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도시
이원오
그대의 발자국을 새겨줄 흙이 남아 있지 않다
한강의 그 많은 모래는 어디로 갔을까
범람하던 강의 시름이 깊어지면
무심한 모래는 물을 머금어 고층 숲을 만들어 낸다
흙으로 돌아가려면 근 팔십 여년의 대기표를 찢어야 하고
변두리란 이름을 거머쥔 도시의 끝자락
자기 건사할 땅 한 평 없는 유민들
비좁은 땅, 이 도시에
사랑의 간선도로는 어디쯤 내야 할까
당신과의 밀월장소는 어느 곳에 굴설해야 하나
밀집된 곳에는 기댈 영혼이 넘쳐나
비상구는 늘 열릴 준비를 해야 한다
매달 마감 날에 붐비는 환상의 야경은
늘 무심해지는 타인처럼 군다
반지하 자취방에 밤새 불이 켜진다
밤새 다진 흙을 밟기 직전이다
이원오|2014년 계간《시와소금》등단
시집으로『시간의 유배』가 있음.
용인문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