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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규 시인의 시로 쓰는 편지 42 |제주도 |허만하

이은규시인의 시로 쓰는 편지 42



제주도

허만하



멀리 짐승 발자국 하나 없는 흰 설원 한가운데서 정면으로 목쉰 바람소리 향하여 서 있는 한 그루 나목의 꿈 안에 5월의 숲 연두색 반짝임이 있듯, 빛나는 은백색 갈치 길이 끝에 너울지는 검푸른 겨울 바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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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세상의 모든 겨울 바다를 선물합니다. 나목 한 그루가 설원을 마주하고 서 있네요. 짐승의 발자국도 다녀가지 않은 설원을 말이지요. 약속처럼 바람이 불어오는데, 과연 정면으로 목이 쉰다는 건 얼마만큼의 울음을 담보로 하는 것일까요. 그렇게 한 그루 나목이 홀로 우뚝합니다. 꿈이라는 단어와 결을 함께 하는 연두색은 언제나 눈부시지요. 돌돌, 수액으로 돌고 있을 연두색. 그 색에서 피어오르는 건 식물의 살냄새가 알맞겠지요. 잠시 살펴보면, 허만하 시인은 다음과 같이 적고 있습니다. “나는 논리의 뼈대로만 이루어지는 연설과 모놀로그의 허황함을 기피하는 제3의 길에서 시의 모습을 찾고 싶었다. 나는 내 글에서 풍기는 살냄새를 애써 지우려 하지 않았다. 그것이 내 실존의 향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시의 근원을 찾아서』, 랜덤하우스 중앙, 2005)라고 말이지요. 이제 우리는 은백색 갈치들이 너울거리는 겨울바다의 풍경 속으로 출발.

이은규 시인 yudite2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