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마음을 숨기고 남을 대하는 것
집 밖을 나서면 나를 유혹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 은행이든 상점이든 공항이든 들어서는 순간 상냥한 목소리로 “안녕하십니까. 어서 오십시오.” 입가에 환한 미소로 간도 녹인다. 저들이 친절한 것은 당신이 좋아서가 아니라 약자이기 때문이다. 오해하지 마라. 약자를 사랑해서란 의미가 아니다. 아직도 당신에게 뜯어먹을 것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는 약자를 뜯어먹고 사는 사회 구조로 되어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가슴을 쥐어뜯으며 돈을 안 쓰려고 발버둥치지만 그럴수록 돈은 더 쉽게 빠져나간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지만 오늘날의 젊은이는 그마저 살 돈 조차도 없다. 말이 좋아 돌고 돌아 돈이라지만 가난한자의 주머니에 돈은 절대로 돌고 돌지 않는다.
가난을 마치 죽어도 못 잊을 기둥서방처럼 붙들고 살다가 죽을 때쯤이면 자식에게 그 몹쓸 기둥서방을 대물림 하고 죽는다. 그 놈의 웬수? 같은 가난. 이는 가난한자가 치러야할 삶의 허약성이자 고통이다. 사는 게 고역(苦役)이란 말이 이를 두고 한 말이다.
이를 꿰 뚫어본 것이 마태복음의 달란트 비유다. 다섯 달란트 받은 거부와 두 달란트 받은 부자와 한 달란트 받은 가난한자 이야기가 달란트 비유의 요지다. 이미 출발부터 불공정한 게임이다. 결론으로 말하면 두 달란트 받은 문재인과 안철수가 단일화를 해서 다섯 달란트 받은 박근혜를 치겠다는 건데 이에 대한 희생양이 다름 아닌 한 달란트 받은 힘없고 가난한 국민들이라는 것이다. 지금 강호에는 단일화 얘기가 톱뉴스다. 내가 아닌 상대방이 양보할 것을 전제로 단일화를 시도 했다면 이는 욕심을 넘어 사특함이고 단일화 과정에서 단일화가 깨졌을 경우 교묘한 술책으로 상대방에게 책임을 덮어씌워 낙마 시킨다면 이는 간특함이다.
숨길 닉(匿)밑에 마음심 있는 것이 특(慝)이다. 속마음을 숨기고 남을 대하는 것이다.
바야흐로 없는 서민들이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겨울이 왔다. 12월 19일, 훌륭한 대통령이 나와서 국민 모두가 훈훈한 겨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