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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위기의 청소년 ‘눈높이 상담·지원’… 탈선 예방

황재규 용인시청소년미래재단 대표이사

 

학폭·이성문제·가정불화 등 심리적 어려움
1388 전화 상담… 지난해 2417명 고민 해결
여가부 청소년수련시설 종합평가 ‘전국 1위’
안전사고 예방 교육 호평… 행안부장관 표창
학교 밖 청소년 건강한 성장위해 전방위 노력

 

용인신문 | 황재규 용인시청소년미래재단 대표이사는 용인 동부경찰서장을 마지막으로 30여 년 경찰 생활을 명예롭게 마치고 지난 2022년 부임했다. 당시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온라인 수업 등 청소년들이 심리적으로 상당히 불안한 시기였다. 그는 재단 직원들과 이런 어려운 상황을 해결한다는 명확한 목표를 정했다. 용인시 20만 청소년들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탁상행정이 아닌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발로 뛰는 행정을 택했고 그 결과 결실을 이뤄냈다. 지금도 아이디어를 짜내며 열심히 노력하는 황 대표이사를 만나 그간의 활동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Q. 그간의 활동을 요약한다면.

A. 우선 심리적으로 불안한 청소년들의 정신건강 회복을 위해 노력했다. 학교폭력, 이성문제, 가정불화 등 스스로 극복이 어려운 심리적 어려움을 24시간 전화 및 문자로 상담받을 수 있는 1388 전화를 운영하며 지난해 2417명 청소년의 고민을 해결해 주고, 공원이나 PC방 등 청소년이 많은 장소에 찾아가는 상담을 통해 탈선하지 않도록 청소년 안전망을 구축했다.

 

또 청소년들의 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노력했다. 재단은 매년 여성가족부, 교육부, 교육지원청과 합동으로 청소년 인터넷·스마트폰 이용습관 진단조사를 진행했다. 청소년의 약 40%가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임을 인식, 재단 산하 ‘스마트공감센터’에서 위기 수준에 맞춘 개인 및 집단상담을 통해 가정 내 스마트폰의 올바른 사용을 위한 부모교육은 물론 중증 청소년에게는 병원치료까지 지원하고 있다.

 

이와함께 취약계층 청소년 지원을 확대했다. 당초 저소득층 가정 청소년 60명에게 1년 과정으로 보충학습과 체험활동을 제공하는 방과 후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었다. 하지만 복지사각지대 청소년들이 아직 많다는 판단에 제7차 청소년정책기본계획에 근거 ‘용인시 가족돌봄 청소년’ 즉 ‘영 케어러’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영 케어러는 부모가 사망·이혼·가출하거나 장애·질병 등으로 노동력을 상실해 스스로 가족구성원을 돌보거나 가족 생계를 책임지는 청소년을 의미한다. 이런 청소년은 그렇지 않은 청소년 대비 삶의 불만족은 2배 이상, 우울감은 7배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재단에서는 ‘용인시 가족돌봄 청소년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을 건의했고 지난해부터 탈북 청소년 포함 가정형편이 어려운 영 케어러 40명을 발굴해 학원비, 병원 치료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그 외 직원 제안으로 급여 일부를 매달 성금으로 적립해 저소득 가정 청소년 17명에게 1년간 용돈을 후원하는 키다리 아저씨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또 재단 자문위원을 맡은 주성엔지니어링 황철주 회장이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컴퓨터 10대를, 에이스전자 주영종 회장이 무더운 여름 극복을 위해 선풍기 30대를 취약층 청소년에게 기부했다. 재단의 노력이 청소년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책임과 사명으로 지난 20개월간 열심히 달렸다.

 

Q. 건물 외부의 행정안전부장관 표창 수상이라는 현수막은 어떤 내용인지.

A. 재단은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으로 매년 경영실적 평가를 받는다. 작년 평가에서 용인시 협업기관 중 1위를 했고 그 외 여성가족부 주관 청소년수련시설 종합평가에서 전국 1위, 청소년과 시민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생존수영과 CPR교육, 진로교육 등 활동을 인정받아 2023년 지방 출자·출연기관 발전 유공 기관으로 선정돼 여성가족부 산하기관임에도 행정안전부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의미있는 수상이라고 본다.

 

Q. 청소년미래재단은 청소년수련관 등 8개 기관을 운영하고 있어 청소년들과의 다양한 추억이 있을 것 같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을 소개한다면.

A. 초교 시절 가정형편이 어려워 낮에 신문과 우유배달로 용돈을 마련하고 밤에 졸린 눈을 비비며 찬 바닥에 엎드려 공부할 수밖에 없었던 내가 우연히 놀러 갔던 친구 집에 책상과 의자가 있는 것을 보고 너무나 부러웠던 것이 지금도 기억난다.

 

작년, 재단에서 영 케어러 사업을 시작했을 때 만난 청소년이 기억에 남는다. 중학교 때 부모님이 이혼 후 연락이 끊긴 그 학생은 막노동하다 허리를 다친 할아버지를 모시고 심각한 우울증을 앓고 있는 동생과 어렵게 살고 있었다. 재단에서 지원을 위해 필요한 물품을 물었다. 학생은 잠시 고민하다가 할아버지의 겨울 점퍼를 얘기했다. 본인도 갖고 싶은 것이 많을 나이인데 아픈 할아버지를 위해 양보하는 상황이다 보니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재단에서는 직원 성금으로 장학금 100만 원을 후원했고 가정에 책상과 의자가 없는 것을 본 나는 어릴 적 생각에 재단 직원과 함께 목공 교육장에서 직접 책상을 만들었다. 책상을 전달하는 날 함께한 나에게 부끄러운 미소와 함께 자신이 접은 종이학 한 마리를 슬쩍 전했다. 나는 그 종이학이 힘찬 날갯짓으로 비상하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을 거라는 사실을 학생 표정에서 느낄 수 있었다. 그 종이학은 지금도 내 책상 위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다.

 

Q.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은.

A. 용인시 학교 밖 청소년은 지난해 12월 기준 2216명으로 전체 청소년의 1.7%며 이는 경기도의 1.0%보다 높다. 이유가 학교 부적응 및 질병이다. 기존 고등학생부터 높은 순이었으나 초등학교와 중학교로 계속 하향되고 있다.

 

이에 재단은 학교 밖 청소년 전담 시설인 ‘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을 운영하며 검정고시, 학교적응 프로그램, 진로상담, 직업교육, 자격증 취득 지원 등을 통해 학교 밖 청소년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개인별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검정고시 합격률은 약 98%로 학교 밖 청소년과 직원이 1대1 멘토·멘티 관계를 조성해 청소년의 재탈선을 예방하고 용인대학교 성년식 참여 등 다양한 지역사회 협력체계도 구축하고 있다.

 

Q. 그간을 돌아보며 혹시 아쉬운 점이 있다면.

A. 올해 재단은 제2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용인시 청소년시설은 수원, 성남 등 인근 도시 대비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재단에서는 흥덕, 동천 청소년시설 개소를 준비하고 있으며 마을회관 등 유휴공간을 발굴해 청소년이 언제나 찾을 수 있는 전용 놀이공간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 디지털 시대에 발맞춰 플랫폼 기반 청소년활동을 활성화하고 데이터 활용 청소년 지원망 구축과 청소년 유해환경 차단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경찰서, 병원, 월드비전 등 민관 협력체계를 견고히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고령화 사회로 들어서면서 매년 청소년은 감소하나 위기 청소년 수는 증가하고 있다. 그들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도록 재단 전 직원이 그들 눈높이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열심히 뛸 계획이다.