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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을 주는 시

눈물의 방


김정란


눈물 속으로 들어가 봐
거기 방이 있어

작고 작은 방

그 방에서 사는 일은
조금 춥고
조금 쓸쓸하고
그리고 많이 아파

하지만 그곳에서
오래 살다 보면
방바닥에
벽에
천장에
숨겨져 있는
나지막한 속삭임 소리가 들려

아프니? 많이 아프니?
나도 아파 하지만
상처가 얼굴인 걸 모르겠니?

우리가 서로서로 비추어 보는 얼굴
네가 나의 천사가
내가 너의 천사가 되게 하는 얼굴

조금 더 오래 살다 보면
그 방이 무수히 겹쳐져 있다는 걸 알게 돼
늘 너의 아픔을 향해
지성으로 흔들리며
생겨나고 생겨나고 또 생겨나는 방

눈물 속으로 들어가 봐
거기 방이 있어

크고 큰 방







삶이 감동만 이어지는 게 아니라는 건 학교를 마치고 사회로 나와 한두 달, 혹은 결혼 후 몇 년 살다보면 알게 된다. 감동과 서러움과 기쁨과 후회와 서글픔이 섞어찌개처럼 한데 섞여 우리와 한 방을 쓰며 살아가듯이, 그 맵고 씁쓸하고 달콤하고 아린 것들의 궁극에는 눈물 방이 있다. 슬퍼도 눈물이 흐르고 기뻐도 눈물이 흐른다. 사랑하는 이가 떠나도 눈물, 사랑한다는 말을 들어도 눈물, 슬픈 영화를 보다가도 눈물을 흘린다. 눈물은 강물처럼 흐르나 그 시작도 알 수 없고 끝도 알 수 없다. 우리 몸은 나이가 들면서 점점 몸속의 수분이 빠져 나간다. 늙는다는 것은 피와 살이 말라가며 몸에 가뭄이 든다는 얘기인데, 유독 두 눈에만 그렁그렁하게 눈물이 넘쳐난다. 그것은 두 눈이 우리 몸에서 가장 깊은 곳에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눈물이 마음 속 가장 깊은 곳에 고여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가뭄이 든 저수지에서 가장 깊은 곳의 물이 가장 나중에 마르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