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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찌질이 루저의 칼질이 테러라고?

<우농의 세설>

<우농의 세설>

찌질이 루저의 칼질이 테러라고?

박학불무택(博學不務擇) 특정 학문을 고집하지 않고 여러 학문을 공부하는 것의 달인 양천후인(陽川后人) 미수 허목은 수암(守菴) 박지화(朴枝華 1513-1592)의 문인이다.

서자 출신으로 화담(花潭) 서경덕(徐敬德 1489-1546)문도인 그는 솔잎만 먹고 살았으며 곡식을 입에 대지 않았다 한다. 의복은 딸랑 한 벌의 베옷으로 잠을 잘 때는 책을 베개 삼아 15일은 좌로 눕고 15일은 우로 누워서 자는데 베옷은 언제나 방금 풀 먹여 다림질한 듯 벼리가 서있었다 한다.

하루는 제자 미수 문(問), 어찌 주무시고 났음에도 옷이 후줄근하지가 않을 수 있단 말입니까. 수암 답, 지천명의 나이가 되면 옷을 어떻게 입어하는지 잠을 어떻게 자야하는지 알게 될 걸세. 모름지기 남아는 오십이 되면 옷에 주름이 잡히면 안 되지. 남아는 옷의 태가 살아 있음을 보고 수양(修養)의 고저를 알지. 남아의 옷은 곧 강기목 <벼리>이니라 <강기목야(綱紀目也)>.

얼마 전 현 정권에게 불감청고소원(不敢請固所願), 마치 울고 싶은데 때려준 꼴이 발생했다. 오십 중반 왼손칼잡이 미제가자(未齊家者) 기초생활수급대상자인 혹자의 칼질에 미국 대사 얼굴이 80바늘 꿰매는 상황이 발생했다. 방송은 그를 종북, 친북, 무슨 주의자, 테러리스트라며 거창하게 떠들지만 훈장의 눈엔 그저 이문영 선생이 말한 겁 많은 자의 용기가 아닌 세상에 적응 못한 찌질이 루저의 칼질 일뿐이다.

대장부가 어떤 행위를 할 때는 거기에 걸 맞는 명분이 있어야 한다. 그 명분에는 그에 준하는 예복을 입는다. 그날 사건 현장에서 그가 입은 옷은 후줄근한 똥색 개량한복. 일류 옷걸이가 입어도 뽀대가 쉽지 않다는 그 옷. 오리 이원익의 손서(孫壻) 미수에게 왕이 궤장을 내리자 미수 왈, “신의 나이 82세입니다. 다섯 가지를 두고 평생을 힘써왔으나 아직 하나도 이루지 못해 부끄러울 따름입니다”라고 했다. 그가 부끄러워한 다섯 가지란 입을 지킴이요, 몸을 지킴이요, 마음을 지킴이요, 먹는 것을 지킴이요, 의복을 지킴이다.

입을 지키면 망언(妄言)이 없고, 몸을 지키면 망행(妄行)이 없고, 마음을 지키면 망동(妄動)이 없고, 먹는 것을 지키면 망식(妄食)이 없고, 의복을 지키면 몸에 화가 없다. 형가가 진시황을 시해(弑害) 하러 갈 때 고점리가 전 재산을 팔아서 가장 비싼 옷을 해주며 왈, 옷은 예(禮)이며 또한 추상(秋霜)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