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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장애인·비장애인 배움터 어디로. . .

(사)반딧불이, 6월말까지 학교 비워야

 

 

     

 

[용인신문]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행복한 세상’을 슬로건으로 지난 2003년 개교한 사단법인 반딧불이(교장 박인선)가 오는 6월말을 기한으로 학교를 비워야 하는 기로에 놓였다.

 

문화적 혜택의 사각지대에 있는 장애인들의 복지를 다지고 지역의 문화적 쾌적성과 비장애인의 봉사 참여를 유도해오며 18년 동안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상생해왔다.

 

장애인들이 사회에서 그들 나름대로의 문화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문화교육에 중점을 두고 교육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리며 문화예술 및 평생교육에 대한 활동 영역을 넓히는 방법으로 장애인에게는 그들 개개인의 소질 개발에 심혈을 기울였으며 비장애인에게는 장애인식을 개선하는 교육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생활하는 공동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차곡차곡 실천해왔다.

 

현재 300여명의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서로의 벽을 허물고 상생의 길을 찾고 있다. 서로를 격려하며 다양한 문화교육을 비롯해 정기예술제, 공연봉사, 운동회, 여름캠프 등 사회교육을 실시하며 알게 모르게 장애인은 비장애인에게 비장애인은 장애인에게 서로서로를 지원하고 있었다.

 

반딧불이에만 오면 친구가 있고 나의 공간이 있으며 무엇보다 힘들었던 보이지 않는 눈초리를 피할 수 있었기에 밝은 미소가 함께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하나가 됐던 이들 모두는 6월말이면 아파트 공사가 시작돼 이곳을 비워줘야 한다는 사실에 간절한 마음을 모아 편지를 쓴다. 청소년기를 거쳐 성인이 돼서도 다니는 장애인 이용자가 쓰고, 장애인 이용자의 엄마가 쓰고, 자원봉사를 하는 이용자의 대학생 형도 쓰고, 여기에 지역주민들까지 동참해 모아준 응원의 편지를 정리하다가 울컥하며 몇 통의 내용을 옮겨본다.

 

반딧불이 ‘응원의 편지’
새로운 공간 마련 꼭 도와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용인시에 거주하고 있는 지적장애인 아이의 엄마입니다. 장애인의 문화 욕구를 충족시키며 삶의 질을 만족시켜줄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습니다. 문을 두드릴 때마다 좌절하던 중 반딧불이를 알게 됐고 지금의 제 딸은 심리적 안정과 사회성을 기르며 너무나도 즐겁게 잘 생활하고 있습니다. 아이의 밝아지고 발전된 모습에 가족 모두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이 오래 지속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습니다. 운영이 불투명하게 됐다는 선생님의 안타까운 말씀에 이대로 학교가 없어지는 건 아닐까 정말 마음이 아프고 속상함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정말 우리 아이에게는 너무나도 절실한 배움의 장소고 즐거운 시간을 갖게 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사단법인 반딧불이가 지금까지 18년여를 지역장애인들에게 끼친 지대한 영향력은 그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크나큰 선물입니다. 반딧불이가 지속될 수 있도록 미약하나마 진심 어린 호소의 글을 올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태성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한양대학교에 다니는 용인시민입니다. 시장님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먼저 반딧불이에 대한 시의 지원에 감사드립니다. 시의 발전을 위해 처인구 곳곳이 개발되고 있다는 것을 압니다. 개발 지역 중에 현재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제 동생이 다니는 반딧불이가 포함됐다고 들었습니다. 오늘 시장님께 장애인의 형이자 장애인 봉사자의 입장에서 말씀드립니다. 학교에서 조용했던 아이들이 반딧불이에서는 누구나 자기가 지도자고 모든 활동을 주최하고 싶어 합니다. 장애 아이들에게는 사회성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반딧불이는 중등교육과정에서는 배울 수 없는 아이들의 사회성을 키워줍니다. 제 첫 봉사 때 들었던 말은 “아이들이 원한다고 전부 들어주려 하지 마라. 스스로 할 수 있게 응원하고 힌트를 줘라.” 입니다. 무조건 도움보다는 스스로 일어서게 해야 함을 알았습니다.<중략>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 없는 용인시에 장애에 대한 편견을 사라지게 해줄 반딧불이를 유지하고 발전하는데 도와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반딧불이에 다닌지 3년된 학생이에요. 저는 아파도 오고 눈이 와도 오고 비가와도 온답니다. 이유는 윤동주 시인을 만나고 싶어서입니다. 집에서는 생각이 안나지만 학교에서 글을 쓰다 보면 윤동주 시인을 봐요. 그런데 학교에 아파트가 들어온다고 해서 슬프고 충격 받았어요. 요기 친구들이 모두 사라질까봐 두려워요. 난타도 못할 것 같아 걱정돼요. 우리 반딧불이가 계속 유지되게 도와주세요. 제가 시인이 되면 시를 선물해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이곳에 다닌지 9년이 넘었는데 제게 집과도 같은 반딧불이가 철거된다고 하니 밤에 잠도 안오고 밥도 먹기 싫고 우울하기만 합니다. 학교다닐 때 제 주변에는 늘 사람들이 없었는데 반딧불이에 오면서부터 많은 친구들과 좋은 선생님을 알게 됐습니다. 친구들과 즐겁게 수업하고 공연 하면서 처음으로 따뜻한 정이라는 것도 느꼈습니다. 반딧불이는 제게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을 수 있는 용기와 자격증도 2개나 딸 수 있는 기회를 줬고 2018년부터 지금까지 장애인일자리사업에 취직해 받은 월급으로 혼자서도 잘 살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프로그램과 행정업무 보조를 하고 있는데 올해는 운전면허증을 따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반딧불이가 멀리 이사하더라도 저는 계속해서 다니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반딧불이가 평생 존재할 수 있도록 꼭 도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