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됐다. 트럼프가 김정은을 잘못 읽었다. 아니면, 트럼프 스스로 만든 국내용 출구 전략이다. 정상회담 중 미국에서 벌어진 트럼프의 비서출신 마이클 코언 청문회가 결렬의 주된 원인이란 분석이다.
마이클 코언은 트럼프 대통령 옆에서 12년 동안 온갖 뒤치다꺼리를 다 해준 ‘설겆이 전문가’라고 한다. 그런데 청문회에서 트럼프에게 총구를 겨누고 있는 것이다. 미 언론들도 트럼프 탄핵 운운하며, 북미정상회담을 실컷 조롱했으니 잘될 리가 만무였던 것이리라.
그런데 트럼프가 기자회견장에서 한말을 둘러싸고 북측이 거짓이라며 반박했고, 또 이를 재반박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양측 모두 회담 재개를 희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렬에 대한 변명이 궁색해 보인다. 리용호 외무상이나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모두 회담의 무산 배경을 놓고,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내심 양측 모두 절실함을 의미한다. 다만 결별에 대한 책임 공방에서 양측 모두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일말의 자존심이라도 세우고자 하는 것일 뿐이다.
리용호는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전면적인 제재 해제 아니고 일부 해제, 그중에서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들만 먼저 해제하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폼페이오는 “트펌프 대통령은 북한이 기본적으로 완전한 제재 해제를 요구했고, 그건 사실이다. 그들은 완전한 해제를 요구했다.”고 재반박하고 나섰다.
천 번을 불러도 오지 않다가(천초불래千招不來) 창졸간에 갑작스레 오기도 하고(창졸홀지倉猝忽至), 10년 동안 뒷배 믿고 오만 떨다가(십년긍총十年矜寵) 하루아침에 버림을 받기도 한다(일조연기一朝捐棄). 이를 쉽게 풀어보면 트럼프가 김정은을 불러서 베트남까지 오게 했건만 자충수를 둔 꼴이 됐다. 이제 트럼프 대통령은 용기 있는 회개가 필요하다. 내가 누군가에게 뭔가를 얻어낼 때는 그에 상응하는 뭔가를 줘야 한다. 트럼프가 지금 그 입장이다. 이제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그깟 노년의 트럼프와 청년 김정은 하나 못 다룰 문재인 대통령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용인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