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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도시계획 조례 재상정 … 사상초유 욕설·고성·막말 본회의

100만 용인시 민낯 … 의회민주주의·시민의식·정치력 ‘실종’

용인시 처인구와 기흥구 지역 개발행위 경사도 기준을 비롯한 각종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도시계획 조례 개정안 통과 여부를 두고 용인시의 민낯이 여과없이 드러났다.
욕설과 고성으로 얼룩지며 민주주의 대의기관인 시의회에서 조차 사라진 대화와 타협, 시 집행부의 밀어붙이기식 안건 상정, 회의규칙도 지켜지지 않고 있는 본회의 운영, 실종된 시의회 의장의 정치력과 시민의식 등이 100만 대도시 입성을 눈앞에 둔 용인시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줬다.
시의장 선출을 두고 지난해 개원 초반부터 내홍을 거듭해 온 제7대 시의회에는 ‘역대 최악’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지역정가를 비롯한 시의회 내부에서는 지난 5대 시의회 당시 벌어졌던 사상초유의 ‘시의장 탄핵’까지 거론되고 있어 시의회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9일 시의회 본회의장. 이날 시의회 본회의장에는 평소와 달리 유독 많은 주민들이 방청석에 자리했다.
지난 197회 당시 상정됐다가 도시건설위원회에서 의결 보류된 ‘용인시도시계획 조례 개정안’이 상임위를 통과해 본회의에 상정되자, 이를 찬성하는 처인구 주민들과 반대하는 기흥구 주민들이 참석한 것.
개발행위 허용 경사도 등 각종 개발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도시계획 조례 개정안은 지난달 입법예고 직후부터 ‘도시 균형개발을 위한 규제완화’와 ‘난개발 조장’이라는 양측의 의견이 평행선을 그려왔다.
이날 본회의 파행은 회의시작 전부터 예견됐다. 새정치 민주연합 박남숙 의원이 상임위를 통과한 조례안 상정에 반대하는 5분 자유발언을 신청하면서다.
박 의원은 연못의 물을 모두 퍼내 고기를 잡는다는 뜻의 ‘갈택이어(竭澤而漁)’를 빗대 “눈 앞의 이익만 추구해 먼 장래를 보지 못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집행부의 회유로, 조례 보류 한 달 만에 토씨하나 안 바뀐 조례를 심의해 상정했다”며 “시의회는 집행부의 시녀가 아니다. 의원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권한이 시민이 줬다는 걸 기억하길 바란다”며 동료 의원들을 질책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홍종락 도시건설위원장이 10분 정회를 요청한 뒤 박 의원을 향해 “우리가 시장의 시녀고 꼭두각시란 말이냐”며 고함을 질렀고, 동료 의원들도 고성을 내기 시작하면서 소란스럽자 의장이 2시간 정회를 선언했다.
이후 수차례 정회를 거듭하다 기흥구의 경사도 기준 완화를 제외한 수정안이 제출됐고, 표결 끝에 부결(정원 27명 중 26명 참석·반대 14표, 반대 11표, 기권 1표)됐다.

   
수정안이 부결된 뒤 이 조례 원안 표결을 앞두고 투표방식 논란이 이어졌다. 시의원들은 정회 시간을 통해 전체 회의를 열고 투표방식으로 ‘무기명 투표’를 결정했지만, 회의에 의도적으로 불참한 유진선, 소치영 시의원이 이를 거부하고 나서며 방청객을 비롯한 본회의장 소란은 더욱 거세졌다.
회의를 속개한 신 의장은 방청객들의 고성이 이어지자 “의사 진행에 방해가 된다”며 방청객 퇴장 명령을 내렸다.
새정치연합 시의원들은 또 다시 회의를 열고 ‘도시계획 조례안 반대입장’을 당론으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다선 시의원들이 유진선, 소치영 의원의 입장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김대정 당대표 시의원이 지역 국회의원들과 협의한 뒤 당론을 결정하자 따르기로 결정했다.
새정치연합 측은 본회의 속개 후 무기명투표 방식이 진행될 경우 표결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새누리당 측은 본회의 속개를 미뤘다. 새정치연합 시의원들이 불참할 경우 본회의 의결 정족수를 맞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은 새정치연합 소속 처인구 지역 시의원들이 ‘정치적 해당행위’을 결심하며 종결됐다. 도시개발민원이 많은 처인구 지역의 경우 해당 조례가 부결되면 1년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처인구 지역 최원식, 이제남, 남홍숙 시의원은 시의회 새정치 측의 당론결정에도 불구, 백군기 국회의원(처인구지역위원장·비례)과 협의 후 본회의 표결에 참여했다.
투표결과 찬성 15표, 반대 1표로 조례안이 원안 가결되자 방청객과 조례안에 대한 반대의사를 밝힌 의원들의 감정이 폭발하며 고성이 오갔다.
일부 시의원들은 서로에게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내뱉었고, 이를 본 시민들 역시 표결에 참여한 시의원들에게 원색적인 비난과 고성을 이어갔다.
결국 이날 본회의 사태는 밤 9경까지 이어지다가 시의회 측 요청으로 공권력이 투입 된 뒤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