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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이제는 삼성가는 논어를 읽을 때다

 

이제는 삼성가는 논어를 읽을 때다.

 

대한민국 대학생이 본받고 싶은 인물, 존경하는 인물 1위를 달리던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의혹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삼성가는 물론 대한민국 국민들의 심기까지 불편하다. 한때는 그를 일러 판검사도 그 앞에서면 벌벌 떨고, 하나님 위에 이건희라 불렀을 정도 아닌가. 그런 그가 병상에 누워있는 이 순간, 그동안 쌓아온 명예가 나락으로 추락하고 있다.

 

공자는 몸을 닦으라(修身)하라 했고, 맹자는 닦은 몸을 지키라(守己)했고, 순자는 지킨 몸을 물들지 말라(勿習)했다. 일찍이 선대 회장 호암 이병철은 어려서부터 서당에서 논어 맹자를 읽은 탓에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慾不踰矩)를 어떻게 보내야 하는가를 알고 있었다. 쾌락을 위해 잘못을 저지른 자는 먹고 살기 위한 고통 속에서 잘못을 저지른 자보다 더욱 크게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마르크스 안토니우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에 나오는 말을 똑똑한 비서를 두고 사는 그가 몰랐을 리 없다. 동영상은 얄밉게도 촬영 일자를 밝힌다. 드러난 것만도 다섯 번 정도다. 사실 회장 이건희에게 필요한 것은 개도 안 물어가는 그깟 돈이 아니다. 뭐가 선이고 뭐가 나쁜 짓인지를 말해줄 스승이 필요했다.

 

맹자(孟子)는 공손축상편(公孫丑上篇3:6)에서 말한다. 부끄러운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 무수오지심비인야(無羞惡之心 非人也) 공자는 부끄러움 자체가 일지 않는 방법을 중용성론(中庸誠論)에서 밝힌다. ··용 세 가지는 천하 사람이 마땅히 행()할 덕목이고, 그것을 행하는 건 하나다. 지인용삼자 천하지달덕야 소이행지자일야(知仁用三者, 天下之達德也, 所以行之者一也) 주자는 그 하나를 성실 즉 성()이라 한다. 거짓 속에 화려하고 근엄해 보였던 이건희 회장의 사생활이 진실 앞에 이토록 초라해지고 말았다. 본래 거짓은 무게가 없기 때문에 절대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지 않는다. 언젠가는 떠서 들통 나게 돼 있다.

 

<이드리스 샤흐> 옛날 고리짝 얘기에 백규가 거부가 됐다는 소문이 나자 시골 훈장이 그에게 두 가지를 당부한다. 근신불하초(謹辛不下焦) 물건을 삼가고 아랫도리를 함부로 놀리지 말라.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그렇다고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것은 아니다. 늦었지만 늦은 만큼 할 수는 있다는 말일 뿐이다. 이미 가문의 명예까지 떨어졌지만 이제부터라도 논어 한 줄이라도 읽는다면 앞으로 닥칠 재난(財亂)정도는 막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