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용욱 국민연금공단 용인지사장
[용인신문] 지난달 종합민원실에서 목격한 내용이다. 국민연금(노령연금) 신청을 위해 방문한 고객의 손에 청량음료로 추정되는 음료수 한 박스가 담긴 반투명 비닐봉투가 보였다.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민원실에서는 오랜만에 볼 수 있는 광경이라 자연스레 눈길이 갔다. 신청을 마친 고객은 음료수를 창구 직원에게 쑥스럽게 건네며 친절한 상담에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는 말을 전했다. 창구 직원은 받을 수 없다는 취지로 정중하게 사양했고 마음만 감사히 받겠다고 했더니 상황을 알아차린 고객은 미소를 머금은 채 돌아섰고 나 또한 “선생님의 따뜻한 마음만 감사히 받겠다”고 인사했던 기억이 난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지 벌써 6년이다. 당시 “통제가 과하다”, “커피 한잔도 안돼?” 등 논란도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반부패·청렴 문화가 차츰 정착했다. 대국민 홍보 및 교육, 관련 제도 정비 등을 통해 우리사회 전반에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맑은 물이 흐를 수 있는 기반이 상당 부분 조성됐다. 국제투명성기구에서 발표한 지난해 우리나라 부패인식지수(CPI)가 100점 만점에 62점으로 상승 추세고 국가별 순위도 수년 전 50위권에서 32위를 달성했다. 이는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영향과 민간 및 공공 영역에서의 꾸준한 노력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한편, 공직자와 사적 이해관계로 공정하고 청렴한 직무수행을 저해하는 이해충돌 상황에서 지위를 남용하거나 사익을 추구하지 못하도록 한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이 지난 5월 시행됐다. 청탁금지법에 누락됐던 공직자의 책임과 의무를 명확히 함으로써 공직자의 부적절한 행위가 상당 부분 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
국민연금 또한 촘촘하게 제도를 설계하고 명확하고 합리적인 연금지급 프로세스를 마련해 부정부패 여지가 없음에도 담당 직원이 잘 봐주면 연금을 많이 주거나 빨리 줄 거라는 오해가 있어 공단에 몸담은 나로서는 당혹스럽다.
공단은 지사별로 반부패·청렴 실천반을 구성해 자체적으로 부패위험요인을 발굴하고 예방책을 마련하는 등 반부패 척결과 청렴한 공직사회를 만드는데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청렴도 조사에서 2017년부터 5년 연속 종합청렴도 2등급(우수) 기관으로 선정됐으며 부패방지시책 평가도 2019년부터 3년 연속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올해 3월에는 공단의 청렴도 수준과 부패방지경영 ISO 인증, 부패방지 경영시스템 구축 등 성과를 인정받아 유엔글로벌콤팩트(UNGC)의 반부패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공단 임직원은 제도운영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고히 다지는 한편, 기금 적립금 1000조 원 시대를 앞둔 시점에 투명성을 기반으로 안정성과 수익성을 추구하며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갈 것이다. 아울러 앞서 언급한 고객 마음처럼 국민연금제도 운영 및 기금운용에 있어서 항상 청량감 있고 따뜻함이 넘치는 모습을 보이도록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