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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을 주는 시149 |녹턴|김혜선

울림을 주는 시 한 편-149


녹턴


김혜선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피아노를 치네
스물세 명, 할배 할매
늙은 개 두어 마리 왔다 갔다 하는
섬마을 폐교 운동장에서
하릴없던 양귀비꽃이
변소 벼르박에 그린 노란 눈 염소가
말라가던 미역이 귀를 세우고
쇼팽을 듣네

마요르카 섬을 울리는 바람소리
상드의 치맛자락에 스치는 밤공기
찻물은 끓어 넘치고
올리브 잎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쇼팽이 듣네

달빛이 밤바다에 물수제비를 뜨면
날아가 낯선 별, 내 지하방 천장에 박혔네
누워도 누워도 낮은 방은 감귤처럼 뭉그러져
꿈속까지 얼룩은 번지는
지하방은 아편 먹은 유령선처럼 떠돌고
나는 떨어진 별이 굴러다니는
소리를 들었네

올리브 잎에 떨어진 빗방울이
피아노 위를 구르네
꾸덕꾸덕 폐교처럼 말라가던 작은 섬이
귀를 열고 가만히
시간의 결이 멈추는 풍경을
듣고 있네

음악은 나를 아주 먼 곳까지 데려다 주었다. 물론, 그 먼 곳에서 다시 돌아오는 것은 어디까지나 내가 알아서 할 일이었지만, 적어도 음악만큼은 술집 주인처럼 나를 집으로 돌려보내려 하지 않았다. 음악을 모르고 늙어간다면, 그것만큼 불쌍한 일은 없을 것이다. 당신이 음악을 듣는 동안 시간은 멈출 것이며, 음악은 그 누구도 들어주지 않는 당신 마음 속 이야기를 얼마 간 들어줄 것이다.
박후기 시인(hoogiwoog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