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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우농의 세설

<우농의 세월>


그래도 일국의 대통령인데…



지금의 50~60대의 부모들은 학창시절을 군대의 연장선상에서 보내야했다. 일주일에 두 번씩 꼬박꼬박 특전사나 공수부대원들이 입었음직한 얼룩무늬 전투복 흔히 개구리복이라는 탄띠 각반 요대를 모두 갖춘 학생 군복(교련복)을 입고 등교했다.

운동장에 나와 열을 맞춰 쇠를 박아 만든 무거운 플라스틱 총을 들고 총검술을 익혔다. 그러고 나면 팔과 다리 할 거 없이 온몸이 안 쑤시는 데가 없었다. 틀리면 뱁새눈 강철 군화 교련선생님한테 군화발로 조인트까지는 것은 당연했고, 더욱 힘든 일은 선착순이라는 고약스러운 벌칙이었다. 다섯 명씩 나눠 분대 조를 짜서 무거운 모형 총을 들고 선착순을 뛰는데 늦게 오는 분대 조는 하루 내내 오리걸음을 해야 했다. 그러다 보면 정신이 몽롱해져서 내가 지금 학교에 공부하러 온 건지 군대 온 건지 헷갈려 지기 시작한다. 한번은 하굣길에 태극기를 보고 그냥 지나쳐 가다가 뱁새눈 교련 선생님과 맞닥뜨린 적이 있다. 우리 일행은 그 자리에 선채로 조인트 까지고 귀싸대기를 맞고서야 집에 가야 했다. 여학교도 끝나서 여학생들도 잔뜩 지나가는 그 길바닥에서 말이다.

지난일은 모두 추억이라고? 웃기는 소리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만 생각하면 이가 북북 갈릴 정도다. 국민을 자기 집 종처럼 부리던 시절을 우리 세대는 온몸으로 살아온 것이다. 이렇듯 박정희 대통령부터 시작된 군대 국가체제는 전두환 노태우 두 대통령을 거치면서 장장 30여년 가까운 세월을 착한 국민의 뇌리 속에 “까라면 까” 라는 노예근성을 세뇌시켜온 것이다. 국가는 국민을 획일적 교육의 대상으로 삼으면 위험하다. 국가는 국민이 무엇을 하든지 그것이 타인의 삶에 피해를 주는 일이 아니라면 권장을 하던가, 아니면 그냥 놔둬야 한다.

이른바 헌법에서 말하는 국민행복 추구권이다. 대통령은 별개 아니다. 그냥 국민만 행복하게 하면 되는 것이다.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이 이화 여자대학교에 갈일이 있어 가셨는데 여학생들이 목숨 걸고 대통령 오시는 길을 막았다 한다. 결국 박 대통령께서는 정문이 아닌 뒷문으로 출입을 했다한다. 그때 혹자가 들고 있던 팻말은 이렇다. 느그아부지 뭐하시노. 그래도 일국의 대통령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