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08 (일)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이은규 시인의 시로 쓰는 편지 59 |좋은 언어 |신동엽

이은규시인의 시로 쓰는 편지 59


좋은 언어

신동엽



외치지 마세요
바람만 재티처럼 날려가버려요.

조용히
될수록 당신의 자리를
아래로 낮추세요.

그리고 기다려보세요.
모여들 와도

하거든 바닥에서부터
가슴으로 머리로
속속들이 굽이돌아 적셔보세요.

하잘것없는 일로 지난날
언어들을 고되게
부려만 먹었군요.

때는 와요.
우리들이 조용히 눈으로만
이야기할 때

허지만
그때까진
좋은 언어로 이 세상을
채워야 해요.

--------------------------------------------------------------------

좋은 언어와 좋은 세상을 나란히 꿈꿔봅니다. 신동엽 시인은 한 산문에서 다음과 같이 적고 있지요. “지금은 싸우는 시대다. 언어가 민족의 꽃이며 그 민족의 공동체적 상황을 역사 감각으로 감수 받은 언어가 즉 시라고 할 때, 오늘처럼 조국과 민족이 그리고 인간이 굶주리고 학대받고 외침되어 울부짖고 있을 때, 어떻게 해서 찡그림 속의 살 아픈 언어가 아니 나올 수 있을 것인가.”(「60년대의 시단 분포도」)라고 말입니다. 어쩌면 오래전의 열망이 오늘의 열망과 이토록 닮아있을까요. 여기서의 “살 아픈 언어”는 “좋은 언어”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저마다 싸우는 시대, 아니 싸워야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요. 시인은 담담하게 그러나 강하게 우리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바닥에서부터/가슴으로 머리로/속속들이 굽이돌아” 언어에게, 세상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말이지요. “우리들이 조용히 눈으로만/이야기할 때”까지 당신과 나는 “좋은 언어로 이 세상을/채워야 해요.”


이은규 시인 yudite2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