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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우농의 세설>

<우농의 세설>

마누라와 자식 빼곤 다 바꿔……말이 씨가 된 李씨 삼성家

22년 전 1993년 6월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세상 그 무엇도 두려울 것 없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오른 손에 하얀 막대 같은 것을 휘저으며 말했다.

“극단적으로 얘기해 농담이 아니야,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 신문과 방송 모든 매체는 마치 무슨 부처님의 비밀 말씀이라도 들은 양 일제히 대서특필한다.

그런데 시골의 어느 갓 쓴 늙은 훈장이 혀를 끌끌 차며 했던 말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저사람 나중에 뒷감당 어찌하려고 말을 함부로 하지?”라고. 아비의 말에는 씨가 있거늘. 이 회장은 돈에 방점이고, 갓 쓴 늙은 훈장은 가족사에 방점이다. 제자가 묻는다. “훈장님 저분정도면 능히 자공이라 할 만 하지요?” 훈장 왈, “논어 어디에 자공이 함부로 말하던가.”

장안의 장삼이사들이야 누가 그럴싸한 말 한마디 하면 마치 뭐라도 된 양 옮기고 퍼 나르기 바쁘지만 식자들은 그 사람 말 한마디. 행동거지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그 사람 일생의 흥망성쇠를 알아보는 법. 그리고 지나가는 말로 왈, “며느리 밥은 고사하고 사윗 밥이나 먹을랑가?” 그때 제자들은 훈장님께서 “감히 몹쓸 표현이지만” 정신 나간 소리를 하신다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촌닭이 눈 빼더라고 시골 촌구석에서 코 흘리게 아이들 여나무 명 앉혀 놓고 되지도 않는 교육을 한답시고 하늘천 따지 가물현 누르황 하며 일생을 마친 훈장님 말씀이 옳았다.

병상의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은 가장 불쌍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아버지가 준 재산을 지키기 위하여 안 할 짓도 없고 못 할 짓도 없었으며 여기서 안 할 짓은 그룹 총수임에도 불구하고 법정에 서야 했던 일이고 못 할 짓이란 살아생전의 친형과 벌어졌던 재산 송사문재다. 거기다가 또 며느리는 아들과 갈라섰고 더 가관인 것은 맏며느리였던 그가 어느 배우와 염문을 뿌린다는 보도가 뒷맛을 개운치 않게 한다.

바꿔 말하면 그의 친아들 이재용 차기 삼성오너 예정자는 한때 한 이불 덮고 잔 여자가 다른 남자와 사귄다는 사실을 자신의 회사에서 만든 컴퓨터,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평생 들어야하는 괴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말이 좋아 이혼이지 이혼의 대가는 그만큼 가혹하다.

또 첫딸은 살림 밑천이라 했거늘 그 첫딸이 한때는 이 사람 아니면 죽을 거 같다더니 이젠 이사람 때문에 죽겠다며 이혼소송 중이다. 그리고 또 딸 하나는 가슴에 묻었다. 감히 묻노니 누가 이건희의 관상을 복되다 하는가. 장부의 일생은 관 뚜껑을 덮어봐야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