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우리나라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24년 7월을 기준으로 주민등록 인구가 약 5100만 명인데 이중 노령인구가 1000만에 육박하고 있다. 유소년인구 100명당 고령인구를 보는 노령화지수도 약 180이 넘고 있는데 이 수치는 작년에 비해 15%나 증가한 수치다. 이렇게 급격하게 대한민국이 나이 들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의 대책도 필요해지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초고령 사회 일본이 사는 법』은 우리보다 초고령사회를 10년 정도 먼저 경험하는 일본의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어서 우리가 힌트를 얻을만한 정보들을 담고 있다. 일본은 초고령사회를 맞아 적극적으로 느린 이들을 위한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스타벅스에서 열리는 치매 카페, 마트에서의 느린 계산대, 변두리 지역의 주문형 교통 등은 정부와 기업이 적극적으로 고령화시대를 준비했을 때 생기는 시너지까지 생각하게 한다. 고령 인구를 소비의 새로운 주체로 보고 필요한 기계장치부터 소비패턴 등을 하나의 문화로 만드는 것도 흥미롭다. 돌봄에서 사후 문제, 유산 상속에 이르기까지 장기적인 안목으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구체적 사례들도 소개되고 있다. 일본은 고령인구를 돌봐야 할 대상으로 보기보다 함께
용인신문 | 일상에서 멘탈은 인생의 큰 변곡점이 오더라도 일상을 유지하게 만든다. 외부의 충격으로부터 자아를 지켜내게 만드는 안정된 멘탈은 승부사들에게는 중요한 덕목일 것이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승부』는 어떤 챔피언의 무너진 멘탈에 관한 이야기이다. 체스 챔피언 장은 도대체 승자다운 오라(aura)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에 도전하는 젊은 도전자에게 잔뜩 기대를 걸고 있다. 젊은 도전자가 풍기는 외모에 사람들은 큰 관심을 가지며 새로운 챔피언이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가득찼다. 더구나 대결의 날이 나폴레옹이 전투에 졌던 역사적인 사건이 있었던 날이었다. 경기가 이어지고 챔피언 장은 젊은 도전자의 과감한 수에 엄청난 고민을 하며 경기를 이어간다. 이 작품을 읽는 즐거움은 체스를 모르더라도 한 수 한 수 말을 옮기는 과정에서 장이 생각하는 속마음을 관찰하는 과정이다. 젊은 도전자의 무심한 경기 진행에 장은 깊은 의미를 두고 이리저리 작전을 고민한다. 마지막 순간 별 의미 없이 던진 도전자의 수에 장은 경기에서 이겼음에도 멘탈이 무너지고 다시는 체스를 두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장에게 오는 시련은 현대인이 겪는 허무와도
용인신문 | 침묵. 빈 공간. 머릿속에서도 끊임없는 소리가 들린다. 외부에서도, 내부에서도. 내가 편안한게 중요하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필요한 것은 사실 물건이 아니라 침묵일지도, 이곳에 존재하고 지금 나의 상태를 확인하기. 필요한 것을 하고 현재에 주의를 기울이기.
