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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규 시인의 시로 쓰는 편지 25 |내 마음속 당나귀 한 마리 |이홍섭

이은규시인의 시로 쓰는 편지 25

내 마음속 당나귀 한 마리

이홍섭

내 마음속에는
언제부터인가 당나귀 한 마리 살고 있다
귀가 몹시 커다랗고
고개를 잘 숙이는 당나귀

그 당나귀가
잘 우는 당나귀인지, 잘 안 우는 당나귀인지
나는 모른다 그러나 오랜 친구를 찾아가거나
힘없이 느린 걸음으로
이 도시의 외곽을 배회할 때
어느덧 내 마음 속에 들어와
커다란 눈망울을 굴리는 당나귀 한 마리

나는 이 당나귀가 좋아
풀만 먹고 하루를 보낼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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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 존재의 이야기. 시적 주체는 고백합니다. “내 마음속에는/언제부터인가 당나귀 한 마리 살고 있다”고 말이지요. 커다란 귀를 늘어뜨리고, 무슨 일인지 자주 고개를 숙이는 당나귀. 고백이 이어집니다. “그 당나귀가/잘 우는 당나귀인지, 잘 안 우는 당나귀인지/나는 모른다”고 하네요. 그러다가 마음속 그 존재가 또렷해지는 순간이 있답니다. “오랜 친구를 찾아가거나/힘없이 느린 걸음으로/이 도시의 외곽을 배회할 때” 말이지요. 문득 아지즈 네신의 ‘당나귀는 당나귀답게’라는 제목의 이야기가 떠오르네요. 사람처럼 말하는 당나귀와 당나귀처럼 우는 사람이 등장하기도 하지요. 과연 우리의 마음속에는 어떤 존재가 살고 있을까요. 어지러운 시국이지만 그 무엇보다도 마음에 귀 기울일 때가 아닌가 합니다. ‘마음의 사회학’이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커다란 눈망울을 굴리는 당나귀 한 마리”를 만나게 되면, 가만히 바라보아야겠지요. 조용히 들어야겠지요. 눈망울의 전언을!


이은규 시인 yudite2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