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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규 시인의 시로 쓰는 편지 60 |돌고래 선언문 |최지인

이은규시인의 시로 쓰는 편지 60


돌고래 선언문

최지인



손과 죽음을 사슬이라 부르자. 그들이 손가락을 걸고 있는 모습을 엉켜 있는 오브제라 부르자. 그들은 손가락을 쥐고 엄지와 엄지를 마주한다. 구부러진 몸이 손을 향해 있다. 손이 죽음을 외면하는 것을 흔적이라 부르자. 빠져나갈 수 없는 악력이 그들 사이에 작용한다. 손이 검지와 중지 사이 담배를 끼우고 죽음은 불을 붙인다. 타오르는 숨김이 병원 로고에 닿을 때 그들의 왼쪽 가슴은 기울어진다. 손에 입김을 불어넣어 주자. 손이 기둥을 잡음으로써 손은 기둥이 되고 그것을 선(善)이라 부르자. 죽음이 선의 형상을 본뜰 때, 다리를 반대로 꼬아야 할 때, 무너질 수 있는 기회라 부르자. 사라진 손을, 더듬는 선을, 부드러운 사슬을, 죽음이라 부르자. 그들의 호흡이 거칠어지면 담뱃재를 털자. 흩어짐에 대해 경의를 표하자.




한 시인의 선언문을 읽는 밤입니다. 봄밤에 읽는 선언문…. 사람과 사람이 “손가락을 걸고 있는 모습을 엉켜 있는 오브제라 부르자”는 제안이 들려오네요. 이내 “손가락을 쥐고 엄지와 엄지를 마주”하는 약속이 이뤄집니다. 이제 “빠져나갈 수 없는 악력이 그들 사이에 작용”하겠지요. 당신에게는 ‘사이’가 있습니까. “손에 입김을 불어넣어 주”는 사이 말입니다. “손이 기둥을 잡음으로써 손은 기둥이 되고 그것을 선(善)이라 부르”고 싶어지는 밤입니다. 우리는 선과 선 아닌 것 사이에게 골몰하고 있지요. 세계의 봄밤…. 시인은 고백합니다. “저는 거짓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싸우고 있습니다. 저를 둘러싼 모든 것을 경건한 마음으로 바라보겠습니다. 단단한 언어로 세계를 어루만지겠습니다.”(제 7회《세계의 문학 신인상》시 부문 수상 소감 중)라고 말이지요. 돌고래여 안녕, 안녕. 마지막일 것만 같아서 아득한, “무너질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선언!



이은규 시인 yudite2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