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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쓸만하다ㅣ정영자

아직 쓸만하다

                             정영자

 

햇살이 잠깐 흐트러지는 시간

동백꽃이 툭 숨 거두는 순간

그들을 놓치지 않으려

낡은 몸 기대며 관람중이다

 

넓거나 왜소하거나 등 받쳐주며

가슴에 갑골문자 새겨 넣던 나무의자

관절염이 도져 떼어낸 다리 하나

잠깐 잊었다 삐딱

몸무게가 줄었거나 늘었거나 작은 변화에도

중심을 잡지 못해 엉덩이가 덜컹 땅에 닿아도

별일 아니라는 듯

전봇대에 등 기대고 앉은 풍경

지팡이에 기댄 몸 내려놓으며

엉성하게 뼈의 지문을 새긴다

망치로 두드리는 손 하나 나서기까지

아직 쓸 만하다

 

 

한국문인협회 회원. 용인문인협회 회원

시집: 『어쩔래 미쳤다』 『모서리의 실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