고 기득권에 가득 차 있음을 지적했다.

여성 인권을 찾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된 것은 세계적으로 100여년 남짓에 불과하다. 그것도 깨인 여성들의 피나는 노력에 의해 어렵사리 쟁취해 얻어졌다. 오늘날 현대의 여성들은 사회에 진출하고 상급 학교로 진학하는 것을 숨 쉬는 일처럼 너무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여기지만 과거에는 꿈도 못 꿀 일이었다.

우리나라도 불과 1970~80년대만 해도 가부장적이고 남존여비적 사회에서 여성의 사회 진출 자체, 혹은 사회 생활을 하는 가운데서도 진급이 쉽지 않았고, 여성이 학업을 계속 한다는 것도 사치처럼 여겨졌다.

“시집 잘 가면 되지 공부는 무슨 공부. 여자 팔자 뒤웅박 팔자”라며 딸을 훈계했던 게 30여년전 일이다.

그동안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여성은 애 낳고 키우는 존재, 집안일 하는 존재에 불과했다. 출산과 육아, 모성애, 인류애의 가치는 늘 남성 중심적이고 남성 우월주의 앞에 통째로 하찮은 것으로 무시당했다. 더욱이 집안에만 머물다보니 교육기회와 사회정치적 권리는 물론 경험을 쌓아 올릴 기회가 없었다.

유교 국가였던 조선시대의 뿌리 깊은 여성차별은 오늘날까지도 우리 사회에 영향을 미친다.

조선시대의 남성의 일은 오로지 학문과 사회 정치적 진출인 반면, 여자는 학문 자체가 흉이 되고, 아예 기회마저 박탈당하던 시대였다. 쓰개치마 쓰고 다니던 시절에 사회 진출은 꿈에도 없었다.

아무리 똑똑한 여성이라도 여성의 도리를 배우는 외에는 여성의 교육 기회는 원천 차단됐다. 베짜고 바느질해서 집안 경제를 책임지고, 집안 살림하고 아이 낳고 키우면서 남편 뒷바라지 하는 일을 평생의 업으로 삼으며 살아야 했다.

이런 세월이 오래다보니 우주로 로켓이 날아다니는 시대에도 여전히 여자가 뭘 하겠냐는 의식이 남아 있다.
매스컴도 한몫 거든다. 특히 드라마 속에서 여성의 모습은 한결같이 남성 위주로 짜여진 틀 속에 여성은 뭔가 부족하고 어리석은 존재, 보조적 존재, 시집살이 존재, 가정살림을 잘 해야 하는 존재, 내조 잘하는 부인, 현명한 어머니, 혹은 집안일과 사회 일을 다 잘해야 하는 슈퍼우먼, 못하면 문제 여성으로 등장하고 있다.

현대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환경 모든 분야가 급변하고 있다.

급변하는 시대에 잘 대처하고 현재를 잘 이끌고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한 시대다. 능력과 정체성과 역사인식과 리더십을 갖춘 지도자여야 한다.

여성이라고 차별받아서는 안 되고, 또한 여성이라서 뽑아주는 역차별이 되어서도 안 된다. 여성이라고 여성정책에만 치우치는 정책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

진정한 인류의 진화, 역사의 진화, 정치의 진화를 위해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철저한 검증을 통해 나라의 리더를 뽑는 과제가 주어져있다. 과연 우리는 누구에게 표를 던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