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시립 장례시설인데,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습니까. 올해 초 설 명절때만 해도 정상이던 부모님 묘비가 추석 때 와 보니 바뀌었습니다. 더 분통 터지는 건 평온의 숲 관리주체 측은 자신들은 모르는 일이란 말만 할 뿐, 왜 이런일이 발생했는지 원인규명도 못하고 있습니다”
용인특례시가 설립해 용인도시공사에 위탁 운영중인 시립 장례문화시설 ‘용인평온의 숲’ 운영·관리의 허점이 드러났다. 자연장지에 안장된 고인의 묘비가 바뀌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한 것.
특히 관리주체인 용인도시공사 측은 사태 파악 등 원인 규명은 물론, 유족 측의 항의에 책임회피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여 공분을 사고 있다.
무엇보다 이 같은 관리부실은 민간 장례시설과 확연히 다른 허술한 관리체계가 원인인 것으로 나타나 재발 방지 등을 위한 제도개선 등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시민 김 아무개 씨는 지난 9월 추석명절을 맞아 가족들과 함께 부모님 유골이 안장 된 용인평온의 숲을 찾았다가 아연실색했다. 부모님을 모신 자연장지 앞 묘비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묘비에 음각으로 새겨졌던 글씨 형태가 바뀐데다, 부친의 사망 날짜는 물론 올해 설 명절 때만 해도 있던 조카의 이름도 없어진 것.
더욱이 황당한 일은 도시공사 측의 대응이다. 김 씨에 따르면 도시공사 측은 묘비가 바뀌었다는 민원을 제기하자 “당초부터 그랬던 것 아니냐. 우리는 모르는 일이다”라며 발뺌으로 일관하다가, 올해 초 찍었던 사진을 제기하자 “상황 파악을 해 보겠다”며 입장을 바꾼 것.
그러나 공사 측은 한참이 지난 후에야 "묘비의 설치와 교체 등은 주민협의체인 ㈜장율의 수익사업이라 공사 측에서 알 수 없는 사항으로, 묘비가 바뀐 원인을 알 수 없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김 씨는 “시립 장례시설에서 부모님 묘비가 바뀌었는데, 관리주체인 자신들은 원인도 모르고 책임도 없다는 식의 대응에 분통이 터졌다”며 “더욱이 한참이 지나도 제대로 된 답변이 없어 정식 민원을 냈지만, 민원 답변에서 조차 진심어린 사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시공사 직원들에 따르면 묘비 분실 등 어처구니 없는 사태는 예견된 사고라는 지적이다.
자연장지 묘비 등 평온의 숲 시설물에 대한 관리체계가 명확치 않아, 사고가 발생해도 원인 규명 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평온의 숲 전체 관리는 용인도시공사가 위탁받았지만, 장례식장 운영과 화환 및 묘비 판매 등 수익사업권은 주민협의체인 ㈜장율에 있다 보니 사실상 관리가 불가능 하다는 것.
실제 묘비 설치 및 교체 등의 경우 ㈜장율 측이 진행하면서 도시공사 측에 통보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자연장지 관리를 위해 필요한 CCTV 등 방범장치도 전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다 보니 제3의 불특정 인물 또는 유가족이 묘비 등을 훼손 또는 변경하더라도, 공사 측은 내용조차 파악할 수 없는 상태인 셈이다.
반면, 민간 장례시설의 경우 유가족의 출입 기록은 물론, 자연장지와 봉안당 내 시설물 교체시 반드시 관리주체에 알려야 가능하다.
도시공사 관계자는 “피해 유가족을 직접 찾아가 다시 한 번 진심어린 사과를 전할 것”이라며 “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관리체계를 강화하는 방안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설 명절에 찍은 묘비. 부친의 사망밀이 2003년으로 기재돼 있다.
지난 추석 명절에 찍은 묘비 사진. 부친의 사망일이 2016년으로 기재돼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