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이며 폭군의 후손인 헤롯대왕
동방박사 오지랖의 결과는 참혹했다. 헤롯대왕 면전에서 “유대人 왕 나신이가 어디계시뇨? 우리가 경배하러 왔노라.”<마2:1-3>라는 이 한마디가 엄청난 피바람을 몰고 올 줄은 동방박사 그들도 미처 몰랐으리라. 신약성경에는 헤롯 왕이란 이름이 45번 나오는데 동방박사가 만난 헤롯왕은 10명의 아내와 15명의 자녀와 기록되지 않는 검은 아이 17명의 자녀를 둔, 평생을 출신성분 콤플렉스에 분노한 70세의 늙고 병든 헤롯대왕
헤롯대왕은 메시아, 예수 따위는 관심 없다. 동방박사가 말한 유대人의 왕이라는 그 유대 人. 그놈의 유대人 혈통에 헤롯대왕은 미치고 환장을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독재자요, 폭군에서의 후손인 이두메 사람으로 유대人이 아닌 이방인이다.
유대사회에서 헤롯의 위치는 비록 대왕(大王)일지라도 “유대인도 아닌 주제에 유대의 왕이라니 지 애비가 로마에 사바사바해서 왕 된 주제에. 느그 아부지 뭐하시노?(영화 친구)” 할 정도로 유대인들은 헤롯대왕 알기를 권력만 두려워할 뿐, 속으론 개똥 만큼도 여기지 않는다. 전에 으리으리한 부자가 환갑 잔치를 할 때 평생을 계(紒)하고 갓쓴 선비에게 칠언배율 한시로 축시를 부탁 한 적이 있다. 단 잔치 자리에 참석하셔서 지어온 한시 축시를 낭송해 달라는 것이다.
당시사례비로 한시한자(漢詩漢字) 한 자당 100만원씩 2억이 훨씬 넘는 돈이 오갔다. 선비가 갓끈을 매만지면서 혼자 말로 “왕도 선비를 부를 때는 예를 갖추거늘, 돈 있으면 몇 푼이나 있다고?” 라고 말한다. 결국 선비는 잔치 자리에 안갔고 싼값에 한시 대신 붓글씨 쓰는 걸로 대체한다. 가끔 그 서예가가 그 부자집 환갑 잔치에서 붓글씨 써줬다며 자랑 삼아 얘기할 때면 뒷담화를 아는 나로서는 뒷맛이 짠하다.
재벌가의 이 사람은 자신의 돈으로 누구도 맘대로 할 수 있는데 저 꼴(?) 같지 않은 선비만은 녹녹치 않았다. 헤롯대왕이 바로 이 심정이다. 성경 4복음서에는 악한 왕으로 두 명의 헤롯왕이 나오는데 두 살배기 아이들을 모조리 죽인<마2:16> 동방박사들이 만난 헤롯대왕과 헤롯안디바라는 본분 왕 헤롯(헤롯안디바는 나바테아왕 아레다4세 딸과 결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