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학서제(小學書題)에는 전엔 좋은 글이었지만, 요즘 시각으로 보면 다소 껄끄러운 글이 많다. 그중 하나가 이렇다. 옛날 소학교에서(고자소학古者小學) 사람을 가르치되(교인이敎人以) 물 뿌리고 쓸며(쇄소灑掃), 응하고 답하며(응대應對), 나아가고 물러나는(진퇴進退) 예절(지절之節)과 어버이를 사랑하고(애친愛親), 어른을 공경하며(경장敬長), 스승을 높이고(융사隆師), 벗을 친히 하는(친우親友) 도로써 하였으니(지도之道) 이 모두는 대학에서 가르치는(개소이위皆所以爲) 몸을 닦고(수신修身), 집안을 가지런히 하고(제가齊家), 나라를 다스리고(치국治國), 천하를 평안히 하는(평천하平天下)는 근본이 되는 것이다(지본之本).
태어 난지 8세가 되면 배우는 글이 소학이다. 소학을 일러 어린이 공부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는 것이다. 어려서 반드시 몸으로 습관을 들여야 할 공부가 소학인 셈이다. 소학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더 보탤 것도, 더 뺄 것도 없는 꼭 필요한 글만 모아 기록한 책이다. 습관이 좋은 버릇으로 몸에 익혀 가고자함에 대한 부모의 바램이 오롯이 담겨있는 글인 셈이다. 그래서 이를 흔히 소학(小學)의 삼절 사도라 부르는데 삼절(三節)은 쇄소(灑掃), 응대(應對), 진퇴(進退) 등의 세 가지 예절로 나 자신에 대한, 나를 만드는 몸 공부다. 그리고 사도(四道)는 애친(愛親), 경장(敬長), 융사(隆師), 친우(親友) 등 네 가지 방도로 내가 남에 대해 배려하는 몸 공부로 범중엄이 말한 역시사지(易地思之) 공부의 가장 초급 단계인 것이다.
이것이 몸에 습여지장(習與智長 버릇은 지혜와 더불어 자라난다)하는 것이 곧 소학의 마침이다. 그런 후에 대학을 공부하는데 삼절(三節)과 사도(四道)는 곧 수신제가 치국평천하(脩身齊家治國平天下)로 가는 도구요, 통로요, 매개체가 된다는 말이다.
요즘에는 자녀교육에 이런 것은 아예 뺀 채 오로지 공부 잘해서 명문대 가는 것, 그리고 돈 많이 주는 곳으로 취직 하는 것에 모든 것이 맞춰져 있다. 예절이라든가, 사람의 도리 따위의 말은 더 이상 망말이 된지 오래다. 얼마 전 어린 여자아이의 갑질과 막말 파문으로, 그 아이의 아비인 언론사주가 사퇴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전후맥락은 잘 모르겠으나, 오죽했으면 그런 일이 벌어졌을까하는 씁쓸함에 다시 한 번 소학(小學)을 생각해봤다.<용인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