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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지자체, 이건희 미술관 유치 ‘광풍’… 기증자 뜻 ‘뒷전’

용인, 계획없이 ‘창업주 이병철 묘소‧호암미술관’ 등 ‘어필’ 구설

[용인신문]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만 3000여 점의 미술품을 기증하면서 용인시를 비롯한 전국 곳곳의 지자체에서 ‘이건희 미술관 유치’ 광풍이 불고 있다.

 

지난달 29일 문재인 대통령이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미술품을 기증한 정신을 잘 살려서 국민이 좋은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도록 별도 전시실을 마련하거나 특별관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선거를 앞둔 지방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이 숟가락 얹기에 나선 셈이다.

 

지자체들은 저마다 고인은 물론, 선친인 고(故) 이병철 회장과의 인연을 강조하며 미술관 유치에 뛰어들었지만, 정작 정부나 삼성 측은 미술관 건립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용인시 등 미술관 유치를 천명한 지자체들도 명확한 계획이 없는 상황임에도, ‘무조건 유치’만 외치는 모양새다.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유가족은 지난달 28일 이건희 회장의 소장품(이하 이건희컬렉션) 2만3000여점을 국가기관에 기증한다고 밝혔다.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은 인류 문화의 미래를 위한 시대적 의무”라는 이건희 회장의 생전 의지에 따른 것이다.

 

세계사에 전례를 찾기 힘든 대규모 기증은 국내 문화자산 보호는 물론 미술사 연구와 국민 문화향유권을 높이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건희컬렉션은 유가족의 뜻에 따라 국립현대미술관,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 대구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이중섭미술관, 박수근미술관 등 전국 국립기관에 기증됐다.

 

기증내용을 살펴보면 삼성가는 각 기관에 어울리는 소장품을 신중히 선별한 것으로 보인다. 대구 화가 이인성, 경북 울진이 고향인 유영국의 작품은 대구미술관으로, 전남 신안 출신인 김환기의 작품은 전남도립미술관에 배정하는 등 지역미술관엔 해당 지역에 연고가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보냈다.

 

작가의 이름을 딴 미술관엔 해당 작가의 작품을 선별했다. 해당기관의 컬렉션 중 부족한 부분과 꼭 필요한 작품을 골라 기증한 것이다.

 

△ 대통령 지시… 지자체, 아전인수격 유치전

반면, 이건희 미술관 유치전에 뛰어든 지자체들은 고인과 이 전 회장 일가와의 인연 등을 내세우는 양상이다. 하지만 이들 지자체의 속내는 문화예술에 대한 가치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미술관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에 초점을 맞춘 모습이다.

 

대구광역시의 경우 이 회장의 고향이 대구이며 삼성그룹의 모태인 삼성상회가 대구 인교동에 있었다는 이유를 들었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당시 수많은 예술인이 활동한 곳이 대구라는 내용도 덧붙였다.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고향인 경남과 부산지역 역시 유치전에 나섰다. 특히 의령, 창원, 진주가 각각 이병철 회장과의 인연을 강조하며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수원시의 경우 삼성전자 본사와 이 회장의 묘소가 있는 수원시에 위치해 있다는 인연을 앞세워 국회의원과 염태영 시장이 직접 유치에 나섰다.

 

광주광역시는 “광주는 광주학생운동과 5·18민주화운동의 중심지로 이 전 회장이 생전 강조했던 공존의 정신을 펼치기에도 적합하다”는 이유로, 세종시장는 “이건희 회장 소장품 중 세종지역 출신인 장욱진 화백 작품도 있다”는 이유를 들며 유체전에 가세했다.

 

용인시 역시 삼성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의 묘소와 호암미술관 등이 에버랜드에 있다며 ‘용인시가 최적지’라는 명분을 내세워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반면 문화체육부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이다. 기증받은 예술품에 대한 분류 및 전시, 활용방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는 것.

 

예술계 관계자는 “지자체장의 치적이나 이른바 '빌바오 효과'를 노린 유치전에 휩쓸리기보다 예술품을 기증한 고인과 삼성 측의 뜻과 예술품 보존 등 체계적 관리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에버랜드 호암미술관 옆에 위치한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전 회장 묘역 모습.

 

에버랜드에 위치한 호암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