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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을 주는 시 한 편 - 146|몽유산책|안희연

울림을 주는 시 한 편 - 146


몽유 산책


안희연


두 발은 서랍에 넣어두고 멀고 먼 담장 위를 걷고 있어

손을 뻗으면 구름이 만져지고 운이 좋다면
날아가던 새의 목을 쥐어볼 수도 있지

귀퉁이가 찢겨 있는 아침
죽은 척하던 아이들은 깨워도 일어나지 않고

이따금씩 커다란 나무를 생각해

가지 위에 앉아있던 새들이 불이 되어 일제히 날아오르고
절벽의 호주머니 속에서 동전 같은 아이들이 쏟아져 나올 때

불현듯 돌아보면
공중에 매달려 있는 사람이 있다
거의 사라진 사람이 있다

땅속에 박혀 있는 기차들
시간의 벽 너머로 가고 있는

귀는 흘러내릴 때 얼마나 투명한 소리를 내는 것일까

나는 물고기들로 가득한
어항을 뒤집어 쓴 채


이 모든 게 꿈이라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이 모든 현실이 꿈이라면 우리는 그저 깨어날 일만 걱정하며 살아갈 텐데……. 과거에 저당 잡힌 미래 따윈 안중에도 없이 우린 오늘만을 즐기며 살아갈 텐데, 사랑할 텐데……. 나비가 되어도 좋고 잔나비가 되어도 좋은 게 꿈이지만, 현실에서까지야 그럴 수는 없지. 나비가 될 수는 없고 잔나비가 될 수는 없고……. 그저 나비처럼 날아다니며 돈 벌고, 그저 잔나비처럼 재주 부리며 돈 벌어야지. 언제나 꿈보다 해몽을 믿고 살아야지. 아무렴, 그래야 하고말고.

박후기 시인(hoogiwoog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