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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하늘에 죄지으면 빌 곳조차도 없다는데.

 

하늘에 죄지으면 빌 곳조차도 없다는데.

 

검이불검(儉而不儉) 검소한듯하나 검소하지 못했고/ 지이부지(知而不智) 똑똑한듯하나 똑똑하지 못했고/ 치이불치(治而不治) 정치한듯하나 정치하지 못했고/ 용이불용(用而不用) 인재쓴듯하나 인재 쓰지 못했다/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혼군이라 불렸던 박근혜 씨에 대한 16자평이다.

 

신하가 왕을 몰아내는 것에 늘 못 마땅했던 제나라 선왕은 맹자를 만나자 대뜸 묻는다. 탕 왕이 걸 왕을 내쫓고 무왕이 주 왕을 정벌했다고 하는데 그게 사실인가. 맹자가 답하길 역사기록에는 있지요왕이 다시 묻는다. “신하가 임금을 죽여도 괜찮은가”. 이에 맹자 답은 ()을 해치는 자를 도적()이라 하고, ()를 해치는 자를 잔()악하다 하고 잔악한 자와 도적을 일러 필부라 하지요.

 

일개 필부(匹夫) 주의 목을 베었다는 말은 들었어도 임금을 죽였다는 말을 듣지는 못했지요. 역성혁명(易姓革命)에 대한 전가의 보도로 쓰이는 맹자의 말이다. 제자백가답게 말이 꽤나 복잡한듯하지만 쉽게 말해서 그가 한 짓으로 그를 평가한다는 말이다. 여기서 맹자가 말한 평가대상은 왕인 당신도 포함된다. 그러니까 당신이 왕 아니라 그 할애비라 해도 당신이 한 짓에 대해서는 절대로 왜곡할 수는 없다는 아주 완곡한 말이다.

 

순자(荀子)는 왕제(王制)편에서 군주는 배요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물은 배를 엎기도 한다.(君者舟也 庶人者水也 水則載舟 水則覆舟)”라며 한비를 가르쳤다. 쉽게 말해서 백성이원하면 하늘은 반드시 따른다. <민지소욕(民之所欲) 천필종지(天必從之) 書經卷6周書泰誓上11文章>는 말이다. 다만 거기에는 조건이 있는데 정치를 잘할 때 백성이 마음으로 따른다는 것이다.<書經卷8蔡仲之命3文章> 잔뜩 겁먹은 왕에게 맹자는 백성과 함께하면 왕 노릇 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與百姓同之於王何有.孟子梁惠王下)라며 달랜다. 그러면서 왕의 오만함에 쐐기를 박기를 하늘이 만든 재앙은 피할 수 있지만, 스스로 만든 재앙은 도망갈 수 없다(天作孼 猶可違 自作孼 不可逭.書經卷4尙書太甲中3文章孟子離婁章句下).

 

공자는 이를 팔자언(八字言)으로 명쾌하게 명토 박는다. 획죄어천이면 무소도야라(獲罪於天無所禱也) 하늘에 죄를 지으면 빌 곳조차도 없다. 옛날부터 사람과 사람사이에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말이 있다. 덕은 쌓은 대로 가고 죄는 지은대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