용인신문 | 송미경 작가의 첫 번째 소설 『메리 소이 이야기』가 출간되었다. 송미경의 동화 『돌 씹어먹는 아이』가 아동의 불안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다면 『메리 소이 이야기』는 현대인이 불안을 견디는 방식을 보여준다. 소설에서 가장 큰 사건은 엄마가 초등학교 입학할 무렵 유원지에서 이모를 잃어버린 사건이다. 어린 엄마는 동생과 단둘이 유원지에 갔고 화장실 앞에서 동생을 잃어버렸다. 이야기 속에서 ‘나’(은수)의 가족은 엄마의 동생 소이 이모를 기다리는 데 모든 것을 걸고 있다. 이것을 이용하려는 미미제과와 사기꾼들도 거절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메리 소이를 찾는 엄마의 불안을 조명하는 소설일까? 단서는 엄마가 아빠와 결혼한 이유에서 찾을 수 있다. 엄마는 아빠가 이모를 잃어버린 것이 ‘정말’이냐고 묻지 않았던 유일한 사람이라 결혼했다고 말한다. 엄마는 ‘정말’이라는 진실보다 이모를 기다린다는 행위가 중요했던 것이다. 엄마가 보여주는 이상할 정도의 안정감은 바로 그 행위에서 나왔으며 이는 ‘나’(은수)가 시간을 허비하기 위해 이런저런 일들에 몰입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소설에서 마로니라는 인물은 ‘나’에게 엄마의 행위가 허위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인물이다. 그 결
용인신문 | 수업 시간, 수중 세계에 대한 몽상에 빠져 공책에 그림을 그리던 아이는 공책을 빼앗기고 두 시간 동안 학교에 남아있어야 했다. 그는 훗날 유체역할을 통해 물고기들을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는 유명한 사람이 되었다. 바로 빌 프랑수아의 이야기이다. 그의 책 『정어리의 웅변』은 생태와 다양한 이야기거리를 결합해 소개하는데 그 방식이 마치 몽상 여행을 하는 것과 같다. 독자들은 저자가 펼쳐 놓은 바닷속으로 여행을 갈 수 있다. 저자는 바닷가에서, 식당에서, 시장에서 어디든 탐험을 이어나간다. 바닷속은 수많은 생물 간의 소통으로 가득하다. 정어리는 “가장 완벽한 웅변 기술을 갖추고 있다”(54쪽)고 소개된다. 고차원적인 대화 대신 슬쩍 움직이거나 보기만 해도 완벽한 대화가 가능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가리비의 소리는 주변 생명체의 건강상태까지도 파악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신기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인간과 청어떼 사이에 있었던 오해로 스웨덴과 러시아가 한판 전쟁을 벌일 뻔한 사연도 흥미롭다. 10년 이상의 오해가 결국 과학자의 연구로 해소되었다. 뿐만아니라 인간의 배신이 바다를 어떻게 배신하고 있는지 알게 된다. 일주일에 한 번 건강해지는 연어도 범고래 올드
용인신문 | 밀 흐라발(1914~1997)은 밀란 쿤데라와 카펠 차페크, 야로슬라프 하셰크와 함께 호명되는 체코의 국민작가로 알려져 있다. 프라하 카펠 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했으나 학교가 폐쇄되고 전쟁이 끝난 뒤에야 졸업을 한다. 1963년 「바닥의 작은 진주」를 발표한 이후 창작을 이어갔으나 1968년 체코에서 일어난 ‘프라하의 봄’ 이후 1989년까지 출간금지를 당한 작가이기도 하다. 『이야기꾼들』에 수록된 「엄중히 감시받는 열차」(1963)는 작가에게 국제적 명성을 안겨준 작품이다. 밀로시 흐르마. 소도시의 기차역 수습생이다. 그는 여자 친구가 있지만 아직 남자로서의 자신감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에 배차계장 후비치카는 전신기사 드데니치카 엉덩이에 직인을 찍을 만큼 대담한 남자이다. 밀로시는 그런 후비치카를 존경의 눈으로 본다. 사회정화 위원회의 위원인 역장은 후비치카에게 호통을 치고 조사원을 부르기까지 했지만 사실 후비치카를 부러워하기는 매 한가지다. 그러니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저 그런 무뢰배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들이 대단한 일을 저지른다는 것이 이 소설의 핵심이다. 나치 독일의 군수물자를 나르는 기차를 폭파하는 인물은 고작 기차
