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나(我)라는 존재는 반드시 너라는 존재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로 태어날 수 있다. 너라는 존재 역시 나라는 존재가 없으면 무의미한 존재일 뿐. 그래서 인간은 더불어 살게끔 태어난 것이다.
아시타비(我是他非)!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는 뜻의 사자성어가 교수신문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뜻의 신조어 ‘내로남불’과도 같은 말이다. 대학교수 집단에서 뽑은 말이라서 그런지 정치, 사회적 고민의 흔적이 역력하다. 두 번째로 많이 꼽은 사자성어는 ‘후안무치’(厚颜無耻)로 ‘얼굴이 두꺼워 부끄러움이 없다’는 뜻이다. 초등학생들도 누구를 빗댄 말인지 다 알 것 같다.
코로나 19 팬데믹 현상은 제2차 세계대전보다도 지구촌에 더 많은 피해를 주고 있다. 전 세계 국가들은 1년여 만에 백신 개발과 치료제로 바이러스에 대해 반격을 시작했지만 내년도 말이나 돼야 가시적 효과를 보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자연에 대한 겸손과 인간에 대한 존엄과 예의를 기대할 만도 하지만 인간 세상은 더욱 극렬한 자중지란(自中之亂)을 겪으며, ‘아시타비’로 비난과 불신의 장벽을 쌓아가고 있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미국에서는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코로나 감염 누적 감염자수만 1900만 명을 육박했고, 사망자가 33만 명을 넘었다. 이날 하루 신규 확진자만 19만 9080명에 사망자가 3376명이었다. 세계 최강을 자랑하던 미국마저 코로나 앞에서는 무참하게 무너지는 모습이다. 뒤늦게 대대적인 백신 접종을 시작했지만, 사후약방문격인 셈이다. 공교롭게도 우리나라는 크리스마스 자정을 기해 확진자수가 역대 최대치인 1241명이었다.
앞서 우리나라는 K방역 성공으로 전 세계인들의 부러움과 찬사를 한몸에 받았다. 이때 정치권, 특히 야권 인사들은 ‘정부가 잘한 것이 아니라 질본과 국민들이 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무조건 비판부터 하고 보자는 것이다. 그런데 제3차 유행으로 방역망이 뚫려 하루 1000명 이상의 감염자가 속출하자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의 무능탓이라며 더 강력하게 비판 중이다. 이래저래 너는 다 잘못됐고, 내가 옳다는 심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로지 정치권의 독설은 공방일 뿐, 위기극복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말들이다. 차라리 침묵이 도와 주는 것임을 왜 모르는지.
아시타비’와 ‘내로남불’은 국가나 조직이나 극단적 이기주의적 발상으로 국민이나 상대에 대한 배려와 이해를 하면 진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 모든 것이 권력에 대한 이기심의 발현임을 모르고 말이다. 그래도 정권창출의 마지막 열쇠는 국민, 즉 유권자들에 있으니 국민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 부디 내년엔 꼭 반대되는 기분좋은 사자성어가 꼽히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