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생각에 깨끗하면 남고, 더러우면 물러나라
빈천교인(貧賤驕人)과 육식자비(肉食者鄙)라는 말이 있다. 가진 게 없기에 되레 당당할 수 있는 선비를 빈천교인이라(<설원說苑존현尊賢편)하고, 뒤가 구린 것이 벼슬만 높은 것을 낮춰 부르는 말이 육식자비다. 문자 그대로 해석한다면 ‘고기 먹는 자들은 식견이 낮고 속되다’는 말인데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노장공(魯莊公) 10년 기사에 나오는 말로 각각 다른 사자성어임에도 후학에는 한 문장으로 읽히곤 한다.
능력도 안 되는 자가 지위만 높다면 선비는 교만의 끝을 부려서라도 그를 꾸짖는다는 말이다. 송나라 여본중(呂本中)이 동몽훈(童蒙訓)에서 말한다. 벼슬아치된 자가 지켜야할 법은 ‘당관지법(當官之法)’ 오직 세 가지가 있으니 (유유삼사唯有三事)청렴과 신중과 근면이다(왈청왈신왈근曰淸曰愼曰勤). 이 세 가지를 알면(지차삼자知此三者) 몸 지킬 바를 안다(지소이지신의知所以指身矣)고 했다.
청(淸). 신(愼). 근(勤)은 본래 청직신근(淸直愼勤)의 준말로 안으로는 마음을 깨끗하게 즉 청렴과 정직이고 몸 밖으로 남에게 보일 때는 삼감이 있어야 하고 부지런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를 공자는 논어 헌문편에서 고지학자위기(古之學者爲己). 금지학자위인(今之學者爲人)이라 했는데 훗날 이 말은 후학들에 의해 위기지학(爲己之學)과 위인지학(爲人之學)으로 풀어내는데 이 말은 공호이단(攻乎異端) 사해야이(斯害也已) 만큼이나 논란의 중심에 있는 말이다.
사실 청직(淸直)은 안으로 몸을 닦는 위기지학(爲己之學)이고, 신근(愼勤)은 밖으로 몸을 닦는 위인지학(爲人之學)이다. 청직신근(淸直愼勤)후 벼슬하란 말이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감투 싫어하는 자가 몇이나 있겠는가마는 제나라 직하궁의 철인 순자는 순자(荀子)치국(治國)편에서 벼슬하는 사람의 쓰임에 대해 말했다.
자신이 한 말을 실천하는 사람은 나라의 보배고(구능언지口能言之 신능행지身能行之 국보야國寶也), 말은 잘 못해도 일을 잘 하는 사람은 나라의 그릇이고(구블능언지口不能言之 신능행지身能行之 국기야國器也), 말은 잘 하지만 일을 잘 못 하는 사람은 나라의 쓰임이고(구능언지口能言之 신불능행지身不能行之 국용야國用也), 말만 잘하고 일 못하는 사람은 나라의 요물이다(구언선口言善 신행악身行惡 국요야國妖也).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을(치국자治國者) 보배로 공경하고(경기보敬其寶), 그릇을 받아들이며(수기기受其器), 쓰임을 맡기고(임기용任其用), 요물을 제거한다(제기요除其妖). 신임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행적이 몹시도 시끄럽다. 선관위에 유권해석을 맡겼다하는데 뭘 그렇게 호들갑스런 쇼까지 하는지. 스스로 생각해서 깨끗하면 남는 거고 더러우면 물러나면 될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