용인신문 | 열심히 달리고 달린다. 실적을 위해, 성공을 위해, 보장된 미래를 위해, 비교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열심과 정열이라는 신화는 건재할까? 『우리는 왜 피로한가』는 이른바 ‘K-피로’에 대한 아홉 가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우리의 오늘을 만든 것, ‘K-’로 대변되는 어떤 현상들이 현대인에게는 피로에 잠식당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역변이라는 말이 따라가기 힘들 만큼 빠르고 고도화된 사회에서 열정의 당사자는 피로에 찌들어가고 있으므로 이를 인식하고 대안을 모색해야 된다는 것이 아홉 논자의 주장이다. 조선시대에도 현재에도 여전히 빛나는 미래를 꿈꾸는 것과 무관한 이들이 있다는 K_입시. 소비의 신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덜 가지면 더 많은 의무와 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는 현대판 시지프스 탈출법, 나를 사랑하면 바쁨을 멈출 수 있다는 주장. 한결같이 우리의 심신 건강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어떤 이야기는 바쁨 상태보다 무료함 혹은 지루함에서 변화가 시작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놀라운 처리능력을 가진 ChatGPT의 창의성이 의외로 인간의 창의력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위로를 주기도 한다. 이밖에도 구조화된 폭력이나 정보가 현대인의 안전 욕망과 연결된다는 것도
용인신문 | 백석, 본명 백기행. 『사슴』이라는 유일한 시집을 남기고 북으로 떠난 시인. 그의 작품은 1980년대 후반에서야 해금의 바람 속에 다시 볼 수 있게 되었다. 북에서 창작활동을 이어간 백석은 돌연 작품 발표를 중단한다. 소설가 김연수는 북으로 간 백석이 절필하게 된 이유를 시인의 흔적과 작가의 상상력을 버무려 『일곱 해의 마지막』이란 제목으로 세상에 내 놓았다. 소설은 분단 이후 북한에 살던 시인 백석이 마지막 시를 발표하기까지의 일곱 해를 조망한다. 이야기는 선동적 성격의 글과 문학적 글 사이에서 고민하는 시인 백기행의 행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행은 정책과 사상을 홍보하는 시를 쓰라 요구를 받았다. 기행은 문학가의 양심으로 그에 편승할 수 없었으나 가족이 있으니 난감한 입장이었다. 1956년 소련에서 스탈린에 대한 개인 숭배가 비판받는다는 소식을 접하고 다시 시를 썼지만 혹독한 비판을 받았고 그 때문에 험하다는 삼수로 내몰려 고된 노동을 해야 했다. 1962년 기행은 당이 원하는 시를 쓰지만 그 후로 다시 작품을 발표하지 않았다. 『일곱 해의 마지막』은 시인의 행적을 따라가는 작품이라 머물러 주인공이 펼쳐놓은 시적 순간에 집중해야 할 때가
용인신문 | 2001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그림책 작가 권윤덕의 감독아래 한국작가 11명, 폴란드 작가 2명이 8권의 그림책을 책을 만들고 있다. 이 작업은 민주화운동기념관 개관을 위한 프로젝트로 총 10권의 제작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당신을 측정해 드립니다』(권정민), 『바나나가 더 일찍 오려면』(정진호), 『타오씨 이야기』(장재은)가 먼저 세상에 나왔다. 이중 『타오씨 이야기』는 이주노동자의 삶에 초점을 맞춘다. 타오씨가 일하는 곳은 공장이 빼곡하게 들어선 곳이다. 어느 골목 전봇대에는 생활쓰레기 배출 요령이 4개국 언어로 제시되고 있고, 회색 벽에는 두 달에 50만 원인 월세방이 있다는 것 역시 외국어로 쓰인 벽보가 붙어있다. 이곳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외국인이 많다는 것, 이들의 형편이 넉넉하지 않다는 것을 유추해 볼 수 있다. 타오씨도 그런 외국인 중 하나이다. 그의 고향은 매우 따뜻한 곳이었지만 타오씨가 일하는 공장지역 겨울은 춥고 어둡다. 타오씨의 고용주는 일터의 안전은 뒷전인 것처럼 보이고 말의 의미 전달이 잘 되지 않자 타박을 하고 있는 분위기다. 점심을 먹으러 가는 곳에서도 이주근로자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그래서 딸과 먹을 고
용인신문 | 어슐러 K. 르 귄(1929~2018, 미국). “SF와 환상세계를 넘나들며 관습을 뒤흔들고 경계를 깨는 작품을 다수 집필”했다고 모 포털에 소개된 인물이다. 그의 작품들은 SF와 판타지적 요소가 동시에 등장하면서도 아름다운 은유 속에 철학적 화두를, 소외된 자에게는 넓은 마음을, 그리고 인간의 심연 속에 있는 욕망을 엮어낸다. 『바람의 열 두 방향』은 르 귄의 초창기 단편을 모아 1975년 출간한 소설집이며 17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샘레이의 목걸이」는 1964년에 「앤기어의 결혼 지참금」으로 발표되었다. 가족보다 푸른 사파이어가 박힌 목걸이를 더 원하다가 뒤늦게 가족을, 특히 죽은 남편을 그리워하게 된 샘레이에게서 오래된 허무를 발견하게 된다. 「겨울의 왕」은 르 귄의 소설 『어둠의 왼손』으로 발전하게 되는 작품이다.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의 오멜라스는 한때 BTS의 뮤직비디오 〈봄날〉에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행복을 위해 누군가를 희생시켜야 하는 마을 오멜라스의 문제는 공리주의의 허점을 드러내는 서사이다. 「해제의 주문」과 「이름의 법칙」을 읽었다면 르 귄의 판타지 소설 『어스시 마법사』 시리즈를 읽을 준비가 된 셈이다.
