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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우농의 세설

이맹희 행장기 외전


지난달 8월14일 삼성그룹 회장의 큰형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의 부고가 떴다. 죽어서 이별은 소리조차 없고(死別已呑聲) 살아 이별은 슬프기만 하다(生別生惻惻). 두보(杜甫)의 몽이백 이수(夢李白 二首)가 가당키나 하랴마는 84세란 결코 작지 않은 향수를 누렸다. 그런데 태어난 고국이 아닌 먼 타국 중국 북경에서 죽었다 전한다.

자식이 수천억을 쥐락펴락하는 굴지 그룹의 회장이요, 선대 아버지가 천문학적 숫자에 달하는 재산을 물려주고 죽었거늘 그런 집안의 큰아들이 멀리 타국에서 그렇게 죽어 갈 줄을 꿈엔들 생각이나 했으랴.
세상은 그를 일러 비운의 황태자라 했지만 없는 놈은 있는 것 마저 빼앗긴다는 마태복음(<마태25:29)의 법칙을 극명하게 보여준 오복(五福-壽·富·康寧·攸好德·考終命) 육극(六極-凶短折·疾·憂·貧·惡·弱)의 삶을 다 맛본 패자(敗者)의 전범(典範)이다.

그는 큰아들이었음에도 살아서는 생전의 아버지 의중을 헤아리지 못했고, 아버지 사후에는 아버지가 생전에 궁금해 하셨다는 24개 항의 현문에 우답조차 못했다. 노년에 이르러서는 열한 살이나 어린 막내 동생에게 말 전쟁으로 형제간의 불화만 가중시켜 왔고, 늘 자기 욕심만 챙겼다. 이에 질세라 막내 동생은 “나보고 건희, 건희 하는 데 날 쳐다보지도 못했던 양반” 이라며 맞받아쳤다. 거기다 또 선대 회장의 재산 분할에 문제를 제기하며 동생을 상대로 송사까지 벌였으니 듣는 세상 사람들은 눈살을 찌푸리지 아니하는 자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망자에 대한 예가 지엄하기가 이를 데 없는 것이 우리 사회 풍조인 까닭으로 그달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필동 CJ인재원에서 치러진 영결식 추도사는 이렇게 말한다. 가족의 안녕과 행복을 위해 세간의 오해 또한 묵묵히 감내한 큰 그릇의 어른이셨다. 추도사를 읽은 이는 김창성 전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인데 밝혀진 기록들에 의하면 그는 새누리당 대표 김무성 이복 형이며, 금강산 관광을 이끌고 있는 현정은 회장의 친조부 조선총독부 중추원 참의를 지낸 현준호玄俊鎬의 친 외삼촌이라 한다.

생전에 25명의 아들을 둔 조조(曹操)는 산동의 창기출신 첩 변(卞)씨에게서 세 아들 ‘조비·조창·조식’을 뒀는데 조조가 53세 되던 초가을 어느 날 왈, “남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죽어서 기록되는 행장기인데 그곳에 조분지사(造糞之死) ‘밥만 먹고 똥만 너덜너덜 싸다갔다’란 말은 있어서는 안 되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