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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을 주는 시 한편 - 148 |11월,다섯줄의 시 |류시화

울림을 주는 시 한편 - 148


11월, 다섯 줄의 시


류시화


차가운 별
차갑고 멀어지는 별들
점점이 박힌 짐승의 눈들
아무런 소식도 보내지 않는 옛날의 애인
아, 나는 11월에 생을 마감하고 싶었다.









하이쿠를 말하며 한 줄도 너무 길다고 했지만, 다섯 줄은 너무 짧다. 인생이 그렇고, 시가 그렇고, 시인의 종말이 그러하다. 스물여섯 살에 죽은 이상(李箱)은 그 선이 짧고 굵으며, 85세에 생을 마친 미당(未堂:서정주)은 가늘고 길게 끌고 갔다. 하지만 마흔 두 살에 죽은 박정만은 무언가 아쉽게만 느껴진다. 가늘지도 굵지도 않은 나이, 이름 하여 사오십……. 그 옛날의 애인은 잘 살고 있는지 더 이상 궁금해 하지 마라. 사랑은 일 년도 너무 길고, 사람 인생 오십은 너무 짧아서 몇 번의 사랑을 갈아치운 후에야 우리는 차가운 별이 되어 고요히 잠드는 것인지 알 수 없으니.

박후기 시인 hoogiwoog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