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05 (목)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우농(愚農)의 세설(細說)

노짱 폐족(廢族)의 수장(首長) 문재인의 운명.

우농의 세설

의지는 운명을 이긴다. 그러나 의지가 약했던 사내. 독재자와 혁명가라는 미완의 이름을 가진 불세출의 인물 박정희는 1972년에 유신(維新)을 선포했다. 그때가 1972년 10월 17일이다. 두 달 뒤 12월 17일에 유신은 명실상부한 헌법으로 시행된다. 1953년생인 문재인은 1972년 대학에 입학했고, 유신반대 투쟁 선봉에 독재 타도를 외치다 1975년에 수감됐다. 출감 후 신체검사도 없이 검은 베레모 특전사로 강제 징집됐고 거기서도 살아 돌아왔다.

당시 유신의 딸 박근혜는 1년 전 문세광의 흉탄에 서거한 어머니를 대신해 유신정권의 퍼스트레이디로 왕성한 활동 중이었다. 그리고 40년 하고도 이틀 후 2012년 12월 19일 독재 타도를 외치던 열혈청년 문재인은 인권변호사가 되어 과거 유신 헌법만이 살길이라며 외치던 독재자의 딸과 대통령 선거라는 타이틀 매치로 맞짱을 뜬다. 결과는 문재인이 패했다. 독재자를 타도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민주주의 제도가 독재자의 딸을 합법적으로 대통령을 만든 것이다.

기원전 399년 501명의 배심원 중 280명이 가결하여 사형이 확정된 재판이 있었다. 악법도 법이다. 이를 외치며 죽어갔던 소크라테스의 재판이다. 사형선고 이유가 불온사상 유포 죄. 이에 수제자 플라톤은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회의를 갖는다. 유식하지 못한 다수가 유식하지 못한 생각으로 유식인을 죽인다는 게 이유다.

문재인은 유신 반대투쟁부터 국회의원 선거 당내 경선 등 수많은 싸움을 알몸으로 이겨왔다. 그리고 마지막 전투에서 패했다. 99번 싸워 이기고 100번째 싸움에서 진 항우를 연상케 한다. 패인이 뭘까. 젊은 날 목숨 걸고 항거하던 열혈청년의 기백에 기름이 낀 것은 아닐까.

강호의 고수들이 강자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알몸으로 맞섰기에 견딤이 쓰임을 낳게 한 것이다. 순탄하게 살아온 사람은 세상을 못 바꾼다. 눈물 젖은 빵 한 조각 먹어 본 적이 없는 안철수 정도의 삼류백면서생에게 의지하려고 했던 문재인.

문재인은 “저의 실패이지 새 정치를 바라는 모든 분의 실패가 아니다.” 라는 패장 선언문을 남겼다. 결국 새로운 미래를 일궈야 할 정치적 책임 또한 문재인의 운명이 아닐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