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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법, 남녀 함께 책임지는 법으로 개정하라

이미상(시인)

 

[용인신문] 낙태법의 개정 시한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새로 발의된 낙태법은 14주까지 허용, 24주 내에서는 조건부로 임신 중지를 결정할 수 있게 되었다. 배우자 동의 요건도 삭제된다. 모자보건법도 개정된다. 미성년자도 보호자의 동의 없이 시술이 가능해졌다. 신념에 따라 의사의 시술거부도 인정했다.

 

현재 청와대 청원에는 여성의 건강과 생명존중을 이유로 낙태를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과, 반대로 폐지를 위해 싸워왔던 이들은 주수 제한 없이 완전한 낙태를 허용하라는 청원이 나란히 올라와 있다.

 

여성이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하게 되는 사정을 어찌 법이 다 이해할 수 있겠는가. 어떤 법도 인간사를 앞서갈 수도 따라잡을 수도 없다. 그나마 이제라도 허용 요건이 발의된 것만으로도 필자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어떤 여성이 자유롭게 가볍게 낙태를 할 수 있겠는가. 종교계가 주장하듯 생명을 경시하는 마음으로 낙태를 하는 여성이 과연 몇이나 될까. 낙태를 선택한 여성들을 비난하고 ‘낙태프리’ 라며 주장하는 이들이야 말로 여성의 삶은 존중하지 않는 것이며 생명존중 사상에 위배된다. 그러므로 임신 14주까지 허용하는 개정법을 낙태프리와 같다는 이들의 외침에 필자는 동조할 수 없다.

 

태아는 수정 16일이면 심장이 뛰고 6주면 팔다리가 나오고 12주가 되면 지문과 손톱이 생긴다. 이미 14주면 태아는 완성된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가임기 여성의 낙태율은 48%라고 하는 사실이 놀랍다. 현재 인도는 의학이 발달하며 태아 성별을 감별할 수 있어 여아 낙태율이 늘고 있다는 기사를 며칠 전에 보았다. 댓글 창에는 인도가 미개한 나라라며 욕을 하는 악플들이 달려 있었다. 그러나 우리도 불과 20년 전까지 이런 미개한 일을 저질러 남녀 불균형 성비를 만들어 놓은 사실을 잊었는가.

 

낙태법은 1953년에 형법으로 제정되어 지금까지 여성을 옭아매 왔다. ‘남아선호사상’에서 비롯된 책임 또한 오롯이 67년간 여성들만이 짊어져 왔으니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그러나 개정법 어디에도 남성에 대한 어떤 책임도 묻지 않고 있다. 분명 남녀가 함께 해야 가능한 임신인데 이 문제에서 남자는 자유롭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다.

 

지난 22일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프로라이프 남성연대>는 ‘졸속 낙태 개악법 철회’기자 회견을 했다. 행동하는 남성연대는 이것은 여성의 문제만이 아닌 남성의 책임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성연대는 현재 정부의 형법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한 생명인 태아를 명백히 살인하는 법조항으로 개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임신은 여성 혼자 한 일이 아니므로 남성에게도 죄를 묻는 법 개정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왜 여전히 아직도 남자들은 이 문제에 대해 훨훨 자유롭고 여성의 삶만 발목을 잡혀야 하는가. 왜 예비 엄마들에게만 책임이 전가되고 예비 아빠들에게는 어떤 책임도 결부시키지 않는가!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성은 (어원부터) 음탕한 마귀라는 혐오를 뒤집어 써왔다. 남성이 낙태문제에서 자유롭게 된다면 영원히 어떤 법도 여성과 태아를 보호할 수 없다. 67년간 그래왔듯이 여성은 다시 불법을 저지르는 범죄자가 될 수밖에 없다. 남자도 반드시 책임을 져야 남녀 모두 청소년기부터 이 문제에 대해 인식할 수 있다.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남녀 모두 책임질 수 있는 건강한 성가치관을 교육해야 한다. 남녀 함께 책임지는 것만으로도 우리나라 가임기 여성의 48%라는 낙태율도, 미혼모도, 부끄러운 해외입양도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법 개정을 발의한 자들은 왜 이 문제를 간과하고 있는지 간절히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