용인신문 | 저자 구한나리. 그는 수학교사이지만 글을 더 열심히 쓰는 것으로 보인다. 환상문학 웹진 《거울》(mirrorzine.kr)에서 활동하고 있는 저자가 오래 전 발표해 큰 상을 탔던 소설 『아홉 개의 붓』은 요즘 세태에 필요한 판타지 소설이기도 하다. 신분은 낮지만 세상을 다정함으로 보듬어줄 영웅, 깊은 슬픔과 분노를 위로해 주는 영웅, 희망을 꿈꾸게 해 주는 영웅이 소설 안에 유려한 우리말과 함께 녹아 있다. 희망을 찾아 떠나는 최초의 인물은 아홉 개의 붓과 그 붓의 주인을 찾아 모험을 떠나는 갈이라는 소녀이다. 이 붓은 세상을 조화롭게 해 줄 물건으로 대대로 물려받는 것이 아니라 물건을 다룰 수 있는 주인에 의해 만들어진다. 갈이 만든 것은 그림을 그리는 붓이었지만 이후 등장하는 물건들은 ‘붓’이라 부르는 피리나 도기, 비파와 같은 악기와 같은 물건들이다. 붓의 주인이 갖는 마음새에 따라 붓이 세계를 구할 수도 있고 오용되어 인간에게 해로 돌아올 수도 있다. 갈이와 일행의 여행이 세계를 구하는 희망의 여정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그 목적이 ‘조화’에 있었기 때문이다. 『아홉 개의 붓』은 출간한 지 10여 년이 지났음에도 말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용인신문 | 『고래와 대화하는 방법』은 고래에 관한 모든 것을 이야기하면서도 생태를 보호하는 것의 의미와 중요성을 말한다. 저자 톰 머스틸은 SBS다큐멘터리 ≪고래와 나≫에서도 소개되었던 동영상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는 아내와 함께 카약을 타고 고래를 관찰하던 중 물 위로 뛰어오른 거대한 혹등고래가 덮쳐왔다. 톰 머스틸과 아내는 무사히 그곳을 빠져나왔으나 고래를 쫓는 여정을 멈추지 않았다. 인간과 고래가 대화를 한다는 제목이 말하듯 이 책은 고래의 소리에서 의미를 알아가기도 하고 반대로 인간의 어휘를 고래에게 알려주는 방법을 소개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 인간 입장에서의 언어가 동물에게는 통하지 않을 수도 있는 이유를 설명한다. 인간과 동물이 처한 환경과 문화가 다르기 때문인데, 진정한 고래와의 소통은 고래를 이해하는 것부터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고래가 내는 소리를 수집하기 위해 해저에 EAR(생태음향녹음기)나 웨이브 글라이더와 같은 자율주행 장치들을 바다에 띄웠다. 엄청난 양의 데이터들이 모였고 이 자료들은 인공지능의 힘을 빌거나 과학자들의 숨은 노력에 의해 분석되었다. 저자는 탐색과정의 끝에서 걱정거리 하나를 제시한다. 고래의 생태가 위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